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리 풍경... 마음이 시작되는 곳

한국의 다리 풍경
이종근 지음 / 채륜서 / 2016년 5월

길이 끝나고 마음이 시작되는 곳... 제목밑에 한줄이 마음에 와 닿는다.

길이 끝난곳에서 그 길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다리니까 그 다리에 끊어짐을 이어주는 마음이 시작되는것이 맞는듯.

우리의 옛 전해오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다리는 종종 등장하곤 한다.

매일밤 개울 건너 마실 나가시는 어머니를 위해 형제들이 놓았다는 징검다리.

너무 사랑해서 신의 노여움을 사 헤어진 연인들을 위해 1년에 한번 까마귀와 까치들이 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동물들이 죽으면 그냥 죽었다고 하는게 아니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고 하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다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꽤 들었었는데...

이 책에는 현존하는 한국의 다양한 다리들이 등장한다.

모양도 의미들도 다양하다.

거기에 나름의 사연들이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축제가 열리며 그 중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멀쩡한 차 다니는 현대식 다리가 있음에도 불편한 옛 다리를 건너는 경우들도 많아 여러개의 다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곳도

있다.

문학작품, 영화속에도 등장해서 그곳을 일부러 찾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긴... 외국 작품들 속에도 유명한 장면속에 다리가 갖는 역할이 있어 관광가서 그 다리를 한번 보고 올라가서 거닐어 보고 오는 이들도 상당하다.

가보지도 않은 나라인데 그 나라의 다리는 기억하고 있으니 참 재미있다.

우리나라 문학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하고 정조가 어머니을 위해 세운 효심이 깃든 안양 만안교도 있다.

청계천 복원으로 많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된 도심의 자연속 청계천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면서 만나게 되는 다리들도 참 많다.

큰 다리들도 물론 있지만 중간중간 돌다리들이 있어 웬지 이유없이 건너편으로 건너가고 싶게 한다.

반듯한 모양의 다리도 있고 자연스런 모양의 다리도 있고... 다리를 보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대편으로 건너가 볼까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걸 보면 정말 단절된 길위에 새로이 이어주는 마음이 닿아 있어서 인지 모르겠다.

성을 축조하며 목적에 맞게 다리를 아치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효심으로 만들고 행인들, 장돌뱅이들을 위한 서민을 위한 다리와 대규모 다리,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고 스치는 다리, 항쟁의 현장을 기억하는 다리 등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다리에 대한 사연들과 그 지역, 문학작품의 이야기들을 두루두루 담아놓았다.

사진들도 그곳에 가보지 않았지만 궁금함을 달래주고... 달래주는듯 하다가 어느새 나도 그 자리에 가서 그 다리를 건너보고 싶게 한다.

그리고 보니 다리중에는 사라지고 기억속에만 각인된 것도 있다... 6.25 전쟁의 아픔을 담고 무너져 버렸던 다리.

뒤에는 단순히 강이나 개울을 건너는 수준을 넘어 육지와 섬을 잇는 등 어마어마한 규모의 다리를 하늘에서 찍어 담아놓기도 했다.

예전같으면 섬으로 건너가는 것이 배타고 오랜시간 걸려 거의 유배를 가는 거였는데 이제는 너무나 쉽게 육지와 섬이 이어져있다.

섬이 섬이 아닌게여~

다리 이야기를 통해 다리 주변의 풍경과 동네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문학작품속 인물들도 만날수 있어 좋았다.

이제는 어느곳에서나 다리를 건너며 이 다리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