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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의 산중 편지
법정 지음,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2018년 3월
평점 :
법정 스님이 대학 3학년 학업을 포기하고 출가하던 시기인 1955년도의 8월 15일 부터 1964년 산중으로 들어가 수도하겠다고 쓴 1월 14일의 편지까지 40편이 넘는 편지들이 담겼다.
6년간 수도하며 소식 없이 지내다가 1970년 11월 27일에 보내온 편지를 마지막에 담았다.
10년간 사촌동생 박성직과 주고받았던 편지 중 법정 스님의 편지만을 모아놓았기에 중간에 연결점은 좀 아쉬울 수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20대 초반에 출가를 한것인데 글체에서 드러나는 느낌은 꽤 연령이 느껴진다.
그 당시 편지글체인가?
나이에 비해 조숙한면이 드러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용으로 보면 법정스님은 따로 형제들은 없었던가 보다.
다른이들이 있었다면 궂이 사촌 동생에게 어머니를 부탁하지는 않았을테니까.
사촌동생 박성직님은 결혼해서 법정스님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돌아가신 이후에는 스님의 어머니 제사로 챙겼다고 한다.
출가 이후 홀로 두고 온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과 걱정이 편지마다 절절히 담겨있다.
자신의 어머니로 돌봐달라는 부탁을 이렇게 온전히 감당해 내다니... 사촌 동생이 있었기에 법정스님이 수행이 편안했지 않았을까.
여러 필요한 것들을 챙겨 보내고 주위의 안부를 챙겨주고 마음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소통하고.
사촌동생에 대한 믿음과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공부해라, 책 읽어라, 건강해라, 친구와 책은 가려서 사귀고 읽어라 등등 무수한 당부와 다독임이 편지마다 담겨있다.
내용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이 참 괜찮다.
스님이 찍어서 편지와 함께 보낸것인지 사촌동생이 출간하면서 따로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느낌있고 보기 좋은 사진들이다.
군생활하던 사촌동생이 스님이 있는 절을 찾아가서 같이 찍은듯한 사진이 인물 사진으로는 딱 하나.
아... 표지에 넣은 스님이 글을 쓰는 사진이 하나 더 있기는 하다.
초반에는 스님의 본명인 '제철'(재철이 정확한 이름)을 표기하다가 '철'로 표기하고 이후 법명인 '법정'을 사용한다.
수행중에 만난 사람들, 여러 일들, 내 놓은 여러 책속에서 보았던 것을 연상시키는 내용들도 몇가지 편지글에서 언급된다.
풍경 사진뿐 아니라 눈길을 끄는 여러 사진들은 법정스님의 자필 편지원본이다.
스님은 일반 종이에 가로 쓰기, 세로 쓰기 및 원고지에 편지를 써 보냈다.
오랜만에 보는 원고지가 참 정겹다.
저자는 꽤 오랜 시간 편지 원본들을 잘 보관해 놓았던가 보다.
물론 일부 편지는 살짝 회손된 부분도 보인다.
그래서 책속에 옮겨진 내용중에는 훼손된 알 수 없는 글자부분도 있다.
내용을 짐작해서 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은 원본 그대로 담는다는 의도를 그대로 담았다.
스님의 책 중 '무소유' '오두막편지'를 읽었었는데 사촌동생과 주고받은 편지 내용과는 꽤 다름 느낌을 준다.
역시 편지글에서는 인간적인 내면의 모습과 감정들이 드러나서 그분의 다른 모습들을 알 수 있다.
1970년 이후에는 따로 편지를 주고 받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담긴 편지는 거의 출가후 10년간의 젊은 스님 법정의 생각과 수행하던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