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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리는 개 ㅣ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유진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 안온북스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이 좋았고, 프랑수아즈 사강의 문장이 좋아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샛노란 표지, 너무 예쁩니다. 고급스러운 도화지 같은 톡톡한 질감도. 사강을 사랑할 준비는 이미 마쳤다.
🐧 줄거리는 게레라는 이름의 한 남자와 그가 사는 하숙집을 운영하는 여자, 마리아의 이야기다. 살인자의 보석을 우연히 손에 쥐게 된 남자와 그를 살인자로 굳게 믿고 있으면서 그의 곁에 있는 여자. 그런 그들이 서로를 사랑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채 내뱉는 은밀한 대화들을 읽고 있노라면 앞으로의 전개는 상상할 수도 없다.
🐧 그들을 바라보는,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은 꽤 비밀스럽다. 주위의 시선, 그녀를 존경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 그리고 그런 시선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과연 그들의 사랑엔 무엇이 남게 될까 궁금해진다.
🔖 **그는 이 변칙적인 커플을 향한 주위의 모호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을 감지하지 못했다. 게레는 그녀를 존경스럽게 바라보았고, 그의 시선에 우쭐해진 마리아는 곧장 가슴을 펴고 목을 꼿꼿이 세웠다._65p**
🐧 사랑은 때때로 부질없다. 부질없음이 느껴지면 우리는 선택할 것이다. 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거나 계속 쥐고 있거나. 사랑의 시작도, 끝도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무엇이 손에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 게레의 수상쩍고 위험스러운 면모, 그녀가 존경하고 거의 사랑하기까지 한 살인자나 싸움꾼으로써의 모습은 사라져버렸고, 선량한 시민이자 근면한 4년차 회계원의 면모가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초라한 야망은 그녀가 스스로에게 증명할 필요가 있었던 얼핏 본 이 사랑의 어리석음과 부질없음의 증거이기도 했다._143p
🐧 책을 읽다 보면, 궁금해진다. 엎드리는 ‘개’는 무엇 때문에 엎드렸던 걸까, 이 개는 무엇이거나, 무엇이었던 걸까.
🔖 개가 꼬리를 흔들며 그녀의 말을 유심히 들었다. 왜냐하면 이것이 오늘 그녀가 자신에게 하는 마지막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하루에 딱 한 번만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것을, 개는 기억하고 있었다._161p
🐧 표지에는 아직 당당한 모습의 개가 보인다. 하지만 시선 끝은 꽤나 의뭉스럽다. 이 소설을 읽으며, 프랑수아즈 사강이 남겨놓은 시선을 따라가는 일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둘은 서로에게로 몸을 기울인 채 속삭이고 공모하면서, 절반쯤은 적의를 품고 또 절반쯤은 유혹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그들의 나이 차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비슷한 부류라는 데 있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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