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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평점 :
나는 유시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유시민의 과거 이미지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는 늘 '논리(logik)' 우선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다. 최근에 들어서 그의 이미지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꽤 유해지긴 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아직도 어딘가 차갑게 다가온다. 그 원인은 그가 여전히 감성과 소통 그 이상으로 논리라는 툴(tool)에 자신의 사고 원칙을 기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다만 아직도 그는 논리우선주의자이다. 여전히 꽤 차갑다. 그의 개인주의자적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다. 과거 그가 TV에서 논객으로 전면적으로 활약할 때,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반대했다가 찬성하면서 논리라는 도구를 이리저리 이용하며 설득력 있는 논증을 펼칠 때, 어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논리를 '연장'처럼 사용한다며 그를 비판했다. 오죽하면 TV에 나온 유시민은 꿈에서도 토론을 한다고 밝혔다. 그정도로 그는 논리를 중시한다. 그것은 극도의 빠도 만들지만, 동시에 극도의 까도 생산한다. 유시민도 이 점을 그의 책에 썼다.
그것과 별개로 나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그의 책에는 큰 공감을 표명하고싶다. 이 책은 글쓰기 책이라기보다는 유시민 자신의 사고체계와 그에 대한 항변으로 들렸다. 왜 유시민은 논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가? 그는 자신의 3가지 원칙을 말한다. 첫째, 취향과 주장을 구별하고, 둘째, 주장은 논증하며, 셋째, 주제에 집중하라. 그렇다. 이런 원칙을 평소에 품고사는 사람은 논증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고 논리라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학생운동 하던 시절 책을 요약하고 토론을 하고, 그에 따라 글을 쓰며 점진적으로 자신의 글쓰기 기술을 발전시켜 온 일화들은 유시민 개인의 경험이고 직접 체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 그것은 타인에게도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개인이 직접 시도해서 얻은 효과있는 글쓰기 능력 향상 방법이기 때문에 그것은 연역은 아닐지라도, 귀납적이다. 그래서 그것을 논박하거나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의 글쓰기 저서에 대한 리뷰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유시민의 '문체반정'"이라는 리뷰로 이달의 당선작이라는 딱지까지 붙어있었다. (https://blog.aladin.co.kr/757848145/7566363)
얼마든지 유시민의 저서에 대한 비판이 가능하다. 오히려 저자 유시민도 그러길 바랄 것이다. 문제는 다시 '논리'다. 저 리뷰는 논리라는 측면에서보자면 형편없는 오류를 수도없이 범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의 당선작'이라는 것이, 글 자체의 퀄리티와 논증의 밀도에 대해서는 별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시종일관 저 리뷰어는 유시민이 자기 글뿐 아니라 남의 글을 가져와서 잘못되고 그릇된 문장을 수정한 행위를 지적한다. 저 리뷰어 생각에는 유시민의 그런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왜 잘못인가? 리뷰어는 말한다.
(1) 유시민은 무자비한 잣대로 남의 칼럼이나 정책 관련 글을 첨삭했다.
(2) 유시민은 다른 사람의 글을 서슴없이 비교 삼아 평가했다. 이것은 시대성을 간과하고 겸손함이 부족한 것이다.
(3) 유시민은 비속어를 그대로 상요했다. (p.193)
(4) 유시민은 나 리뷰어로 하여금 정조의 문체반정까지 상기시키게했다.
우선 (1)은 논리가 아닌 감정이 가득 담겨있다. "무자비한 잣대"라면 왜 무자비한가? 그것에 대한 논증이 없다. 남의 잘못된 문장을 가져와서 그것을 예시로 수정을 하면 그것이 "무자비한 것"인가? 왜 무자비한가? 나는 이런 황당한 주장이 사람과 글을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왔다고 본다. 사람은 글이 아니다. 그 사람이 내뱉은 논리나 문장을 비판했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를 공격한 것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은 유시민이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리뷰어는 책을 똑바로 읽은 것일까?
