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산문, 한겨레출판(2023)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하니포터 7기 서평]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산문, 한겨레출판(2023)

사람들에게 '카페'라는 공간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곳일수도, 타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일수도 있다. 또한 카페에서 느끼는 감정도 천차만별일 것인데, 눈물 젖은 채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타인의 악행을 들으며 분노하거나, 부드럽게 사랑을 표현하기도 할 것이다.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을 일상에서 떼어놓기는 어렵다.

이 책의 작가님은 본래 카페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일상의 카페를 편입시킴으로써 고통스러운 일상을 전환하고자 하였다. 사랑하는 대상들과 이별하고 멀어진 뒤, 혼자 남겨지는 과정은 평범한 일상성 자체를 두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벅스의 문을 두드린다.

스타벅스에서 번역 업무를 하며(작가님은 에세이스트이자 번역가이다) 보고 느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각 에피소드가 매우 간결한 편이다. 짧은 호흡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또한 각 에피소드마다 그 날 마신 스타벅스 음료에 대해 소개하기도 한다. 다른 카페 브랜드였으면 책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의 음료는 고유명사처럼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여러 음료에 대한 작가의 느낌과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평범한 일상 루틴을 견디기 힘들다고 느낀 적이 다들 있지 않은가? 그럴 땐 공간을 전환하여,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이 책처럼 카페에서 업무를 하는 것도, 무작정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도, 평소 가보고 싶지만 낯설었던 식당에 가보는 것도 모두 좋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변화에서 오는 환기를 느낄 수 있었다. 『스타벅스 일기』는 공간의 전환이 가져다주는 일상의 위로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 문장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어느 날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를 찾았다. ··· 더할 수 없이 쾌적한 환경이었다. 집에서는 한 줄 쓰고 우느라 못 쓰던 나무 이야기가 쭉쭉 잘 쓰였다. 눈물이 나도 집에서처럼 마음 놓고 울 수 없으니 애써 참게 된다.

스노우 바닐라 티 라떼는 올겨울 두 번째 신메뉴. '블랙티와 얼그레이티가 밸런스 좋게 어우러진 티 라떼'라고 한다. 언제나처럼 둔한 미각으로 “밀크티네" 하고 마셨다. 음료 위에는 스노우 폼을 올려 부드럽다. 이 부드럽고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몸도 마음도 노곤해져서 오늘은 집에 가서 잠이나 푹 자고 싶어졌다.

몸도 정신도 피폐해져서 집으로 오는 길에 스타벅스에 갔다. 그리고 불쌍한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초콜릿 크림 칩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당 따위, 나트륨 따위. 마음 힘들 때 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안도할 따름.

어떤 작가든 처음에는 ‘취향에 맞지 않네’ 싶다가도 단어 하나, 조사 하나 함께 호흡하며 번역하다 보면 동지 의식이 생긴다. 작업을 마치고 나면 이 작가와 나는 찰떡 궁합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별로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실수를 하면 자책하기보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다독이는 편이다.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실수라 해도 더 큰 금액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애써 진정한다. 오늘 일로 인해 앞으로 사이렌오더 주문을 더욱 신중히 하게 될 테니 유의미한 실수였다. 노트북 갖고 나가는 걸 잊어버릴까봐 어젯밤 자기 전부터 가방 챙겨놓은 게 무의미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