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파리 항소법원으로 가서 장엄한 분위기의 대리석 기둥이 있는 현관문을 지나 고등법원 1호 법정에 들어선다.” _책속에서그렇게 우리를 프랑스 고등법원 1호 법정으로 불러낸 에마뉘엘 드 바레스키엘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나날’로 데려다 놓는다. 단 사흘 만에 끝난 재판의 기록 속을 거닐며 정말 마리 앙투아네트를 둘러싼 진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온다. 누구나 아는 ‘빵과 케이크’ 일화를 떠올리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손을 잡아 끈다. 외국인이자 여성이었고, 엄마였던 그에게 겹겹이 덧씌워진 혐오와 편견의 베일을 차분히 헤쳐나가며 진짜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나러 간다.“비극은 언제나 드러나지 않는 것의 주름 속에 숨어 있다”_책 속에서주름 진 베일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갈수록 기시감이 든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왔는데 마지막 순간 마주치는 것은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불온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자 경고다. 민주주의가 길을 잃은 지금, 계속되는 불화와 갈등에 무뎌진 우리에게 과거로부터 날아온 경고장. 여기에 당신은 무어라 답할 것인가. 책장을 덮어도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