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캔들 -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박은몽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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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가수. 철학자등 예술가들의 불꽃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책.


루 살로메. 사르트르와 보봐르. 조지아 오키프. 하나 아렌트와 마르틴 하이데거.

조르주 상드와 쇼팽.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 이사도라 던컨과 세르게이 예세닌.

에디트 피아프. 로뎅과 클로델. 랭보와 베를렌. 프라다 칼로와 디아고. 모딜리아니.

윤심덕과 김우진. 유치환과 이영도. 존레논과 오노 요코.


운명적 만남과 불꽃같은 사랑이 예술가들만의 몫은 아니겠지만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저들에게 사랑은 파멸을 재촉하는 독이자 영감의 촉매가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사랑이란 감정의 유희를 만끽했든, 비극과 파멸로 치달았든 사랑이라는

감정의 격류속에 그들은 숱한 불멸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저들은 사랑했기에 행복하였어라.가 아니라 사랑했기에 예술작품이 나왔어라.인 셈인데

어쩌면 어쨌든 불멸의 예술작품이 만들어졌기에 사랑해서 감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저들 사랑중 가장 애틋한 것은 이룰 수 없어 지켜봐야만 했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스승의 아내 클라라 슈만을 사랑했지만 이루지 못한 채 지켜만 봤던 브람스.

사랑했지만 가정을 깨지 못하고 감정의 유희만 즐겼던 유치환과 이영도.


저들 사랑중 가장 불편했던 것은 사르트르와 보봐르. 루 살로메는 사악하게 느껴졌고

가장 비극적인 것은 동반자살했던 윤심덕과 김우진. 희생당한 카미유 클로델이지 싶다.


예술가들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은 결국 재가 되었어도 흔적을 남겼다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유형의 사람은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우진이 윤심덕을 피했다면 그는 그냥 감수성을 지닌 평범한 극작가로 살았으리라.


영감을 쫒다가 아님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술과 약에 쩔고 일탈이 일상였던 예술가들.

예술가였음에도 남여간 상열지사를 넘어선 브람스의 사랑도 물론 있기는 하다.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 클라라 슈만이 죽은 후 브람스의 한탄섞인 말이다.


어느 한쪽 아님 모두의 희생을 요하는 불꽃사랑은 그만큼 비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고 평범한 사람은 그런 사랑을 피해 온유한 사랑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랑이 끝날 쯤 타성에 젖어 일상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의 사랑은

감당할 수 있는 사랑이어야 할테고 무엇보다 엔딩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랑은 신의 선물이 아니라 악마의 유혹일지 모른다.

유치환의 플라토닉한 사랑도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평범한 이들의 몫은 아니기에..

예술성의 이면은 악마성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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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 정답이 없는 시대 홍종우와 김옥균이 꿈꾼 다른 나라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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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조선에 햇불처럼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졌던 두 사람의 이야기.


늘 틀어지기 마련인 사랑의 짝대기마냥 엇갈리는 운명. 악연의 굴레.

꿈은 있었으나 누구의 꿈도 실현되지 않은 역사의 두 인물. 김옥균과 홍종우.


역사를 돌아볼 때면 늘 그렇듯이 진실의 조각들을 짜집기해 완성해야 할

진실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 것인지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역사서는 역사서일 뿐으로만 존재하고 배워야 할 제대로 된 역사서는 어디에도 없다.

그럴 듯한 추론만 있고 진실을 위한 증거는 빈약하거나 훼손된 채 거의 없다.


가만있어도 출세가 보장되는 집안이 있고 나름의 영민함과 친화력이 있던 김옥균.

조선의 개화를 위해 쪽발이를 이용하려 했지만 역으로 이용만 당한 채 버림받은 풍운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편했을 그의 모험은 슬픔과 안타까움. 피끓음과 한숨을 가져온다.


반면 무언가를 해서 그가 했던 무언가마다 역사의 미운털이 박힌 홍종우.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만 어떤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님에도 결과가 그리 되버린 남자.

김옥균을 죽이고 그를 발판삼아 관직에 진출했지만 소신과 원칙을 고수했던 홍종우.

그는 그냥 숱한 민초들처럼 스쳐가는 역사의 엑스트라. 피해자로 끝난 셈이다. 


김옥균이 꿈꾼 조선은 일본처럼 개방되고 서구화된 문명국가. 자주국가였다.

홍종우가 꿈꾼 조선은 조선만의 특색과 장점을 지니고 보존한 왕권국가였다.


김옥균은 친화력이 좋고 일본어에 능통했으며 단발령전에 단발을 하고 양복차림을 했다.

홍종우는 퇴장할 때까지 도포와 갓을 버리지 않았고 대원군과 고종의 초상화를 지녔다.


김옥균은 늘 주연이며 리더였고 홍종우는 늘 엑스트라였고 시다바리였다.


어린이 위인전집마다 꼭 끼는 김옥균과 달리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홍종우.

홍종우는 조선인중 최초의 프랑스 유학파 또는 방문자로 춘향전과 심청전을

프랑스에 번안 소개한 한 인물이기도 하다.

개화사상을 공유했던 명석한 번역자에서 희대의 정치적 암살자로 변한 홍종우.

그는 끝까지 근왕파로 남은 온건개혁파 또는 보수개혁파로 분류할 수 있을 듯 하다.

근왕파로서 보부상을 끌어모아 만민공동회를 습격하고 독립협회 해산을 주도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개혁파는 물론 왕당파나 보수파로부터도 배척당한 아웃사이더였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도 하지만

패자에겐 관용과 아량이라도 있는 반면 이용당한 아웃사이더는 흔적조차도 없다.


