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아남았지 -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집 에프 클래식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이옥용 옮김 / F(에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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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제목이 있는 중간 짙은 부분 위와 아래에는 겨울에 잎맥이 다 떨어져 버린 앙상한 잎 줄기들이 있는 모습들이 가득 자리한다.

어릴적 과학교실에서 잎맥을 인위적으로 없애고 색을 찍어 이쁘게 만들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이 책속에서 브레히트가 전하는 시들은 그렇게 이쁜 모습의 잎맥이 아니다.

찢기고 이겨지고 메말라 있는 시대를 표현한 날것의 모습 그대로다.

시라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겼지만 예상하던 일반적인 시가 아닌 담백한 어투로 시대의 모습을 핵심 단어들로 표현한 읊조림이다.

시작부터 참 쎄다.

내용이 너무 적나라해서 일반적으로 시를 소리내어 낭독하기도 하는데 이건 그냥 눈으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입 밖으로 내어 놓으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날것만 같다.

요즘 인터넷이 발전하고 여러 이슈들이 묻히기 보다 드러내 지는 세상이다 보니 세상의 무수한 사건 사고들이 엄청나게 들려오고 있다.

세상이 험해지고 사람들이 삭막해지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기는 걸까?

그런 이유들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숨겨지고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채 처리되었던 일들도 많았기에 요즘들어 더 세상이 흉흉하게 느껴질만큼 많은 안타깝고 끔찍한 일들이 들려오는 것일게다.

그런 이야기들이 브레히트의 시선집에 참 많이 담겨있다.

그가 내 놓았던 시집 5권에서 각각 몇개씩 모아서 만들어진 시선집이다.

 

1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가정 설교집 ... 영아 살해범 마리 파라에 대해 / 물에 빠져 죽은 소녀에 대해 같은 시들.

2부 스벤보르 시편 ... 독서하던 어떤 노동자의 의문점들 / 장군님, 장군님의 탱크는 견고합니다 / 나 살아 남았지 같은 시들.

3부 어린이 십자군 ... 씻기 싫어하는 아이 이야기 / 악마 / 어린이 십자군 같은 시들.

4부 부코브 비가 ... 차 바퀴 갈아 끼우기 / 해결책 같은 시들.

5부 묘비는 필요 없다네 ... 당신들은 아무것도 배울 생각이 없다더라 / 이파리 하나 보내줘 같은 시들.

전체적으로 시대의 아픔을 모습을 담아냈다.

주절이 내용을 전하는 것보다 이렇게 담백하게 담아내니 그 여운이 더 오래 간다.

그래도 5부에는 좀 편하게 읽고 생각하게 할 시들이 적혀있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어떠했는지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알수 있게 한다.

 

제목인 2부 끝에 나오는 ' 나, 살아 남았지' ... 왜 이 시를 제목으로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난 잘 안다.

순전히 운이 좋아

그 많은 친구들과 달리 살아남았다는 걸,

하지만 지난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내 얘기 하는 걸 들었다.

"보다 강한 녀석들이 살아 남는 거야."

난 내가 싫었다.

 

브레히트의 시선집을 읽고 싶었던건 그의 희곡 '어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여러 극단의 공연으로 다양하게 보면서 참 인상에 남아서였다.

역시... 그의 희곡속 대사들이나 작품 방향이 그냥 나온게 아니었구나 싶다.

그냥 평범한 시들을 예상했다가 예상치 못했던 시들에 순간 멈칫하고 그의 시속에 담긴 여러 시선들과 사회상에 무심할수 없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 세상 여러 소식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의 생전에 왜 그의 시들이 이슈화 되지 못했는지도 생각해 본다.

이렇게 그가 생각하고 바라보고 의문했던 것들이 담겨진 시들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이런 시들이 있었구나 알게 되어 좋았다.

읽으면서 편하지 않은 시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 시대를 잘 넘기고 현재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세상이 되어 있는것 같아 그가 생전에 가졌던 마음이 위로 받는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읽은 시집인데 독특한 시들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나름 의미있었다.

나, 살아가고 있는데... 요즘 종종 스스로 세상을 떠나버리는 사람들 소식이 자꾸 들려와서 내가 강한 것인지 그들이 약한 것인지... 마음이 스산하다.

'악마'라는 시속에서 이야기하듯 악마가 한 것인지... 강한 이와 약한 이가 서로 의지하고 보듬어주고 같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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