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술 - 최고의 승부사 트럼프의 이기는 전략
스콧 애덤스 지음, 고유라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100자평에도 적었지만 나는 우연히 이 책을 아는 지인으로부터 원서로 받아 읽었다. 전공이 영어인터라 이런저런 원서를 지인들과 공유하며 읽지만, 사실 받아두고도 안 읽고 서재에 쌓아두는 책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Win Bigly)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영어도 무척 쉬운 영어로 쓰여있어 손에 잡히자마자 다 읽어버렸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내용이 워낙 조잡스럽고 과장이 심해 웃음만 나왔다. 이 책의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바보들이 있을까? 이 책에 쓰여있는 것은 프로프간다(propaganda)나 사회심리학의 아주 저단계의 설득 방법론들에 불과했기 때문에 과연 정말 이런 장난같은 내용에 속아 넘어가는 바보가 있을까? 나는 퍽 궁금했다. 


그런데 대형 메이저 온라인 서점이라는 곳의 서평들을 보니 의외로 평들이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이 책을 읽고 토론 대회에 나갔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토론의 기술 같은 것은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 책에 나온 것은 오직 "우기기"뿐이다. 


물론 책의 저자 자체가 논리와 팩트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저자의 주장은 논리와 팩트도 없이 설득된다는 것인데, 논리학(Logic)이나 비판적사고(Critical Thinking)를 교양수준으로라도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일종의 '사기'이기 때문이다.  


미국 아마존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정치학 서적이나 설득 관련 이론서로 분류하지 않고있다. 이 책은 서구에서 "Political Humor", 즉 정치 유머 서적으로 분류되어있다. 이 책의 내용은 웃기다. 진지하게 쓰였다고 보기도 힘들고 전문가가 쓴 것도 아니다. 그저 만화가, 그것도 Trump의 Fanboy가 자신이 느낀 바와 트위터에 써왔던 자기 글들을 하나로 묶어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비논리적으로 비설득적인 망상만을 늘어놓는다. 


트럼프 당선이 자기 때문이라거나, 자신이 설득의 대가라거나, 자신이 최면의 전문가라는 주장들이다. 


스콧 애덤스의 이러한 주장은 모두 근거없는 망상으로 서구 사회에서 철저하게 조롱만 당했다. 그를 지지해주는 것은 트럼프 지지자들 뿐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 지식인들은 트럼프 팬보이 스콧 애덤스를 논리와 팩트로 무참히 두들기고 있다. 스콧 애덤스의 트위터는 오늘도 조롱의 멘트들이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 공화당 의원들이 살해당한다고 썼던 과거 트윗이 문제가 되며 "자 그래서 지금까지 누가 살해되었나?"라는 조롱의 답변만이 그의 트위터에 달리고 있다. 


더구나 설득의 신이라며 스콧 애덤스가 추종한 트럼프는 결국 재선에 실패했고 그의 트위터 계정도 증발했다. 뉴욕 검찰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가족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백신 부스터샷을 맞았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의 열성 지지자들도 상당수 등을 돌리고 있다. 더구나 미 의회 무장 습격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설득의 전문가라기에는 어딘지 모습이 안 어울린다. 


한 영국인은 이 책의 출간 이후 스콧 애덤스의 행동을 지적하고 있다. 


"책이 출판된지 얼마 되지 않아 스콧 애덤스는 먼저 블로그 섹션을 끄고, 팟캐스트 형식으로 전환했다. 이것은 아마 더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그는 딜버트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블로그까지 삭제했다."


자칭 설득의 전문가라는 스콧 애덤스가 보인 행동치고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는 그에게 몰려드는 수많은 물음표에 '설득'이라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가 한 것은 블로그를 삭제하고 더 깊숙이 소수의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에게, 자신과 생각이 같은 부류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설득'이라는 것은 반대 입장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빛이나는 것이 아닌가? 이래서 이 책은 아마존에서는 '정치유머'로 분류된 것이다. 


한 미국인은 객곽적인 사실을 부인하고 세상은 자의적인 필터로 해석된다는 스콧 애덤스의 반복되는 주장을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독약을 마시면 사망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진정한 설득은 팩트와 논리에 기반해야한다. 그리고 팩트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한다. 이것은 아주 기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1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100페이지에 반복된다. 


안타깝게도 1+1이 3이라고 1000번을 반복해도 2라는 팩트는 변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자. 이 책을 읽고 토론대회에 나갔다는 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논리 대결에서는 완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는 이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정신승리"라고 부른다. 


한 미국인 독자의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자. 


Sleight of hand is not persuasion. (속임수는 설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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