김옥균은 일본에 이용당했지만 시대정신이 있거나 당시의 시대정신을 끌고 간 반면

홍종우는 시대를 고수하다 시대에 이용당했을 뿐이기에 역사의 냉대를 당한 듯 하다.


풍운아 김옥균의 암살과 죽음에 일본은 방관한 책임이 있음에도 그 후의 일본 행보는

그가 살아있을 때만큼 정치적으로 이용만했고 조선과 청은 의미없는 희생만 얻었다.

홍종우는 개화파이면서도 길이 달랐을 뿐이라 했지만 그 역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 대로 급변하는 세상과 역사적 평가에서 설 자리를 잃었을 뿐이다.


홍종우는 비판만 남고 오명만 뒤집어 쓴 채 역사의 무대에서 쓸쓸히 흔적없이 퇴장했다.

반면 김옥균은 가족은 전몰하고 시신마저 능지처참을 당했음에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비운의 혁명가 김옥균 그의 삶과 죽음을 극명하게 설명한 추모비의 헌사다.

"오호라. 슬프도다.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비상한 시기를 만나 비상한 공이 없이 비상한 죽음만이 있도다."


좀더 일찍 망했어야 했을 조선이 나무뿌리처럼 구차하고 질기게 버티던 19세기 말.

악연였던 둘의 운명은 그 둘보다 더 비참하게 살거나 죽어간 이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우선. 당장. 삼일만에 실패로 끝난 갑신정변.

실패한 혁명은 주도자와 공모자. 단순 가담자 모두 비극으로 끝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남겨진 부모와 형제. 부녀자와 애들마저 모두 자살하거나 잡혀 죽임을 당했다.


임오군란. 갑오경장. 동학혁명. 을미사변. 각종 민란과 봉기. 청일전쟁. 러일전쟁...

정답이 필요한 시기에 답을 찾지못해 버벅대던 때에 맞물린 억울한 죽음들이 너무 많았다.


하긴 좁은 땅 한반도의 역사는 아직도 여전히 격변의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뒷얘기를 재미있게 소개한 책이다. 한편의 영화보다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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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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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가 쓴 심리 스릴러 범죄소설.


이 작가의 소설들은 영국. 프랑스.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들처럼

심리묘사와 몰입도. 완성도가 높아 흔한 통속소설로 치부할 수 없는 소설이다.


저자는 챕터마다 소제목을 붙이는 대신 시간을 붙여 대신하여

시간의 흐름이 강조됨으로써 강박과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듯 하다.


우리나라의 소설가들에 비하면 이 독일작가는 다작임을 감안할 때..

완성도는 물론 독자를 끌고가는 몰입도에서도 놀라움을 금치못하게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고 따귀 한대쯤 맞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한 가족 전체의 행복과 남겨진 이들의 여생이

망가진 채 지옥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면 복수는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들을 응징한 거요. 내가 아니었으면 그들은 끝내 죄값을 받지 않고 살아갔을

겁니다. 나는 충분히 가치있는 일을 했고,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여."

"차라리 지금이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책 말미의 이 말에 나는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지막 말에는 연민마저 느낀다.


정상인 사람과 괜찮은 사람은 없다. 다들 정상인 척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는 지 모른다.


나태하고 부패해진 공권력을 대신한 사적복수에 대한 법적 제재는 미필적 고의에 대한

제재처럼 완화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적복수가 만연하고 당연시되면

때로 동물만도 못한 인간들의 사회는 아사리판을 넘어 아수라판이 될것이다.


허나 삶이 망가져 삶의 의미를 잃고 고통으로만 점철된 이의 입장은 분명 다를 것이다.

복수는 자기를 더 망치고 주변까지 민폐를 끼치지만 쿨하게 털어내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

그럼에도 살아남은 자는 슬픔과 좌절. 고통을 넘어 삶이 주는 선물을 찾는 게 맞지 싶다.


어찌보면 스토리 뻔한 범죄 스릴러소설인데 이런 책을 상황과 맞물린 조연들의 처지와

심연을 툭툭 건드리는 심리묘사로 몰입도와 완성도를 높이며 지루하지 않게 600페이지

장편소설로 끌고간 점이 이 저자의 실력이고 매력이다.


"현재는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파국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의 기대는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고 공포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사람은 혼자 생각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모든 일의 시작은 악의없이. 사소하고 평범하게 시작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갈 때조차도 어두운 실상을 보여주려 하지 않아."


"한계상황에 직면했던 사람들은 절대 예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상처는 영원히 남는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트라우마와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 평생토록."


이 화두에 대해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답하듯 말한다.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는 거야.

일단 지금은 차를 끓이는 거야. 새미가 마실 코코아도 끓여야겠지.

그런 다음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퀴퀴한 공기를 몰아내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여는 거야.

앞으로 인생이 얼마나 힘들지는 몰라도 살아가야 하니까.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인생을 다시 찾게 되었으니까."


정답은 없지만 작중의 내가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은 이런 식 또는 이것 뿐이다.로 들렸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야.란 대사가 오버랩됐다.


작중인물중 시나리오 작가가 정신적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통해 컴퓨터와 휴대폰도 안터지는 세상과 단절된 곳으로 휴가를 떠난 대목이 있다.


지치고 피로가 누적된 게 아닌가 추측케하는 저자의 좋은 소설을 계속 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재능있는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써 잘 만들어진 책을 보는 재미는

식탐이 그닥인 내게 맛집을 탐방하는 것보다 더 큰 삶의 선물이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다른 아이. 죄의 메아리. 보다는 조금 못미치는 듯 하다.

이미 기대치가 커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 반나절 정도 투자해 봐도 아깝지않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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