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미니북)
알베르 카뮈 지음, 김민준 옮김 / 자화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범죄인의 마음을 가지고 자기의 어머니를 매장하였으므로 나는 이 사람의 죄를 고발하는 것입니다.”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검사가 위와 같은 논리로 사형을 요구한다면 어떨까? 이런 논리로 한 사람에게 사형을 내리다니, 나도 모르게 물음표가 머릿속에 뜨는 전개이다. 물론 이방인속 검사는 단지 어머니를 범죄인의 마음을 가지고 매장했다고만 해서 그에게 사형을 내릴 것을 청하지는 않았다.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이 계획 범죄라는 자신의 생각을 배심원들과 판사에게 강력하게 호소하기 위한 기적의논리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어떻게 저런 논리가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도대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어떤 소설인가?

 

이방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간단한 소개글 정도는 필요하다. 뫼르소는 카뮈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카뮈는 1913년 알제리 몬도비에서 태어났다. 그렇다면 카뮈는 알제리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당시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카뮈는 알제리의 프랑스인이었다. 중등학교는 프랑스로 입학했지만 알제리 대학에 들어가며 다시 알제리에 가게 되었지만 폐결핵으로 자퇴를 하게된다. 그는 26세가 되던 해부터 이방인을 집필하기 시작하여 만 29세가 되던 해 이를 발표하며 문학가이자 사상가(실존주의), 희곡 작가로 활동하다가 1957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이방인을 읽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실존주의는 쉽지 않은 사상이다. 실존주의는 인간의 일반적 본질보다도 개개의 인간의 실존, 특히 타자(他者)와 대치(代置)할 수 없는 자기 독자의 실존을 강조(출처: 두산백과)’한 사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이야기해서는 잘 이해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방인을 읽으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충실하여 삶을 사는 뫼르소를 보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방인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뫼르소 어머니의 죽음에서부터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른 날까지, 2부는 뫼르소의 재판과정을 그린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도 타인이 보기에는 너무나 무심했다. 그는 어머니 장례가 끝나고 마리라는 여자와 사귀게 되고 희극영화를 보며 일상을 즐긴다.’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계기는 자신의 친구인 레이몽/레몽을 공격한 아랍인과 우연히 마주쳐 단둘이 대치하게 되었을 때 보게 된 태양이다. 그는 타인에게 별다른 설명없이 태양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태양 때문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랍인이 들고 있던 단도에 햇빛이 부서지는 그 빛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아랍인의 공격 의사를 확인하고 자기 방어를 위해 총을 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에 무심했다는 것과 총을 네 번이나 쐈다는 이유로 계획 살인을 저질렀다는 검사의 주장에 따라 사형을 구형받게 된다.

 

당신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살고 있으니 마치 죽은 사람 같으며, 삶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없는 것과 같다. 당신의 눈에는 내가 보잘것없는 존재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나 자신과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것은 당신보다 강하다. 또 나는 내 삶과 나를 가까이서 기다리고 있는 죽음에 대한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 진리를 나는 붙들고 있으며, 나는 오직 그 진리를 꼭 붙들고 있다.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뫼르소는 확실히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방식으로 어머니를 애도하지도 않으며 주변 사람들을 보통 사람들과 어딘가 다르게, 좀 많이 무심하게 대한다. 맨 처음 이방인을 읽었을 때에는 나도 뫼르소가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재차 읽어보니 뫼르소의 삶의 방식을 존중할 수 있었다. 뫼르소의 삶의 방식은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기엔 냉정하고 무심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뫼르소 자신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의 욕구와 삶에 대한 명백한 기준을 알고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의 삶의 방식의 특징인 무심함의 이유를 우리는 소설 막바지에 이르러 깨닫게 된다.

 

그의 삶의 방식 중 하나는 관심에 대한 다른 이해이다. 보통 관심이라 하면 굉장히 애정 어린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뫼르소가 느낀 관심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도, 그가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에도 대중의 관심은 어설픈 관심이자 호기심에 불과했다. 그는 개인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심에 대해 염증을 느낀다. 타인을 어떤 특정한 기준에 맞춰 재단하려고하는 그런 관심에 뫼르소는 홀로 반발하는 것이다. 뫼르소는 한 사람을 그 사람 그대로 이해하고 느끼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프게 타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다정한 무관심으로 타인을 존중한다.

이러한 뫼르소의 삶의 방식은 태양/햇빛과 저녁/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알제리의 뜨거운 태양과 햇빛을 그는 싫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견디기 힘들어하고 스트레스 받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뜨거운 여름의 태양은 사람들이 원치 않아도 사정없이 뜨겁게 내리쬔다. 반면에 저녁과 밤, 즉 달이 지배하는 시간은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이런 태양과 저녁()은 관심과 무관심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태양처럼 원하지 않아도 지나치게 타인의 삶에 열정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태도와 달처럼 잔잔하게 타인의 삶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적당히 무관심한 태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뫼르소는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 어머니의 삶의 방식을 믿었기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혐오하는 살라마노 영감과 성매매 뚜쟁이인 레이몽/레몽에게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친구인 마리를 검사가 말하듯이 정부라던가 여자친구라는 어떤 정체성을 씌우지 않고 마리라는 사람으로만 받아들였다. 어설프게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 무심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며 뫼르소는 이방인이 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관심이 물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의 기준에서 타인을 재단하려는 태도는 굉장히 일방적인 것이다. 일방적인 관심은 타인에 대한 이해 수준을 수박 겉핥기정도만 되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표면적인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런 타인의 표면적 관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너무 많다. 타인의 관심이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나친 관심은 지양하는 것이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타인의 지나친 관심을 지양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자신의 삶을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도서출판 쿵의 브랜드인 자화상에서 내놓은 세계문학 시리즈로 만나 본 이방인은 꽤 괜찮았다. 이방인1,2부 뒤에는 카뮈가 더 읽어보고 싶어졌을 독자를 위해 카뮈의 단편인 <요나-작업 중인 예술가>가 함께 실려 있다. 이방인의 번역에 대해 새움에서 시작된 논란이 꽤 시끌벅적했던 터라 이방인을 번역가가 다른 문예출판사, 민음사 버전으로 읽어봤었다. 그렇게 이방인내용에 좀 익숙해져서일 수 있겠지만, 문장이 매끄러운 편이었다. 기존의 이방인은 읽기에 거친 느낌이 있었다면, 자화상 시리즈로 나온 이방인은 좀 더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미니북 사이즈로 나왔음에도 미니북의 단점인, 너무 작아서 읽기 불편하다는 점을 보완해서 읽기 편하게 편집되었다(한 페이지에 18)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에 대한 주석이 없고, 번역가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것이다. 번역을 하다보면 우리 문화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그에 대한 간단한 주석이 달렸다면 좀 더 이해하기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번역가 소개는 번역가 논란이 있었던 이방인이기에, 어떤 사람이 번역했는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독자들이 이 번역가는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는데 번역가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것은 불친절하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므로 크게 아쉬운 점은 아니라는 점!

 

부조리한 관심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타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방인을 추천해주고 싶다. 관심에 대해, 부조리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베르 카뮈의 글이 당신을 눈 깜짝할 새에 태양이 작렬하지만 자연이 아름다운 알제리로, 뫼르소의 옆으로 당신을 데려다 놓을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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