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코트 ... 함께 하는 시간들

할아버지의 코트 ㅣ 철학하는 아이 5
짐 아일스워스 글,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고양이수염 옮김 / 이마주 / 2015년 11월

표지에는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서 무언가를 건네는 할아버지와 즐거운 표정으로 그걸 받는 꼬마의 해맑은 모습이 있다.

옆에는 강아지랑 고양이가 아이를 바라보며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할아버지의 손에서 아이의 손으로 넘겨지고 있는 그것은?

재봉사였던 할아버지... 젊은 시절 사랑하는 아내늘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바로 만든것이 멋진 롱코트다.

그 코트를 입고 결혼식을 하고 늘상 그 옷을 즐겨 입었다.

시간이 흘러 옷이 해어지자 다시 수선을 해서 쟈켓을 만들고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가는 동안 또 꾸준히 즐겨 입다 조끼가 되어 일상을 늘 함께 하다가 딸의 결혼식장에는 넥타이가 되어 그 순간을 함께 한다... 이쁜 손녀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함께 해온 넥타이는 이제 손녀가 결혼해서 귀여운 증손주가 태어난 후에는 앙증맞은 생쥐 인형으로 아이의 손에 쥐어졌다.

바로 표지속 그것이다.

그것은 아이의 손에서 즐겨 함께 하다가 찢어지고 해어져 천 조각이 되어 마루바닥에 널부러져 있는데... 그 천 조각은 드디어 집안 어느곳을 차지하고 있는 엄마 쥐에 의해 아기 생쥐의 보금자리가 되기 위해 옮겨진다.

이 이야기는 손녀가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코트의 변천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서 할아버지와 가족들의 삶의 역사와 함께 한 멋진 코트가 있다.

참 오랜세월을 인생의 온갖 굴곡들과 함께 하다가 생쥐의 보금자리까지 되는 놀라운 시간을 함께 한 할아버지의 코트.

모든 물건들이 일생동안 이렇게 특별하게 의미를 가지고 함께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물건들은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함께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쉽게 핸드폰에 저장하고 디카로 찍어서 컴퓨터에 넣어놓고 보게 되는 엄청난 수량의 사진들이 있지만 필름 카메라로 찍어서 한장씩 인화되어 앨범에 꽂혀있는 어린시절부터 성장과정을 하나씩 담고있는 추억의 페이지들 같이 가끔 들여다 보며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들이 어느집이나 누구에게나 한둘씩은 있을 것이다.

궂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인데도 버리지 못하고 어느 한 공간에 고이 넣어둔 물건들.

할아버지의 코트는 그분의 일생에서 가족들과 함께 무수한 나날들을 함께 해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이의 손에 들려져서 즐겨 놀며 함께하다 해어진 지금 울상이 된 아이에게 증조할아버지는 이야기한다.

"괜찮다, 아가. 그만하면 됐어."

할아버지의 코트가 이제 제 할일을 다 마쳤다는 할아버지의 놓아줌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은 생쥐에 의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니 코트는 또다른 인생을 또 시작한 셈이다.

유대계 민요 <내게는 낡은 오버코트가 있었네>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는데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림 몇컷, 짧은 글 몇줄을 가지고 무수한 시간들과 일생의 역사를 담아낸 얇지만 무지하게 깊이 있는 책이다.

적혀있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그림 사이에서 책장을 넘기는 공간에서 들려오고 보여진다.

인생을 돌아보며 그렇게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담아내며 살아가고 싶어진다.

그것이 내 집의 어느 한 구석에서 들려올수도 있고 사진첩에서 또는 모여앉은 가족들의 대화속에서도 있을 수 있겠지.

무엇보다 중요한건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처럼 혼자만의 시간으로 채워져 가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억속에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가족들과 지인들과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수 있게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