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
 재미없는 식사자리나 술자리에 계속 앉아 있고 싶지않다.
아니다 싶은 책을 끝까지 읽고 싶지 않다.
밤을 새우고 싶지 않다.
"잘 안 될 거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등등.

나는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일수록 때로는 서로에게 낯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 이상으로 ‘각자의 개체 로 흩어질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그러면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성숙해지고, 서로가 더 잘 보이게 되는 것 같아. 가족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기혼여성스스로에게도 엄마나 아내라는 ‘역할‘ 연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감당해야 할 그 모든 짐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솔직함‘은 살아가는 데 장기적으로 옳은 방법‘인 것 같아..
솔직함을 포기하면 당장의 불편함이나 위기는 모면해도 가면 갈수록 근본적인 만족을 못 느끼고 얕은 위안‘으로 겨우 연명‘ 하거든.

남들보다 조금 더 마음이 헤퍼서 조금 더 손해 보고 상처 입는다 해도,
그래도 역시 ‘줄 수 있는, 주는 법을 아는‘ 사람은
더없이 근사한 거 아닐까.

사람들은 왜 타인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까. 상대의 ‘다름‘을 어째서 섣불리 ‘틀림‘으로 낙인찍는 걸까. 

우리는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해. 그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엔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아무튼 내가 나의 생각을 존중하는만큼 상대의 생각도 존중은 하되, 휘두르지도 휘둘리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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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를 둘 더 낳을 것이다. 아이들과 하읽기와 철자법, 동사 변화를 연습할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 어떤 단어의 뜻이나 철자를 물어보면 나는 두 번 다시 "모른다"라고 말하지 않을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번 확인해볼게."
그리고 사전을 확인해볼 것이다. 지치지 않고확인해볼 것이다. 나는 사전과 사랑에 빠진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이 언어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운명에 의해, 우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나에게 주어진 언어다.
프랑스어로 쓰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강제된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한 문맹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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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직구에 용기는 웃고 말았다. 여자친구는 변하고를 던지는 적이 없었다. 당돌하게, 온당하게 사랑해달라고요구해왔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쉽고 직선적이어야 진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순리인 양 잘 굴러가야 맞는 거라고 말이다. 꼭 연애만 그런 게 아 니라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패기 없는 젊은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역경을 이기고 성취해낸다든가 하는 거,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될 일은 쉽게 된다. 이뤄질 사랑은 쉽게 이뤄진다. 약간 어려워지는가 싶어도 고비조차 순하게넘어간다.

"한 사람을, 모두는 무리지만, 한 사람만은 행복하게 해줄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을 쓰지 못하는 건 슈퍼 파워가 있는데 쓰지 못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에요. 내 슈퍼 파워를 선이씨를 위해 쓰게 해줘요."

회사도 멀쩡하게 다니고 있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괜찮지만 혼자 집에 있는 주말엔 상대적으로 힘겨워지는 편이었다. 가늘고 징그러운 회충처럼 혈관 사이를 뚫고 돌아다니는 불안, 조용한 자기 점검은 주말의 일과였다.
매일매일 누구나 겪는 모멸감과 비참함이 언젠가는 수위를 넘어설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정말 상태가 나빠질지도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있었다.

"아, 짜장이다. 쓰다 남은 짜장 가루가 있어."
"양도 딱 맞게 남아 있네."
선이의 특제 카레는 아니었지만, 짜장도 꽤 맛있었다. 때때로 인생이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고, 엉뚱한 것이 주어지는데 심지어 후자가 더 매력적일 때도 있다. 그렇게 난감한 행운의 패턴이 삶을 장식하는 것이다. 물론 매력적인 후자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최초의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고,
"다음에는 꼭 카레 해줘."
"알았어. 딱 준비해둘게."

마음을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할 때는 역시 진지해야 해,
재화는 먼 곳의 용기에게 중얼거렸다. 어디서 누구를 사랑하 고 있든 간에 신중히 사랑을 말하길, 휘발성 없는 말들을 잘 고르고 골라서, 서늘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 그 다음에, 늑골과 연구개와 온갖 내밀한 부분들을 다 거쳐 말해야 한다고. 그게 아니면, 그냥 하지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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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아끼는 거야.
너무 노력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노력해야 해, 이모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노력은 힘든 거잖아요. 제야가 중얼거렸다.
마음을 쓰는 거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거지..
제야는 일기에 이모의 말을 썼다. 언젠가는 이모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랐다.

이모는 애를 쓰는 걸까? 이모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건 아주 멋지고 좋은 일이라고 했다. 나는 이모가 애쓰는 걸까봐 여전히 두렵다.
이모의 말을 여기 적어둔다.
한숨이 날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아직 젊다. 지금도 나는 부자지만 앞으로 더 부자가 될 거야. 무슨 일 있을 때는젊고 돈 많은 솔로 이모를 생각해.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이모의 말을 적어둔다.
나는 절대 이모에게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도망칠생각으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모에게는 늘 웃으며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이모도 웃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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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예쁘다. 보는 사람을 웃음 짓게 한다. 꽃이 예쁜 걸까, 보는사람이 예쁘게 보는 걸까? 꽃은 꽃이다. 꽃은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피지 않는다. 보는 사람이 예쁘게 볼 뿐이다. 예쁘다는 말을 하려면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예쁘지 않은 무엇이 있어야 한다. 흔하디흔한 풀잎 사이에서 꽃은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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