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철학자
로랑 구넬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우화소설이다.

 

사전에는 우화를 '<문학>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주인공으로 하여 행동 풍자교훈나타내는 이야기. ≪이솝 이야기≫ 따위가 여기속한다. [비슷한 말] 우언(). ' 이라고 적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이솝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국어국문학자료사전에서는 ' 동물이나 인간, 신() 또는 무정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전개하는 짧은 이야기 형식의 하나. 도덕적인 명제()나 인간 행동의 원칙을 예시()하는데, 대개의 경우 우화는 보편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 경구()를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경구는 전체 문맥 속에 용해되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이야기 앞이나 뒤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우화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분별을 위한 것이나 실용주의적인 것이다. 우화에는 보통 의인화되어 인간처럼 행동하는 동물이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나타나며, 그들의 특성도 전형화되었다. ' 는 설명을 해 놓았다.

 

이번책 어리석은 철학자는 후자에 비중이 더간다.

많은 우화들이 동물들을 내세워 교훈을 주다보니 우화하면 동물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것도 하나의 고정된 선입견인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보다 보니 나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 좋았다.

분명 우화 소설인데 그런 형식이 아니네 하면서도 내용이 재미있어 그냥 지나쳤는데^^

 

처음 책 내용이 시작되면서는 무슨 내용이 전개될지 알수 없었다.

사전 설명이나 사건이 없이 빅터라는 한 인물의 현재로 부터 무작정 시작된다.

그는 지금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그렇게 살짝 궁금증을 가지고 시작된 내용은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아마존 밀림속 원주민들을 찾아가고 그들 속에서 꾸며지는 사악한 일들과 그 진행, 결과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간이 환경의 변화와 관계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바뀔수 있는지를 참 기막히게 표현했다.

욕심이 없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잘났다고 우쭐대지도 않고 서로 돕고 함께 즐거워하고 소유하려고 애쓰지 않는 늘상 현재에 만족하는 절대 긍정의 사람들이 바뀌어가는 과정들은 주인공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책을 읽어가는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화나는 일이다.

책속 내용에는 정말 다양한 우문현답들이 가득하다.

읽다가 순간순간 큭큭 거리며 웃고 있다.

 

숲에서 맛있는 과일이 잔뜩열린 나무들을 발견했다. 어떡할래?

빨리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줘야죠

알려주면 어떤일이 일어날것 같은데?

사람들이 가서 따 먹겠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네 몫이 그만큼 적어지는 거야.

과일들이 많아서 그대로 두면 너무 익어 다 떨어져 썩어 버릴텐데요.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누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가 네 의견과 다르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의견을 잘 들어 봐야죠. 들어보고 이해를 해야죠.

뭘 이해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그것도 알아두면 좋잖아요

틀렸어. 네가 어떤 의견을 말했다면 아무도 네 말에 반박하지 못하도록 끝까지 말로 싸워야해.

 

등등... 이기적이고 내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되게끔 원주민들을 바꾸는 일에 열정을 쏟는 인물의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어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은 씁쓸하다.

 

그러나 이 책은 우화소설이다.

당연히 결과는 좋은 쪽으로 깨달음과 교훈이 담겨 있을것이다라는 기대를 갖고 계속 읽어가게 된다.

어떤 좋은 결과를 낼 것인가?

이미 100%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기에 원주민 마을이 그래도 예전의 모습 가까이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고 그들의 절대 수순함이 많이 탁해져버렸지만 그래도 돌아갈 희망이 있어 다행이다.

책에서는 그들의 돌이킴의 직전에서 분노의 불길이 꺼지고 용서와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여주며 끝나지만 그 이후 그들의 회복이 눈에 보이는듯 미소짓게 된다.

복수는 나도 파괴시키고 병이다.

자연에 대해, 사람들의 심성에 대해, 인간의 기본 바탕과 사회.문명이 만들어 놓은 여러 올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빅터는 철학과 교수였고 그 철학적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잘못된 정보에 의한 오해에서 비롯된 복수를 진행했지만 스스로의 마음의 병에서 깨어나 새롭게 거듭나게 되는 모습과 사랑의 회복으로 끝나는 결론이 다행스럽다.

미움, 수치, 부끄러움, 욕심을 모르던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연못에 진흙물이 흘러들어서 소설임에도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이런책을 통해 때묻은 우리같은 이들이 조금 더 순수해 질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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