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름에게... 부치지 않더라도 그 순간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보고 싶다

어떤 이름에게 - 베를린, 바르셀로나, 파리에서 온 편지 (서간집 + 사진엽서집)
박선아 지음 / 안그라픽스 / 2017년 11월

베를린, 바르셀로나, 파리에서 온 편지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어느 순간, 사람들, 사물, 자연 등등 이 담겨진 사진 컷들~

여행지에서 누군가에 쓰는 편지.

받는이가 누구인지 크게 궁금하지 않다.

그 대상이 정해져 있던 지금 읽고 있는 나 일수도 있고 어쨌든 그녀의 편지가 내게 전해진다.

길지 않지만 마음이 담겨져 그때 그때 그 장소에서 느낀 감상들이 하고 싶은 어떤 떠오른 생각들이 적혀지고 지금 이렇게 볼 수 있고 언제든 펼쳐서 다시금 읽어 볼수 있는 편지로 다가왔다.

그리고 단순히 글만이 아닌 그 순간을 같이 느끼게 할 사진도 같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쓴것이 언제였을까?

요즘은 크리스 마스 카드도 만들지 않고 쓰지 않는다.

너무나 편리해진 세상이라 문자로 카톡으로 재미난 이모티콘과 함께 쉽게 금방 전달이 된다.

편지를 엽서를 보내고 그것이 언제 도착할지? 답장이 올지 몰라 기다리던 그런 시대가 먼 옛날 기억이 되어 버렸나?

여러장의 우표와 편지지, 엽서를 서랍에 넣어두고 가끔 소식을 전하던 그때가 왜이리 까마득한 걸까?

하긴 책속에서 옷에 맞춰 어울리는 책을 골라 들고 다니는 유행을 만들어 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듯이 요즘은 스마트폰속에 집중한채 종이책을 들고 다니며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보는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전해주는 편지들들이 옛 향수를 불러들이고 현재의 내 모습을 보게 한다.

얼마전까지 2G폰을 고집했고 늘 책한권을 가지고 다니는 나지만 편지나 엽서는 어느새 잊고 있었다.

좀 빠른 크리스마스 카드를 지난주에 받았다.

그것도 내가 빌려준 아크릴물감과 붓으로 직접 만든 카드^^

손글씨 적혀있는 내게 전해오는 그녀의 마음에 덩달아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올해는 나도 카드를 만들어 전해볼까?

저자가 처음 엄마의 필름카메라 들고 다니다 찍히지 않은 '미노광'을 경험한 이야기는 내 중학교 시절 필름이 제대로 끼워지지 않아 헛돌아 찍히지 않았던 안타까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그 마음이 그녀의 마음과 같았을까?

고교동창들의 오랜 만남이 이어지며 나이 들어감에 따른 정과 쓸쓸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이야기는 머지 않은 내 인생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한다.

지금 내 주변의 오랜 지인들과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우리는 앞으로의 시간들을 어떻게 함께 해야 할까? 를 고민해 봐야겠다.

이 책에는 그렇게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미래를 생각해 보게 하고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떠올려 현재화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한다.

부록으로 사진을 엽서로 활용할수 있게 책자로 뜯어쓸수 있게 함께 넣었다.

그.런.데... 솔직히 사진들이 참 좋다!! 생각하게 할 만한 것도 있지만 이건 좀... 하게 생각되는 이건 왜 찍은걸까? 싶은 쌩뚱한 것도 있다.

사용하기 좀 그런데 싶은 그런 사진 ㅎㅎ

무엇보다 글씨는 그렇게 이쁘지 않지만^^ 표지 안쪽에 길게 아빠에게 쓴 편지가 참 인상적이다.

이 책속 편지들이 정말 그 대상에게 전달이 되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부쳐지지 않고 그 상황에 쓰고 싶었던 대상을 향해 적어놓은 모음일수도 있겠지만 전달이 되었던 아니던 그 당시 하고 싶은 이야기. 생각을 담은 내용들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어 그 감정을 같이 공유할수 있게 한다.

예전에는 편지지가 낱장이 아닌 노트처럼 되어 있고 쓰고는 뜯을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있었는데... 아마도 내 책상 어딘가에 꽂혀 있을것 같다.

찾.아.서... 어느 순간 무엇을 보고 느끼고 하는 순간에 떠오른 그 누군가를 상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 봐야겠다.

그리고 마음이 동한다면 우표 붙여서 답장이 올지 어떨지 모르지만 붙이고 그 기다림의 시간도 느껴보면 좋겠다.

요즘처럼 너무나 빠른 세상에 가끔은 느릿느릿 느림의 여유와 감정을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