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 최신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티아고는 순례자다. 우리는 그를 폐교회에서 처음 만난다. 사제가 되어야 할 재목이었다. 여행을 꿈꾸기에 소명을 거부했다. 사제는 교회를 위해 살아간다. 마치 양치기가 양을 위해 살아야 하듯 메여 있다. 아버지는 허락한다. 아들에게 재물을 주고, 아들의 바램대로 양을 살 수 있게 해준다. 아버지의 눈에 산티아고는 그다지 다른 삶을 살지 않는다. 안달루시아를 떠나지도 않았고, 선한 목자가 되었다. 금새 마을 소녀와 눈이 맞아 정착할테지.


그러나 신은 다시 산티아고를 부른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날 것을 허락했던 아버지에게 산티아고의 여흥은 기다릴만 했지만, 양들에게 메여 음식과 물만을 찾아 다니는 산티아고는 가여웠는지, 꿈을 보낸다. 소년은 지상의 기적을 꿈꾼다. 사막과 피라미드가 보이는 꿈. 그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집시 여인은 그곳에 보물이 있다고 한다. 살렘의 왕을 만나게 된다. 아불싸, 정착하긴 틀렸군. 이때 양 10분의 1을 내놓는다.


해협을 건너 탕헤르 항구에서 남은 양을 모두 잃는다. 사막을 건너긴 틀렸다고 생각이 들었을쯤 살렘의 왕의 조언과 두 돌맹이가 아직 남아 있단걸 상기한다. 크리스탈잔을 팔고 돈을 모아서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아랍어도 배운다. 이때, 전재산을 지불한 대가로 얻은 것은 다른 장소에서 사는 경험, 여행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익힘, 메카로 떠나는 것이 꿈이지만 결코 떠나지 못하는 중년의 인생과 마주함이다. 양치기를 버리니 사막을 건널 준비가 조금은 되었다.


산티아고는 되돌아가서 다시 양치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상의 기적과 보물에 이끌려 사막을 건넌다. 책에 파묻힌 영국인을 만나다. 그는 연금술을 공부한다고 한다. 산티아고도 연금술을 배워보려 하지만, 그에겐 사막이 더 유혹적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정과 밤의 휴식과 모닥붉. 부족간의 전쟁이 이어지는 두려운 땅. 양들마저도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한 땅. 광야이다. 아랍어를 배웠듯 사막에서 사막을 배운다. 살렘(오아시스)에 도착한다.


왜 피라미드일까? 예루살렘은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함께 한다면 어째서 로마에게 무너졌겠는가. 피라미드를 향해 떠나는 여정은 오아시스 마을에서 잠시 멈춘다. 파티마를 만난다. 소년과 소녀는 사랑한다. 매의 오멘(표지)을 읽는다. 습격이다. 사랑하는 소녀와 살렘을 지키기 위해 소년은 목숨을 건다. 마크툽. 낙타잡이에게 배운 아랍의 아멘. 산티아고는 쓰여진 것을 바꾸었을까? 그가 쓰여진대로 지켜낸 것일까? 알 수 없다. 그러나 연금술사가 나타나고 그에게 말한다.


너는 누구이길래. 감히 오멘을 읽는가. 어째서 이곳에 있고 어디로 향하는가 말한다. 파티마를 두고 떠난다. 재회를 꿈꾸며 더 깊은 사랑을 느낀다. 파티마는 무하마드의 넷째, 막내 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녀의 위상은 그리스도교의 성모에 비견될 만하다. 오아시스에 다다른 소년은 자신이 이미 지상의 기적들을 마주하고 있다는걸 여렴풋하게 느낀다. 파티마의 가호였을까? 산티아고는 예언을 행했다. 연금술사는 어린 예언자에게 길을 인도하기 위해 사막을 건넌다.


사막에 갇힌다. 부족 전쟁에 휘말렸고, 모든 재산을 내놓았고 간신히 사흘을 벌었다. 연금술사는 담담하게 말한다. 충분한 시간이다. 바람이 되어여라. 나는 이미 바람이 될 줄 안다. 소년은 기적을 행하여야 살아남는다. 오랜 성서의 숱한 예언자들처럼. 다행하게도 바람이 되기만 하면 된다. 불도 물도 대지도 아닌 바람이다.  연금술사는 물질만이 아니라 영혼을 꿰뚫어보고 연성하는 대가인듯 하다. 산티아고는 그는 본디 순례자이고 그는 살아 숨쉬는 이상 여행하고자 한다.


