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곽미경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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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허각은 이름이 아닌 호다.

“기댈 빙憑, 빌 허虛, 집 각閣 빙허각이온데 ‘허공에 기대어 선다’라는 뜻으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담은 이름입니다.” 

('연경에 간 선정' 중에서)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지칭한 것이다.

본명은 이선정.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영국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같은 해인 1759년에 태어난 빙허각은 여성의 자주적 삶을 선언하고 실천하며 여성들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자동약탕기를 만들었고 [규합총서], [청규박물지], [빙허각시선]을 썼다. 


명문가 3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이선정(빙허각)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성장, 노력, 도전의 이야기들을 잘 담아냈다.

여성으로서 소극적 삶을 살수 밖에 없는 시대에 친가,시가와 남편 서유본, 시동생 서유구(준평) 등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여성이지만 자주적 삶을 살아냈던 멋진 인생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공부에 대한 열정과 고집, 새로운것에 대한 도전, 뛰어난 재주 등 그녀의 이야기는 소설속에서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며 빠르게 이어진다.

시대적 특성상 평범한 집으로 시집가서 아무리 재주가 많아도 뜻하는 대로 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너무나 컸으나 사랑하고 지원하는 가족들과 남편으로 인해 여러 힘겨운 일들도 겪어가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간 멋진 여성의 이야기는 가슴을 뛰게 한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주인공이라는데... 너무 오래전에 보았기에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그때에는 빙허각이란 인물을 모르던때라 기억속에 선명하지 않다.

이 책을 읽은 지금 그 공연을 보았다면 더 좋았을것 같다.


한.중.일 3개국 실학자 99인중 유일한 여성이라는 빙허각.

그녀가 학문을 익히고 여성들을 위해 소리를 내고 책을 쓰고 물건을 만들고... 자신의 재주를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발산한 삶의 시간들이 정말 귀하다.

특히나 여성의 사회 활동이 용납되지 않던 시대에 공부도 하고 연경을 다녀오며 세상 경험도 할 수 있게 되는 내용들에서 그녀가 바라는 것들을 이루어 가는 과정들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열정과 실현에 대단함도 느끼지만 안일한 내 모습도 생각해 보게 한다.


너무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곡기를 끊고 그 뒤를 따르는 그 시대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다가오지 않아서 조금 안타깝다.

재주많은 이였기에 자신의 천수를 세상에서 더 많은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사대부집 여성들이 열녀문을 받기위해 집안의 명예를 위해 남편의 뒤를 따랐지만 빙허각은 남편과의 사랑이 너무커서 그리움이 컸기에 빨리 남편과의 만남을 위해 장례일정도 당겨서 진행했다 하니 그 사랑이 정말 깊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하게 누군가 깊이 사랑하고 평생 서로 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 귀한 인연이다.

주변에 서로 상처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빙허각 부부의 사랑이 너무 보기 좋고 살짝 부럽다.

그녀가 자신의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밀어준 가족들, 배우자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그녀의 업적과 함께 할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인연을 갖는가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용중에는 지금 쓰이지 않는 옛 단어들이 꽤 등장해서 낱말을 찾아보며 읽어야 하는 불편이 살짝 있다.

그래도 이런 단어가 있구나 하고 알게 되어 좋다.

저자도 우리의 이쁜 옛 언어들을 많이 알려주고 싶었다고 서두에 써 놓았듯이 그 의미가 잘 담겨있다.

다만 밑이나 뒤에 모아서 단어 뜻을 표기해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이 술술 읽히는 시원하고 깔끔한 문장이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오랜만에 재미난 내용으로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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