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초판일은 5월 15일이다.

작가 장영희님이 57세의 나이로 일직 세상을 떠난날은 5월 9일.

원고를 넘기고 한참 교정을 거쳐 한창 인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던 시점이다.

그래서 책속의 작가 이력란에는 그녀가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인듯 표현하다가 마지막 줄에 그녀의 부재를 알려주고 있다. 

 

여러개의 제목 후보들 가운데 겨우겨우 선택한 제목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김종삼 시인의 '어부'라는 시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인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책속의 많은 에세이들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후보 제목들 중 ' 나, 비가 되고 싶어' 라는 독자가 보내주었다는 제목도 좋았지만 ^^

암이 여러곳으로 전이되면서 오랜시간을 투병하며 싸웠고 어릴적부터 소아마비로 장애판정을 받아 힘겹게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녀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과 주변의 가족들, 친구들, 제자들 그리고 자신의 글을 통해 알게된 여러 독자들과의 만남과 나눔에 대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따뜻하고 다정하게 아프고 안타깝게 때로는 너무나 재미나게 담겨져 있다.

육체적인 불편때문에 살아가면서 분명 힘들고 지치고 화났던 일들이 많았을것 같은데 ^^ 꽤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계셨던듯... 받아들임과 포용의 모습들을 만날수 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이나 나쁜 습관을 통해서도 반성하면서 그 속에서 또 다른 배움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주변의 인물들과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그려지는데 그분의 삶의 모습이 참 따뜻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고민을 털어놓고 죽음직전의 마지막 순간에도 기억하게 되는 인물, 사람들을 편하게 하고 다가서고 싶게 하는 그런분이 아니었을까!

살아온 매일매일이 기적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기적이었듯이 내가 살아갈 매일매일이 또 기적이 된다.

고통스런 암과의 투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번번히 잘 이겨내고 세상속에 함께 했던 기적의 삶의 살았던 분... 또 그 기적의 순간들을 넘어서 기적같은 하루하루를 살아온 분.

아직도 한참 더 세상과 사람들과 더불어 더 기적의 삶의 살아가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일찍 가셨기에 안타깝지만 살아온 날들속에서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고 함께 해온 시간들이 그분의 글 속에서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그녀를 알았던 많은 이들은 그녀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글을 통해 다시금 상기하겠고 나처럼 알지 못했던 이들도 남겨진 글들을 접하며 여전히 그녀의 시간을 함께 이어갈수 있을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매일같이 후회하고 자신을 책망하고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삶이 아니라 부족해도 아쉬워도 억울해도 현재의 삶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감사의 제목들을 찾아가며 살아가게 하지 않을까.

늘 좋을수만도 없고 늘 나쁠수만도 없다.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에는 좋고 나쁨이 늘 공존한다.

지금 상황이 나쁘지만 그래서 다음은 덕분에 더 ~~ 좋아질수 있는 것이다.

삽화로 사이사이에 넣어진 정일님의 그림들도 글속의 이야기처럼 이쁘고 순수하다.

화랑계의 '어린왕자'라고 불리신다는데 ^^ 그림속에서도 따뜻함이 가득하게 느껴져서 글과 그림이 조화롭다.

책이 출간되고 독자들의 축하와 느낌을 함께 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지금 저기 하늘나라에서 미소로 바라보고 계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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