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김광연 지음, 박승희 그림 / 지콜론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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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술집? 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대학로에 자주 가던 주점은 낮에 가면 식사 메뉴가 있어 즐겨 먹곤 했다.

밤에 가도 술은 안먹고 밥만 먹어도 괜찮아서 우리 일행은 공연전이나 공연후에 간혹 들려 김치볶음밥, 돈가스 등 즐겨 먹는 메뉴들을 골고루 시켜 놓고 열심히 먹고 수다도 떨다가 왔다.

간혹 호프집이 낮에 한식부페를 하는 곳도 있고 저녁에 술 팔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덮밥류의 밥을 한두가지 같이 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그닥 특별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소개글에서 혼술, 혼밥이 눈길을 끈다.

그렇게 읽게 된 책속에는 을지로에 2016년 2층에 문을 연 '광장'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프롤로그에 광장장 김광연님과 그림을 그린 박승희님의 글에서 이들이 이곳에서 참 많은 일들을 만들고 사연들이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단순히 혼술, 혼밥을 하는 곳이 아닌 편안한 공간, 작업실, 관계가 있고 나눔이 있는 곳이다.

그들의 이야기와 메뉴가 만들어지는 에피소드, 메뉴들과 그곳의 풍경, 사람들, 행사 등의 모습을 그려서 남겨둔 그림들은 요즘처럼 핸드폰으로 쉽게 찍을 수 있는 장면들을 더 따뜻하게 하고 맛을 궁금하게 한다.

실제 음식을 디테일하게 그려놓은 것이 아니니 어떤 맛일지 완성된 모습에 얼마나 근접했을지 기대가 이어진다.

저자가 영향을 받은 식당은 일본과 제주에 있었다.

그래서 메뉴들은 전체적으로 일본 음식 스타일이다.

익숙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 생소해서 궁금한 음식들은 친절하게도 모든 메뉴는 아니지만 일부 소개하고 레시피도 알려준다.

책 사이 드문드문 <광장장이 소개하느~ > 페이지가 있어 일본 도쿄의 마이 플레이스 , 치앙마이 한달살기, 일본영화, 광장의 메뉴, 제주의  마이 플레이스, 을지로의 마이 이웃 같은 소개 내용들이 정겹다.

내가 알고 있는걸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여행 다녀와서 사온 빵 같이 먹자고 올렸더니 찾아오는 손님들, 자신들이 여행 다녀오면서 선물을 사와서 나누는 손님들은 하루 이틀안에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다.

광장에서는 단순히 혼자와서 밥 먹고 술 마시고 하고 싶은 일하고 책읽고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머물기도 하지만 소통하고 나누고 정과 사연들이 함께 하는 곳이다.

그저 주인이 혼자 보내려고 쓰는 공간을 같은 공간이 필요한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좋아하던 요리를 더했다는데 지금은 요리가 주가 되어 버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되어 있다.

주인이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만들고 싶은 요리하고 주인장 마음인데 그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러 이벤트로 게획하고 곁에서 결과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전시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며 손님에게 공로상도 수여하고 ^^

나만의 공간을 개방하는 형식이 아닌 나도 내가 하는 가게를 내 나름의 방향으로 정해진 룰 없이 즉흥적으로든 계획적으로든 내 마음대로 소통하며 운영하는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10년 가까이 손님에서 지인이 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그들의 인생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같이 나누는 이들이 있다.

그런 관계들이 한명, 두명 늘어간다.

그 사이 이사를 하고 거리가 멀어지며 소원해 지기도 하지만 1~2년에 한번 느닷없이 연락이 오고 만남을 갖게도 된다.

기억하고 있고 그렇게 연결은 끊어지지 않고 끊어진듯 연결되고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많이 공감되고 기분 좋게 한다.


나는 오늘 손님으로 와서 친해져 외국에 나가 1년 반 동안 카톡으로 소식 나누며 정을 이어온 학생과 한강유람선을 타고 저녁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렇게 사람이 좋고 나눔이 좋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인생에 재미와 활력을 더하는 그런 삶의 이야기들이 좋다.

저자는 앞 프롤로그에서 그동안 '광장'의 이야기들은 틈틈히 써와서 정리했지만 프롤로그를 쓰는 시간이 수상소감문을 적는것처럼 더 어렵다고 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도 좋아하지만 일상의 사람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는 따로 적어놓지 않았는데 앞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짧게라도 써 놓아야겠다.

나중에 그날의 그 일들이 기억에 남고 이야기들을 묶어서 이렇게 멋진 책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심히 지나칠뻔 하다가 읽은 '광장'의 히스토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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