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미니즘 - 인간의 조화로운 새 지평을 위해
이충현 지음 / 물병자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많은 쟁점을 야기합니다. 저자는 여자와 남자의 차별적 구조를 고대시대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찾습니다. 가부장제의 체계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남성성이 여성성의 가치를 왜곡, 확대하면서 불평등의 역사를 만들어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질이 있으며, 그것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살아갈 때 상생의 길이 열립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여자의 성과 사회적 지위, 역할 등을 제한하고, 억제하고, 통제함으로써 스스로 이분법적인 구도를 만들어왔습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있습니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러한 양면성을 무시하고, 어느 한 쪽만이 옳다고 주장할 때 우리는 혼란과 분쟁에 쌓입니다. 서로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은 이러한 이분법적 흑백논리의 희생양입니다. 인류는 고대사회로부터 현재까지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를 유지하며 투쟁의 역사를 써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반쪽 성향인 여성성을 회복할 때입니다.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배려하는 여성성의 회복이 인류를 화합의 장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이 책은 고대인들의 세계관과 성의 역사 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분석하여 우리의 왜곡된 정보를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한반도를 전례없는 위기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길은 저자의 주장대로 여성성의 회복이 대안이라 생각됩니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을 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로 나아갈 때 세계는 상생의 길이 열릴 것이라 믿습니다.

 

본문 중에서,

 

- 진정한 자유란 자기 스스로부터 비롯되어 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유한한 존재인 나에게 어떠한 구속이나 압력을 행사하는 환경과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굴하지 않고 나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런 행동과 결정이 주변과 타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비로소 참된 자유가 됩니다. 이렇게 자유는 늘 의식적이고 지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p.5)

 

- 가부장제의 문제는 진리 자체의 문제가 아닌 진리 해석의 문제이기에 해석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신을 추앙하는 종교의 완성은 권위자의 교리 말씀이 아니라 그 교리를 듣고 해석하는 자의 깨달음과 삶에서의 실천에 달려 있듯이 말입니다.(p.74)

 

- 참된 이성은 이치가 성과 함께 작용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온전한 성에서 직접 체험하고 표현하는 감성은 등한시하고 오직 생각하고 추론하는 이성만이 강조되었기에 인류는 신의 얼굴의 앞면만을 보게 되었습니다.(p.116)

 

- 고대의 지혜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삶의 변환을 이루어 내라고 주문합니다. 삶에서 현실과 자기 내면 사이의 엄청난 간극이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이 외부 환경과 자기 내면의 허상이 견고하게 쌓아놓은 이분법적 구분을 부수고 초월해야 하는 내적 변환의 순간입니다.

(p.119)

 

- 태양이 반드시 생명만 부여하는 것은 아니며 달이라고 하여 무조건 죽음과 관련된 것만은 아닌 것처럼 고대인들의 죽음과 생명을 모두 연결된 하나로 보았습니다. 어느 하나가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시작과 끝이 다 하나와 같은 것입니다. 태양과 달과 빛과 어둠의 단적인 표현이 아니며 모두 생과 사가 존재합니다.(p.128)

 

- 타자를 지배하면 일회적인 생명을 얻지만 타자를 사랑하고 표용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 고대 현자들의 한결같은 조언입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존재의 전체성을 체험하는 쪽은 수용하는 달이고 대지이며 여성입니다.(p.135)

 

- 신의 창조법칙을 논하는 많은 고대 신비주의적 유산과 영적 지식들은 세상 만물의 유일한 구원 혹은 자유를 얻는 길은 여성성과 남성성이 조화를 이루는 합일의 달성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p.152)

 

- 남자는 이래야만 하고 여자는 저래야만 한다는 고정적인 이분법에 묶이는 한 남자도 여자도 모두 불행합니다. 남자는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적인 부분을 억눌러서, 여성은 남성적인 부분을 억압해서 불행합니다. 가부장제 역사 속에서 자라난 이 고정된 이분법은 인류에게 가해진 엄청난 폭력이자 구속입니다. 그런 명확한 틀 속에 개인들이 경직되고 갇힐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삶이고 사회의 현실입니다.(p.156)

 

