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뜬 거울
최학 지음 / 문예사조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시란 것이 주저리주저리 풀어놓은 서술형이 아닌 함축적인 단어로 의미들을 담고 있어 단 한줄의 문장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때로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해 제목과 연관지어 다시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시인 최학님의 이력을 보니... 오호~ 시와는 살짝 어울릴것 같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

군인으로 살아오셨던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란 것이 참 무섭다.

딱딱하고 경직된 어떤 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니 말이다.

그러나 서문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 옛 인물들을 보면 문관과 무관이 있었다.

글을 많이 읽고 시를 논하고 하던 인물들은 주로 문관이었지만 문.무를 겸비한 문관 무관들이 참 많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의 세대에는 그런 문.무를 하나가 아닌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지금도 전쟁의 기운을 가지고 있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군사쿠데타등 군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를 쓰는 군인... 조금 의외여서 ^^ 이분의 시가 더 궁금했다.

상을 받아 조금 개작해서 지하철역에 걸렸다는 시를 찍은 사진을 표지 안쪽에 따로 붙여서 사인까지 해서 보내주신 섬세한 심성을 대하며 마음이 따뜻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시는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순수함에서 탄생되지 않던가?

수산시장의 얼음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생선을 보고 바다를 그리는 모습을 담고 세월의 풍파속에 깍이고 깍이어 모난 부분 다 버리고 사리를 꿈꾸는 조약돌의 마음을 옅보고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의 속내도 들여다 본다.

살아가는 일상속에서 그저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모습들에 하나하나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아... 이 모습이 이렇게도 보일수 있구나.

그의 시를 읽다보니... 아마도 최학시인은 불교신도가 아닐까 싶다.

혹시 아닐수도 있지만 ^^ 종교적 다가섬의 모습은 어떤 종교속에서든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오랜만에 시를 읽어서일까!!

때로는 다시 읽어야 하고 살짝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시인이 표현한 그 느낌을 나 또한 그대로 느낄수는 없다.

아... 이렇게 느꼈구나. 보았구나.

이해로 다가올수는 있어도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아닌 시인을 통해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도 ... 표현력 부족에 냉랭해진 가슴을 가지고 무심히 지나치는 삶속에서 감수성 예민한 누군가가 보여주는 또다른 모습의 세상이어서 좋았다.

어느날 바닷가에서 이쁜 조각돌을 만난다면 ' 그래, 너 고생하는구나 ' 이야기 건네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장에 꽂혀서 잊혀지고 있는 다른 시집들도 살짝 들추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이렇게 메말라 가는 마음에 가끔은 누군가가 뿌려주는 비로 촉촉하게 적셔주어야겠다.

 

시집의 특성상 오래도록 판매되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오프라인 매장은 모르겠지만 인터넷서점에서는 절판된 곳이 많은걸 보니...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책들이 세상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중에 우리 곁에 정착하는 책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냥 지나쳐 가는 책들이 더 많을것 같은데 시집은 더 그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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