숨을 쉬는 것과 바람이 되는 것은 산티아고에게 있어서 같다. 모두 여행이란 자아 신화를 향한다. 납이 금이 되는 연금술의 변환처럼 둘은 서로 뒤바뀔 수 있다. 사막의 인간은 사막을 통해 이 진리를 느끼지만, 이것을 온전히 알지 못하고 죽는다. 인간은 진리의 문을 오직 죽음 다음에서야 마주하게 되고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며 잊는다. 그러나 그 진리가 어딘가 쓰여져 있단 것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창조를 보고 싶고, 완성을 보고 싶고,  연금술을 보고 싶어한다.


바위 산에 오른 소년은 모르는 사막을 부르고, 사막은 바람을 부르고, 바람은 태양을 부른다. 이들에게 소년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자연은 진리를 안다. 그러나 사랑을 모른다. 소년은 자신의 목숨과 사랑을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통해 신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산티아고의 여러 여정 중 하나의 여정이 이곳에서 끝난다. 신을 향한 여정이 완성된다. 기적이 완성되고 바람이 된다. 소명을 거부했던 이유는 교회가 아닌 신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일까? 그렇기에 파티마가 인도해줬던 걸까.


이후 여정은 피라미드를 향한다. 연금술사가 납으로 금을 만드는 연금술을 보여주지만, 소년은 배우지 못한다. 산티아고는 숨쉬는 생명으로부터 바람이 되어, 원소가 되어 자신의 연금술을 보여줬다. 굳이 더 배워야 할 이유도 가르쳐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 연금술사 자신이 금을 연성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둘은 헤어진다. 소년을 아들이라 부른다. 연금술사에게 천사가 깃들 것일까? 알 수 없다.


이때, 소년에게 연금술사는 그리스도를 만난 로마의 백인대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어째서 이 기도가 널리퍼졌는가. 연금술사는 그때 평범한 사람이 기적을 행하는 것을 보았다. 신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기적이다. 소년이 바람이 되는 것 또한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가 될 것이라 말한다. 소년의 일생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기도할 때 마음 속에 그리는 이야기로.


마지막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꿈을 꾸었지만 안달루시아 교회로 떠나지 않은 청년은 아무 것도 겪지 않았다. 그는 보물이 그곳에 묻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악한지 선한지 알수 없을 유혹에 따르지 않았다. 나 같은 놈들이 세상에 널렸는데, 그곳까지 간다고? 그건 너무 위험하잖아. 산티아고는 바람보다 빠르게 재회하고 싶은 사막의 여인을 만났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보물은 거기에 있다.




여기서부터는 나의 추측이다.

1. 파티마는 성모 마리아다. 산티아고는 그 소녀를 다시 만나진 못한다. 이 소설의 모든 인물들은 산티아고를 제외하고는 보통명사로 이름붙여져 있다. 파티마 예외일까? 아닐 것이다. 그녀는 사랑을 가르친다. 기적을 향하게 한다. 그리고 널리 여행하게 한다. 파티마는 포르투칼의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코엘료는 포르투칼어로 글을 썼다. 아래는 위키피디아 파티마 항목이다: “파티마의 유명한 성지인 대성당은 1917년 세 어린이가 파티마의 성모를 목격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름이 무엇이냐는 어린이들의 물음에 대해, 여인은 “나는 로사리오의 성모다.”라고 대답하였다. 어린이들은 코바 다 이리아라고 불리는 목초 지대에서 성모 발현을 경험한 것이었다.”


2. 보물은 폐교회에 있거나 없거나 알 수 없다. 신은 결코 부를 약속하진 않는다. 스스로 일궈내는 것이다. 건강과 생명의 은총만을 내려주지 부를 내려주진 않는다. 낙태잡이 아저씨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첫 장면의 폐교회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째서 산티아고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할까. 나는 그곳에서 산티아고가 파티마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아시스를 지나서 파티마를 데리고 교회로 가도 되는 것인데, 어째서 먼저 보물을 얻고 파티마와 재회할 것을 꿈꿨을까?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물은 파티마다. 소녀로 발현했던 성모가 이번엔 진정한 모습으로 산티아고를 기다린다. 내가 생각하는 엔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