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섬: 살이 - 느리고 고유하게 바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법
김준 지음 / 가지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작은 나라 대한민국... 그나마 반으로 나뉘어 참~ 작은 나라다.
그 나라에 3면이 바다고 바다위에 큼직한 섬들도 있지만 고만고만한 작은 섬들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이 사는 섬만 400개란다.
그럼 사람이 살지않는 무인도들까지 하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까?
그중에 가본 섬이 몇개인지 손가락으로 세볼수 있는 정도다.
전국일주도 못해봤지만 무수한 섬들을 여기저기 돌아보기만 한다해도 마음먹고 다녀야 할 곳들이 무궁하단 얘기다.
작은 나라 대한민국만 돌기에도 갈 곳이 이리 많은데 해외는 언제 가보나? ㅎㅎ
안가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외국에 꼭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기저기 소개해 놓은 책들을 보고 방송을 보다보면 가보고 싶은 곳들이 참 많다.
거기에 바다를 사방에 둔 사람에 치이지 않는 섬의 여유와 느긋함이 왜그리 끌어 당기는지.
그래서 이 책 '섬:살이' 제목을 보고 표지속 할머니의 모습에 그리 끌렸나 보다.
펑퍼짐한 엉덩이에 살짝 구부정한 몸짓과 걸음걸이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들고 있던 양동이 뒤집어 걸터앉은 모습이 뭔 작업하시나 했더니 내용에서 알려주는 상황은 걸어가다 잠시 쉬시는 모습이다.
그래... 뭐 그리 급하다고 바삐 갈일 있나.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 가면 되는거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꽃망을 터트린 하~얀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꽃 향기를 쫓아 고개를 들었는데 꿀벌 2마리가 열심히 꿀을 빠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아카시아에는 꿀이 있지.
어릴적 등교길에 아카시아 꽃속의 꿀을 빨아먹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름은 모르지만 흔히 보지 못했던 새 한마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는 모습에도 잠시 가던길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출근시간이 길어져 조금 늦어버렸다.
그래도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오전이었다.
이 책속에는 삶의 여유가 가득하다.
그렇게 여유로움을 가진 사람들, 자연, 물고기와 음식들, 도구들, 일상이 이야기와 사진들로 가득채워져있다.
사진이 많아서 글로 알려주지 않아도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들이 보여주는 얼굴에서 일상이 느껴지다.
그리움, 사랑, 안타까움, 고단함과 정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뒤에는 섬에서만 볼수있는 풍습들도 담아놓았다.
풍어제, 당산제, 영동굿 같은 바다에서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고 만선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굿들과 관련한 부적의 모습들, 제물로 드려지는 음식상 등 섬에서만 만날수 있는 여러 모습과 풍습들을 만남이 흥미롭다.
음식상이 한가득~ 생선이나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림의 식탁이라 침만 가득 고일뿐이다... 쩝쩝
시골에도 섬에도 노인들만 지킴이가 되어 지키고 있다.
그분들이 생을 마치시면 그곳은 어떻게 될까?
책속에도 한분이 지키시던 섬이 있다.
돌아가신 후 그 섬에는 사는 이가 없다.
그 아들이 동물들을 키우기 위해 몇일마다 들려갈 뿐이다.
학교들도 사라지고 빈집들은 늘어가고 우체통에는 주인없는 우편물이 방치되거나 비어진채 덩그러니 서있을 뿐이다.
섬의 여유있고 따스하고 다양한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어 참 좋다 하면서 읽어가면서도 씁쓸하고 안타깝고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도 그곳에 가서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살아갈수 없으면서 누군가에게는 그곳에 있어 달라고 그곳을 지켜달라고 그곳이 있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할수는 없다.
그래도 그런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가서 함께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학교가 활기있는 섬들을 꿈꿔본다.
무인도들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