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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때 천사였다
카린 지에벨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그는 한때 천사였다... 과거형, 현재는 아니라는 말이다.
심리스릴러 소설이라고 했듯이 내용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저 내용을 읽어가면서 나도 사건에 사건이 이어지고 드러나는 상황들을 그대로 만날수밖에 없다.
인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사랑스런 아내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변호사 프랑수아는 목적지도 없는 길을 그저 달리고 있다.
자신의 삶이 있던곳,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있던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려 한다.
왜?
그는 병원에서 뇌종양 선고를 받고 방사선,약물 치료를 포기한채 자신에게 남겨진 3~6개월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자 무작정 떠나고 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그지만 오늘은 웬지 차를 세우고 누군가에게 쫓기는듯 올라탄 히치하이커 폴과 동행한다.
잠깐의 동행이라 생각했던 두 사람은 끝까지 함께하며 무수한 일들을 겪어 나가며 서로를 향한 걱정과 염려, 우정을 이어간다.
가족처럼... 40대의 프랑수아와 20대의 폴은 부자간의 정 같은 서로를 향한 끌림의 관계를 쌓아간다.
살인, 절도, 추격, 도망, 사랑, 아픔, 권력, 범죄 등 많은 이야기들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악마 루시퍼도 본래 천사였다는 것을 연상시키는 제목... 그는 한때 천사였다.
그래서인지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용에 딱히 그것을 짚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용 중간중간 장이 바뀌는 시작에 적힌 문구들은 샤를 보를레르의 '악의 꽃'의 내용들이어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살짝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자식이 없는 프랑수아지만 폴과의 동행을 통해 그를 아들처럼 염려하고 잔소리하고 챙기고 다독여가고 어린시절 제대로 된 가족속에서 살지 못했던 폴은 프랑수아의 살가운 행동속에서 그를 믿고 신뢰하고 염려하며 함께 의지하고 믿음이 자리한다.
단순한 만남으로 동행하던 그들은 세상의 부정과 부패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의도치 않게 살인도 하게 되고 쫓기고 폭로하고 다치고 희생하며 사건이 계속 이어지는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
탄탄한 내용구성과 만남부터 관계가 깊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두 사람의 감정적인 소통과 마음이 열리는 사건들의 전개는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결론지어질지 기대하면서 빠져들게 한다.
그는... 였다... 무수한 사건들이 마무리되고 이제는 사건사고를 피해 도망하고 있지 않지만 그(폴)는 시한부 삶을 끝내고 세상을 떠나 버린 이후 그의 바램과는 달리 여전히 악한길을 가고 있지만 다시 돌이킬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볼 여지를 갖고 있다.
우연으로 만나 인연이 되고 가족이 된 두 남자.
프랑수아가 집으로 돌아가 아내 곁에 있었다면... 폴이 다른 사람의 차에 올랐다면...
중간에 서로 헤어짐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국엔 같이 하게 된 것처럼 ' ... 했다면? ' 하는 생각은 의미가 없다.
만날 사람은 만나고 이어질 인연은 이어지고 살아갈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
폴의 현재가 여전히 천사였다인것이 조금은 안타깝지만 그가 지켜야 하는 여동생의 삶에 있어서 그는 천사이기도 하다.
프랑수아가 그들과 더 오래 가족으로 함께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그의 마지막은 그가 예상하고 견뎌야 했을 모습과는 다랐을 것이기에 행복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