(2) 역시도 문제가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비교 삼아 평가하는 행위는 시대성을 간과한 행위인가? 왜 시대성이 나오는가? 그리고 겸손함이라니? 유시민의 책에서는 논증과 논리를 강조한다. 그가 이 둘을 묶어서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평등과 민주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글도 비판할 수 있다. 또 나의 글 역시 비판될 수 있다. 거기에 겸손함이나 선비 빙의할 필요가 없다. 남의 글을 평가하는게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어떤 측면에서 겸손함이 없다는 것인가? 그러면 문학 평론가들은 남의 글을 평론하기를 밥먹듯이 하는데 이들은 인간성이 상실된 집단이라는 것인가? 오직 자기가 쓴 글만을 평가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발상은 무척 반민주적(antidemocratic) 발상이다.
(3) 유시민이 비속어를 사용했다면서 리뷰어는 페이지수까지 달아놨다. 책을 열어 해당 페이지를 찾아봤다. 아마 "보그병신체"를 말하는 것 같다. 이것이 비속어 이전에 인터넷상에서 과도한 인문학적 허세체를 지적하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는 것을 리뷰어는 알았어야했다. 이런 것을 허공에 뻘짓같은 비판이라고 한다. 논리학에서는 허수아비 논증이라고한다. 유시민은 친절하게도 이 용어가 자기가 창조하거나 의도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 외부의 표현을 가져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 ") 마크까지 쳐놨다. 유시민에 대한 감정이 앞서다보니 유시민이 말한 세번째 원칙, 주제에 집중하지 못해 논리없는 헛발질을 한 것이다.
(4)도 과한 오버라고 본다. 윤창중의 글을 첨삭하는 부분에 어떤 판타지가 뇌에 떠오르건 그건 그 사람 자유다. 그러나 문제는 그 근거다.
리뷰어는 말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영향으로 선비들의 글이 단정치 못하다고 판단한 정조는 '자송문'을 지어 올릴 것을 명했고 그 중에 박제가라는 실학자가 끼여있었다. ~ 박제가는 정보에게 비옥희 음송인이란 글을 지어 올렸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중략) ~ 이 글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했음을 느낄 수 있다."
두번째 헛발질이다.
첫째, 유시민은 정조가 아니다. 그는 왕도 아니가 뭣도 아니다. 그는 그저 잘못된 문장을 더 낫게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수정했을 뿐이지 왕이나 권위자의 포지션에서 그렇게 하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 예시(simple example)이다.
둘째, 유시민이 윤창중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없다. 어디 부분에서 억압했는가? 문장을 수정하는 것이 "그 사람의 개인 자유를 억압하는 것"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주변 지인들로부터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의 논술학원 선생님들은 모두 타인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유탄압자들이 된다. 논리가 없으면 이렇게 헛발질을 한다.
덧붙여 하나를 더 말하자.
리뷰어는 유시민이 "단문 쓰기"를 강조했다는 것에도 불만을 나타낸다. 나름 엄숙한 문체로 유시민을 혼내듯이 비장한 각오로 그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끝맺었다.
"진정한 글쟁이라면, 단문이든 장문이든 자신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자유롭게 개성이 표현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는게 아닐까."
유시민은 이 책에서 독해를 계속 강조하는데 리뷰어는 또 엉뚱한 독해로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를 범하고있다. 세번째 헛발질이다.
이 책에서 유시민이 단문 쓰기를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문만 쓰라고하지 않는다. 그는 단문을 위주로 하지만 장문을 써야할 때는 쓰라고 한다. 그의 책을 보자.
"복문은 무언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게 좋다." (199page)
유시민이 단문만 쓰라고 했다면 저 비판은 그래도 최소한의 설득력을 담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유시민은 단문을 위주로 쓰라고 했지 장문을 쓰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해서 "독해"와 "논리"를 시종일관 강조한다. 그점에서 보자면 저 리뷰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고, 비판의 논리도 형편없는 리뷰다.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