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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갈증 ㅣ 페이지터너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빛소굴 / 2024년 6월
평점 :
『사랑의 갈증』
광기
에쓰코의 감정은 사랑인 것 같기도 했다가도, 집착인
것 같기도 했다가도, 질투인 것 같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에쓰코의 감정은 많이 이야기되던 것과는 어딘가 비틀린 구석이 있었다.
‘아직도 나는 그 힘을 이해하지 못한다(70).’ 책을 다 읽고도 계속 에쓰코에 대해, 사랑에 대해 곱씹게 된다. 사랑이란 무엇일지 갈증을 느끼게 된다. 에쓰코도 사랑에 대해 혹은 사랑으로 인해 갈증으로 속이 타올랐던 것이 아니라,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대한 의문으로 인한 갈증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한편 에쓰코 뿐만 아니라 야키치, 사부로의 감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이 든다. 사부로는 ‘사랑한다. 안 한다.’ 라고 나누려 드는 사람들을,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그저 욕망했을 뿐이었다. 야키치는 에쓰코를 항상 생각한다. 에쓰코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그녀의 일기를 훔쳐보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에쓰코는 일기에도 솔직한 마음을 쓰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이 자기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질 수 없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일기를 본다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자기 스스로도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녀가 소리를 질렀을 때 나타났던 것도 야키치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나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고려하여도 두 사람의 관계는 순수한 사랑으로만은 표현되기 어렵다. 야키치의 감정은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나는 그저 격동하는 열기를
지니고 있는 이 세 사람이 광기에 빠져있다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