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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책의 저자 다이애나 마컴은 플리쳐상을 수상한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기자다.
그녀는 이민자들 취재를 통해 대서양 외딴섬 아조레스를 알게되고 초대받아 그 섬을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몇년후 그 곳을 잊지 못한채 다시 찾아가 그 곳의 여러 섬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은 에세이로 분류된다.
소설이 아닌 실제 아조레스 제도의 여러 섬들을 방문해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의 풍경, 기후, 자연, 삶의 이야기들을 담아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유가 있어 섬의 사람들을 취재하고 책으로 엮은건 아니다.
섬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던 이들이 이민자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고향인 아조레스에 대해 듣게 되고 사진을 통해 보고 호기심을 갖던 중 초대받고 방문한 2주간의 일정이 몇년후 다시 그곳으로 그녀를 끌어당긴 것이다.
자연스럽게 만난 사람들과 그곳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세상에 소개되었다.
우리나라 방송중에도 <그섬에 가고싶다>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섬을 방문해서 그곳 사람들과 생활을 담아 다큐처럼 소개했던 내용인데 잔잔한 삶의 이야기가 특별할것 없는데 계속 TV를 고정한채 보게 했다.
맨 뒤에 코다(결말)에 나오는 그녀의 정리한 목록 내용이다.
열번째 섬에 대한 정리내용.
더 많은 섬이 없는 걸까?
포르투갈 특별자치구인 이 섬에서의 여러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우리나라에도 철새들이 여럿 오고 가는데 도심에서 즐겨 보던 제비는 어느 때 부터인지 보기 어려운 새가 되었다.
몇년전 뚝섬 서울숲 근처에서 보고 너무 반가웠는데 광장동에 자리한 후로 해마다 찾아오는 제비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아리조나 섬에도 카카후라는 소리가 꽤나 시끄러운 철새가 있다.
우리나라 제비가 흔하지 않게 된것처럼 이 철새도 보호 받아야 할 만큼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새를 구조하고 보살피는 섬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마컴이 어린 카카후를 구조원과 함께 상자에 담으면서 나누는 대화도 인상적이다.
다음에 구조된 카카후가 섬으로 돌아오면 이메일로 소식을 들을수 있을거라고... 그런데 이 새는 해마다 돌아오는게 아닌 7년만에 돌아온단다.
그.런.데... 마컴이 이 섬을 방문하고 돌아간뒤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 7년만이라고.
그녀도 철새의 회귀처럼 그렇게 이곳으로 이끄려 온 것일까?
새들이 섬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발전한 도시의 불빛, 자기장 등 인공적인 것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 및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환경운동 등과 더불어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도 인상적이다.
섬의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들은 참 다양하다.
전체 인구는 8천~9천명이지만 섬들이 여럿이다보니 각 섬들마다의 특징도 다양하다.
투우가 유명하다는데 숫소가 아닌 암소 투우고 포도주를 생산해서 수출하다 보니 포도주와 관련한 축제도 재미있다.
전체 섬들의 축제는 아닌 한 지역의 축제인데 성탄절에 새벽송을 돌듯이 집집마다 방문해서 포도주를 함께 마시고 다른 집으로 합류해서 이동하며 마을을 쭉 도는 계속 무리가 늘어가는 엄청난 전통의 이야기는 연상되는 모습에서 읽는 나 자신도 설레고 기분이 업 되는듯 하다.
나름 요령껏 술을 피하는 방법도 일러주는데 꼭 숙지해야 할 것 같다^^
아는 지인도 가족도 없는 섬에 머물며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노신사 웨이터 3인과 아침, 점심, 저녁 마주칠 때마다 나누게 되는 관심과 인사는 서로 이웃인양 정이 가고 마음 가게 하는 정이 느껴지게 한다.
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그런 정들이 드러나는 부분이 많아 살짝 우리나라의 정서와도 맞는 곳이 아닐까 느껴진다.
내용중에 우리나라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화가 나는 순간에 남편이 한국전으로 인해 받은 훈장을 들여다보고 화를 푼다는 내용이 있다.
죽지 않고 살아돌아온 것만도 감사한데 다른 일들이 뭐 그리 중요한가? 하며 마음을 푸신다니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그렇게 더 중요하고 감사할 일들을 정해놓으면 좋겠다.
섬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 관계, 자연과 환경, 나눔, 쉼의 이야기들이 나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많은 이들이 여름철 찾아와 쉬고 가는 휴양지로 사랑받는 이곳에 혼자가 아닌 누구나와 쉼을 함께 할 수 있는 그곳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 여유가 느껴진다.
살짝 아쉽다면 그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몇장이라도 같이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