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 금강요정 4대강 취재기
김종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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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국책 사업인 4대강 사업이 실시된 지 어느새 10년여가 되었다. 4대강 사업은 사업에 임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굉장히 논란이 많은 사업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사업이 치수, 관광 등의 바탕이 되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 사업을 찬성해왔다. 또 다른 이들은 이 사업이 자연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해왔다. 이렇게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길을 잃은 국민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4대강 사업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이 그 책이다.

 

김종술 시민기자는 '금강 요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가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10년 동안 금강에 거의 살다시피 하며 4대강 사업이 금강에 미친 영향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그는 비록 시민기자이지만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발로 뛰며 자신이 얻은 4대강 사업의 결과를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10년 간의 고생스러운 취재기를 집대성한 책이다.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하는 작가 이외수의 추천의 글로 시작된다. 깐깐한 이외수 작가의 추천사라니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된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강의 죽음, 2장 생명 혹은 죽음의 색깔, 3장 강의 삶'으로 나눠 저자의 취재기가 진행된다. 1장에서는 4대강 사업이 시행되며 강의 자연환경과 인근 주민들의 삶이 망가졌는지를 담는다. 2장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며 우리의 일상에까지 미치는 문제를 담았다. 3장에서는 강의 흐름을 막으며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이 다시 흐르게 해야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4대강 사업은 강만 망친 게 아니다. 강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망친 생태계 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 권력자들이 저지른 범죄의 대가를 4대강 주변 농민들이 대신 치르고 있다. 강의 역습 앞에서 힘없는 서민들만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강을 땜질하는 사이, 강은 온몸을 뒤틀며 황당한 국책사업의 진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 김종술의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1장에서 그는 4대강 사업이 서민의 삶을 망쳐놓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4대강 인근에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던 사람들에게 4대강 사업은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 환경을 바꾸며 해당 지역에서 서식하던 동식물의 식생이 바뀐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업이 어려워진다. 또한 강을 '보수'하며 주민들에게 주어진 보상금이 투기꾼, 사기꾼들을 불러모아 마을을 망친 경우도 나타난다. 또한 역사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인 백제 공산성이 무리한 사업 진행 때문에 무너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현상은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을 개발하여 사람들에게 이익을 불러올 것이라는 개발 논리에서 빗겨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강은 450만 충청인의 생명수다. 산업·농업 용수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을 가로막은 보가 생기면서 물그릇은 커지고 물의 양은 더 풍족해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뭄에 시달리고 물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따. 상수원인 대청댐에는 해마다 독성물질이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물을 가지고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면 보관하고 정화하는 비용만 낭비하는 것이다.

 

- 김종술의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2장에서 김종술 기자는 큰빗이끼벌레, 붉은 깔따구, 실지렁이, 그리고 녹조 현상으로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교란하며 강을 더럽혔다는 것을 입증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확인한 바를 바탕으로 강의 오염이 단순히 인근 지역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은 없다. 4대강은 우리의 주요 식수원이다. 4대강 사업으로 오염된 강물은 우리의 기술력으로는 천문학적 액수를 들이더라도 완전히 걸러낼 수 없는 독소를 품은 채 우리의 식수로 활용된다. 이로써 우리는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왔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갖는다. 국가와 국민은 수동적으로 환경보전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국가는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자연에도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줘야 한다.

 

- 김종술의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강을 인간의 이기심으로 제대로 흐를 수 없게 만든 4대강 사업은 결국 인간에게 문제로 다가왔다. 그는 3장에서 4대강 사업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비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더러워진 물을 정화하고실용적이지 못한 강 활용 정책을 계속 우격다짐으로 운영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며 4대강 사업에 버리는 돈이 너무 많다고 본다. 그는 차라리 강이 자연스레 흐르게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강이 흐르면 자정작용으로 이제까지 망가진 강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태 환경이 망가진 강을 바로 잡는 것이 곧 인간의 건강하게 살 권리를 지키는 방식이기 때문에라도 4대강 사업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보를 개방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실행하는 공무원은 바뀌지 않았기에 우리가 계속 주의를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보통 환경 파괴 문제를 추상적으로, 나와 상관 없는 이상론자들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깟 자연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이 책은 4대강 문제를 그렇게 '개발(발전)VS 환경 보전'의 대립 구도로 설명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발전'된 도시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생태계의 한 부분을 이루는 동물이다. 잘못된 방식으로 성급하게 진행되는 개발로 환경이 무너지면 결국 나의 일상 역시 무너지게 된다.

 

이 책은 양적방법론, 즉 과학적인 통계, 수치와 같은 증거들을 잔뜩 들고와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요목조목 지적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시민기자의 신분으로 활동하였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 신뢰의 문제로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질적방법론을 활용한다. 자신의 몸에 실험하여 4대강 사업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문제를 불러올 지를 보여준 것이다.

마치 외계 생물 같은 큰빗이끼벌레를 직접 뜯어 먹어보고 몸에 문질러 본 이야기, 그가 본 죽은 물고기들, 그가 직접 마셔본 '녹조라떼', 직접 잡은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들, 강이 오염되며 나는 비린내. 이 모든 경험담은 정갈한 과학적 수치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독자의 마음에 다가온다. 강이 얼마나 오염되었고 우리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물을 마시고 또 그 물로 생활하게 될 지를 상상하게 되면서 아찔해진다.

 

분명히 4대강 사업이 마냥 나쁜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이익을 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4대강 사업이 비효율적이고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4대강 사업을 어떤 논리로 찬성 혹은 반대하든 우리는 우리의 식수원이자 생활 환경과 직결된 4대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을 위해서라도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심을 기울이자.

물을 마시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졌든 자연환경과 개발이 어떻게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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