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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하구이야기
윤성규 외 지음, 윤봉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하구란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려 하니, 뭔가 쉽사리 잡히지 않은 채 입 밖으로 뱉어지지 않고 맴돌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으로 책을 열자마자 바로 친절하게 나와 있는 하구의 뜻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민물과 짠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의 물의 염도는 어떨지, 모습은 어떨지, 어떤 생물들이 살아갈지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민물과 바닷물은 어떻게 섞일까? 주걱으로 저으면 생기는 모양처럼 원형으로 섞일까, 아니면 약한 파도가 강물을 조금씩 쓸어가는 걸까? 모든 궁금증은 이 한 권의 책으로 풀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하구이야기'는 하구에 관한 여러 내용을 폭넓게 담은 구성이 돋보이며,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쉬운 설명과 삽화, 사진으로 흥미를 돋운다.


'하구는 어떤 곳인가?'

  전혀 다른 성질의 물길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장소인 하구는 강으로 운반되어 쌓이는 퇴적물과 바다의 파도가 영향을 주어 끊임없이 변화되며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책 속의 남해와 서해, 동해의 하구 사진은 각기 다른 고유의 하구 모습과 여러 형태를 한눈에 보여주어 훌륭한 참고자료가 된다.

  하구 주변에는 염분기가 있는 습지, 느린 물흐름에 따라 퇴적되어 만들어진 삼각주, 갯벌, 바다의 모래가 육지로 이동되어 쌓인 해안 사구, 모래 둔덕이 쌓여 바다와 고립된 호수 석호 등 다양한 환경이 공존한다. 이런 환경은 여러 생물에게 중요한 서식처의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가 하구 쪽에서 갈대를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는 염분 변화에 잘 견디기 때문이며, 그러한 식물들은 파도와 홍수 조절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니 조화로운 생태계의 한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하구에는 어떤 생물들이 사는 걸까?

  하구에는 새들의 먹이가 많아 왜가리, 솔개, 고니, 기러기, 백로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은 물론이고, 염분에 대한 적응력울 가지고 있는 숭어, 전어 등 여러 어종들에게도 중요한 서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는 연어와 바다에서 알을 넣아 하구 주변으로 돌아오는 뱀장어와 같은 회유성 물고기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와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의 차이점을 통해 삼투 현상에 대해 공부를 할 수도 있는 부분은 꽤 유익했다. 하구의 바닥에서 사는 게, 조개류 등도 빠지지 않고 소개된다.


문명이 꽃피는 하구

  비옥한 땅과 풍부한 먹을거리로 인류의 4대 문명이 꽃핀 하구 지역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용하고 살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단순히 먹을 것을 얻던 시대에서 간척과 매립을 통해 좀더 적극적인 이용방법을 취하는 시기로 변하게 되며, 대표적인 인공 구조물로 하구둑과 보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 간척사업 하면 한참 발전이 이루어지던 60년대인 것 같은데, 놀랍게도 고려시대에 이미 쌀을 확보할 목적으로 강화도 부근을 간척했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간척은 공단이나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차이점이며, 그로 인한 공해와 자연환경 파괴의 문제는 다음 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하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논란이 되었던 새만금 사업처럼 각종 개발로 인해 자연하구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람을 위한 작업으로 생물들의 서식처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음만 아파하고 끝날 일이 아니며, 파괴된 먹이사슬로 그 후유증은 날로 심각해질 것이다.

  책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하구를 어떻게 보존하고 있는지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뜻밖이었던 것은 네덜란드의 사례이다. 바다보다 낮은 땅의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간척사업을 벌였던 네덜란드가 이젠 매립했던 땅을 다시 허물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자연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더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홍수피해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간척을 한다니, 어릴 적 배웠던 자연 극복의 사례가 자연친화 정책으로 바뀐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하구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각종 관련법을 제정해 관리하고 있는 나라이며, 독일은 모든 하구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정했으며 조용히 갯벌을 걸으면서 느끼는 생태관광만을 하고 있단다. 


  우리는 하구를 너무 막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풍부한 먹이로 생물들의 서식처와 환경 정화 역할을 담당하는  갯벌도 하구의 한 모습인데, 갯벌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지나친 체험활동으로 게 한 마리 보기 힘들었던 몇 년 전 서해안 갯벌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병마다 잡아가던 작은 게들이 안돼 보여 그건 왜 잡아가느냐고 괜히 퉁명스레 물었던 것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체험활동도 캐고 잡아오는 것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발과 보존의 문제는 한쪽만을 밀어붙이고 다른 한쪽은 배척할 수 없게끔 양자가 다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미래 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위해서 그간의 개발 위주의 정책에서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반드시 바뀌길 바란다.


  끝마무리로 실린 탐구활동에는 우리나라 하구 조사해보기와 달걀분수 만들기와 같이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이 실려 있다. 또한, 칠게의 알이 어른 칠게가 될 때까지의 그림표를 보면서는 자연 속에서 또는 사람으로 인해 당하는 수많은 수난에 놀랐고, 새삼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도 소중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벗삼아 자라나기 힘든 요즘의 아이들에게 하구의 모습과 생태작용에 대해 알려주고 보존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매우 유용하며,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야 할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마지막 장의 의미를 아이들이 깊이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뜻한 햇살이 기분좋게 내리쬐는 요즘, 책에 소개되어 있는 가까운 곳의 하구에 나가 관찰하고 느끼는 체험활동을 한다면 책을 읽은 느낌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아갈 때, 자연을 이용하는 현명한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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