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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와 나무 -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와 나무 인문학자의 아주 특별한 나무 체험
고규홍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평점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주변 사물을 우선적으로 시각, 눈으로 본다.
그리고 자세하게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하면 다양하게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눈으로 보는것을 배제하고 나머지 감각으로만 사물을 느겨야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가끔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느끼고 이해하기 위한 체험을 할때가 있다.
그들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경험하고 더불어 함께 할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제도나 주변의 환경에 적용하곤 한다.
이 책에서는 좀 다른 시각장애인과의 교감을 만날수 있다.
그들의 불편을 생각하며 우리가 서로 어떻게 잘 지낼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던 방식이 아니라 서로 각자의 영역을 이해하고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다.
나무인문학자 고규홍 저자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의 나무에 대한 느끼고 교감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동안 연구했고 무수히 보고 느껴왔던 나무들을 설명한다.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 사진속 나무와 사람, 자동차 등을 오려서 스케치북에 붙여 점자처럼 윤곽을 통해 크기등을 가늠해 볼수 있게 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방법을 사용한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서로간에 제대로 소통하기를 원해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사랑이 커지면 더 좋은 효율적인 방법을 찾게 되고 거기에 맞는 아이디어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하긴 점자는 보지 못하는 글자를 알수 있게 하는 손으로 느끼는 글이니까 형상은 다른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오리고 붙이면서 나름 고생은 하셨지만 아주 적절하게 보이지 않는 형상을 그려볼수 있게 한것 같다.
초반 김예지님은 서로 다른 나무의 잎이 서로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손의 감각으로 느끼고 표현한다.
그런데 저자는 오래도록 그 나무들을 보고 느껴왔지만 서로 같다고 느낀적이 없었다는 것.
글을 읽고 나서 그녀가 서로 닮았다고 하는 두 나무의 잎을 비교해 보고 싶어졌다.
어떻게 비슷할까?
어쩌면 시각으로 나뭇잎을 비교하는건 맞지 않을지 모른다.
가까이 다가가 잎을 만져보고 느껴봐야 비교가 될까?
특히나 두 나무는 하나는 침엽수, 하나는 활엽수라는데...
피아니스트는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고 벽 스크린에는 그 음악과 어울리는 나무 영상들이 보여진다.
그녀의 표현처럼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공연장을 찾아와 그녀의 음악을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지만 영상 속 나무는 느끼지 못하기에 그녀가 스케치북을 통해 나무와 사람들을 느끼듯이 감각으로 느낄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면 좋을것 같다.
이야기 초반에 그녀의 연주회에서 노트북 영상이 제대로 화면에 보여지지 않아 저자가 진땀을 흘리는 장면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장소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지는듯 느껴진다.
그래도 다른 공연에서는 영상을 잘 적용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영상도 볼수 있어 좋았다.
나도 그 장소에서 볼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 ㅎ
책을 덮으며 시작부분에서 석굴암앞에서 시각장애인 아이들에게 해가 뜨는 것을 표현하던 선생님이 다시금 떠오른다.
선생님의 디테일한 설명들을 듣고 보이느냐는 생뚱한 질문에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응답하던 장면.
그렇게 저자와 피아니스트는 초반에는 서로 알아가며 서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갔지만 어느새 서로 통하고 이해하고 전달법이 자연스러워지며 서로의 느낌과 표현을 공유하는 모습들이 참 좋다.
나도 눈을 감고 내 주위의 나무, 풀, 사물들을 손의 촉감으로 후각으로 소리로 가끔은 가만히 느리게 느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