- 고대인들이 강조한 여성성과 남성성의 조화와 균형, 음과 양의 합일은 인생에 있어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양성구유적 존재가 되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 진정한 양성구유란 육체적으로 남성을 가진 인간이 여성적 정신성을 일깨울 때, 육체적으로 여성을 가진 인간이 남성적 정신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쓰일 수 있는 말입니다 ......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잃어버린 반쪽을 알고 배우는 것입니다.(p.158~p.159)

 

- 진정한 양육은 내가 아이를 보살피고 챙겨 주어야 하는 보호의 대상으로만 남겨 놓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오롯이 자기 힘으로 이 세상에 적응하고 우뚝 서는 실존적인 주체로 거듭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즉 합일 후 새로운 존재 탄생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p.170)

 

- 양육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는 페미니즘은 타자와 나를 연결된 존재로 바라봅니다. 타자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돕는 것은 물론이고 희생과 헌신 속에서 타자가 스스로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페미니즘은 인류 보편적 사랑의 정신이고 양성구유의 실천입니다.(p.176)

 

- 전체 속에 있는 부분들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모든 부분을 하나의 전체로 포섭시키는 것 혹은 일부분을 보고 이를 동일한 하나의 전체로 여기는 것, 이를 가리켜 우리는 동일성의 폭력이라고 말합니다.(p.178)

 

- 가부장제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리를 고정된 불변의 진리로 보고 이를 유일한 전체라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진리 이외의 다른 진리들, 다른 부분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단 하나의 진리 믿음 속에서 모든 개별사항을 예외없이 그 하나의 기준 아래 포섭하고 재단하려고 한 것이 문제입니다. 내가 가진 동일성의 사고가 다른 동일성의 사고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 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그리하여 이분법이 운동할 수 없고 고정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p.183)

 

- 우리는 역동하는 삶 속에서 늘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만 합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일들을 해석하기 위해 관점을 만들어 내고 적용해야 합니다. 부분들을 보며 전체를 떠올리고 규정하는 여러 관점 작업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때에 따라 늘 다른 관점이 발생되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 곳에 들어선 존재이며 삶이라는 변화하는 맥락 속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나 맥락이 바뀌면 같은 것도 달리 보일 수 있고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p.184)

 

- 역동하는 시간 속에서 매 순간 삶의 조건이 다르게 만들어지고 다양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경험하고 보는 부분들은 늘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때그때마다 우리는 그 맥락에 적합한, 그렇지만 앞선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부분을 보며 새로운 전체를 생각해야 합니다. 부분이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영향을 받은 전체는 다시 새로운 관점에서 부분을 바라보게 합니다. 전체와 부분은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규정하고 해체시키며 역동합니다. 그래서 해석은 달라져야 하고 다른 관점과 동일성의 원리가 지속적으로 생멸하며 전체와 부분의 구도는 운동하게 됩니다.(p.187)

 

- 지금 눈 앞에 드러나는 그 자체를 고정되고 불변인 진리 혹은 전체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 혹은 다른 부분들을 인식하기 위해 내면으로 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관점들 속에서 통일성을 부여하는 숨겨진 진리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말이나 글로는 완전히 표현할 수 없고 나만의 내적 체험에서 완전해진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진실을 보고 인정할 수 있는 힘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법입니다.(p.199)

 

- 언뜻 남녀의 차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 같은 페미니즘은 올바른 이분법 속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되 그 차이 있음이 차별 있음으로 가는 것에 대해 저항하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차이의 반대가 아닌 차별과 폭력, 지배와 종속에 맞서 양심을 묻습니다. 양심은 상식의 명제가 잘못 이해되고 흘러갈 때 바로잡도록 돕습니다.(p.212)

 

- 하나의 전체로 표현되고 통합되기 위해서는 온전하면서도 독특한 개별적인 주체들이 존재해야만 합니다. 즉 차이가 존재해야 합니다. 특별하고 고유한 개인들이 자유롭고 다채롭게 하나의 전체가 될 때 완전하고 아름다운 하나 또는 전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유는 차이를 전제합니다.(p.213)

 

- 다양한 관점과 자유로운 행위 속에서도 한계를 부여하고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진리가 있고 이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있을 때에만 소수의 자유가 아닌 모두의 자유가 허락된다는 것입니다.(p.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