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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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모자를 물어가려는 것인지 그저 반겨 서있는 것인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만들것 같은 단순하지만 깊게 보게 되는 표지 일러스트가 마음을 느긋하게 한다.

들어가기 중요 문장은 ' 기대를 머금고 가는 길도 길이요, 헛걸음치고 돌아오는 길도 길이다.'

어느길을 가던지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 듣게 되는 이야기, 보게 되는 모습들 모두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함축한 것이 아닐까?

내용을 들어가기 전 단 한줄의 문장에서 웬지 책속의 내용들이 가는 방향이 그려지고 기대가 되어 진다.

책의 서문을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공들이게 되는가에 대한 내용을 적었는데 이번 서문이 10번째라는것은 이 책이 원철스님이 펴낸 10번째 책인가 보다.

시간 날 때마다 한국,중국,일본,베트남 등 한자문화권의 의미있는 곳들을 찾아 묻혀있는 인물들을 꽤 발굴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들을 길을 동행하는 옆 사람에게 조근조근 들려주는 듯한 편안한 글들이 가득 담겼다.

 

책 중간 중간에 가끔 소박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원철 스님이 그림도 그리시나 했더니 ㅎㅎ 뒤에 책 발행에 함께 한 사람들 중에 일러스트를 그린 분의 이름이 있어서 스님은 글만 쓰시고 어울리는 그림은 따로 그린분이 있음을 알았다.

다 읽을 때가지 스님이 그리셨나 생각하고 잘 그리시네 했는데^^

'만남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다시 만남을 만든다'

혼자 걷는 길이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하거나 스쳐 지나치면서 만들어지는 만남의 인연들이 시작되는 첫 문장, 그림이 서로 잘 어울린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추억의 물건이나 장소,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 떠올리게 하는 누군가에 대한 기억들은 다들 가지고 있을것 같다.

지나치다 보게 된 표구, 그림, 책 등을 통해 담겨진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다는 건 새로운 만남들이 건너 건너 이어지고 퍼져나간다.

문득 어느날 내 사진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렸던 기억도 살아났다.

 

표지로 보던 느낌과는 또 다르다.

단순하게 그렸지만 많은 상황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릴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만 한,두줄의 문장으로 생각을 요약해 표현할 수 있는 것도 ...

 

옛 어르신 황현선생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와 그 시대의 여러 이야기를 전하며 생각지 않게 풀어놓는 안경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림을 보면서 안경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줄이야 ㅎㅎ

이렇게 하나 하나 새로운 이야기, 사람들, 삶과 시대에 대해 전해 주는 글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내가 어느 길을 걷다가 만난 일행을 통해서도 아니고 모임도 아니고 장소를 방문한 것도 아니기에 너무 쉽게 얻어진 정보여서 책을 자꾸만 찾아 읽게 되는듯 싶다.

 

동네를 걷다보면 늘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도 호기심으로 어디로 통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웬지 내가 아는 그 길과 이어질것 같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곤 한다.

때로는 먹혀서 되돌아 나와야 할때도 있지만 처음 걸으며 둘러보게 되는 주변 모습들이 참 흥미롭다.

그 길에서 우연히 관심을 끄는 가게를 찾게도 되고 마음에 드는 집이나 나무, 풍경등을 마주칠 수도 있어 새로운 길에 대한 주저함 없이 들어서곤 한다.

아마도 원철 스님은 그렇게 많은 길들과 장소들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풍경을 보게 되고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지 않았을까.

특별한 이야기 뿐 아니라 자신의 일상의 특별할것 없는 이야기도 함께 공감하며 출출하면 밥 먹고 피곤하면 눈 붙이듯 소소한 이야기는 익숙해서 더 친근하고 계속 듣고 싶어지는 매력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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