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동화를 꿀꺽해버린 꿀잼 심리학
류혜인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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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을 때면 별 생각없이 읽게 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등장 인물들이 너무 인과성과 핍진성이 떨어지는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가령 백설공주는 왕비의 계속된 암살 시도에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쉽게 문을 열어준다거나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쌩구라를 믿고 있지도 않은 옷을 입었다며 벌거벗은채 거리를 활보한 임금님의 행동은 아무리 동화라지만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반면 목마른 여우가 높이 달려 있는 포도를 보며 군침을 흘리고 따먹으려고 시도하지만 너무 높아 실패하자 갑자기 태세전환을 해서 사실은 신 포도였을 것이라고 정신승리를 하는 장면은 오히려 우화임에도 굉장히 공감이 간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건 공감가지 않는 내용이건 양쪽 모두 심리학적으로 그 상황이나 캐릭터의 심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동화를 단순히 아이들이 읽는 유치한 이야기, 교훈을 주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고만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동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에 의하면 동화만큼 다양하고 섬세하게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는 장르도 없다고 한다. 동화라는 장르는 애초에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만큼 동화 속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와 여러 사건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동화 속의 장면들은 우리가 살면서 부닥치는 여러 고민이나 문제들과 너무나 닮아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와 상황들이 우리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면 그 동화를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뜻이고, 더불어 심리학의 여러 법칙을 동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는 우리가 잘 아는 동화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해석해보는 심리학책으로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를 심리학 법칙을 통해 설명하고, 그런 심리 법칙이 우리 일상과 어떤 연관이 있고,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총 스물다섯편의 동화를 심리학 이론으로 분석해보는데 우선 동화의 전체 또는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 해당 동화를 심리 법칙을 활용해서 풀이를 한다. 이 책의 목적은 동화를 심리 법칙으로 풀이하면서 심리학을 가볍게 배워보자는 취지이므로 동화의 분석과 심리학 이론 설명이 균형감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챕터 마지막에는 '한 걸음 더'라는 코너가 나오는데 앞에 나온 심리 법칙을 우리 실생활에 적용하여 어떻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지, 동화 속의 캐릭터들이 범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생각해본다.


보통 동화는 마지막에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때가 많은데 의외로 인어공주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걸을 때마다 가시밭을 걷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하고, 만약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목소리와 다리의 전격 트레이드를 강행한다. 인어공주의 가장 큰 무기인 목소리를 잃게 되면 특기인 노래로 왕자를 유혹할 수도 없게 되는데 그런 커다란 핸디캡을 안고도 왕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근자감에 차있었던 것인지 그렇게라도 잠시 옆에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어공주는 목소리 대신 다리를 얻고 왕자가 있는 육지로 올라간다.


왕자는 결국 다른 여자를 선택하고 인어공주는 내일이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언니들은 인어공주에게 왕자를 칼로 찔러 죽이면 다시 인어가 되어 살 수 있다고 말을 하지만 인어공주는 그대로 물거품이 되어 죽는 것을 선택한다. 인어공주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가면서도 행복했을까?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 극대화자와 만족자로 나누고 있다. 극대화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최고의 선택만을 하려고 노력하고 최고의 행복만을 노리는 반면, 만족자는 선택하기 전 선택 가능한 모든 영역을 확인하여 선택의 폭을 극대화하고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다른 것을 더 알아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 정도 선에서 만족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위 사람들을 봐도 이런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을 실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한 후 그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더 좋은 대안이 있었음을 알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기가 쉽다. 그런데 극대화자는 자신이 고르지 못한 선택지를 생각하며 만족해하지 못하고 계속 후회하지만 만족자는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만족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선택의 방식도 다르지만 이후의 대처도 다르다는 것. 저자는 인어공주가 만족자라고 말하며 왕자의 초이스를 받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죽어가게 생겼음에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일이면 죽는데 행복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극대화자인 나로서는 이해가 좀 안되지만 만족자인 인어공부는 목소리를 잃고 다리를 얻어 왕자 곁으로 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을 더 행복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한다.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라는 말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이 한 말인데 과연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기회비용이 어떻게 돌아오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방식이 극대화자처럼 자신이 가지 못한 길을 끝없이 후회하는 것과 만족자 인어공주처럼 과거 자신이 그런 결정을 내렸던 그 순간의 판단을 믿고,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며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만족하며 지내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김어준은 또 말한다. 나쁜 선택보다 훨씬 나쁜 건 선택하지 않는 거다. 선택하지 않은 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게 되는 거다. '어차피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제 한 몸 던져 보는 것이 의미 있는 삶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것이 안데르센의 가르침이 아니겠냐고 말을 하는데 일견 동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현실에 만족하고 굳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것이 아니라 왕자를 칼로 찌르고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은 역시 지울 수가 없다.


왕비는 백설공주의 외모에 질투를 느끼고 사냥꾼을 시켜 백설공주를 숲 속으로 데리고 가서 죽이라고 명령한다. 왕비의 명을 받은 사냥꾼은 백설이를 끌고 숲으로 가지만 백설이를 어여삐여겨 풀어주고 멧돼지 심장으로 왕비를 기망한다. 사냥꾼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한 백설공주. 이쯤 되면 목숨 귀한 줄 알고 문단속도 잘하고, 밖에 나가서는 사주경계를 하며 항상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6.25가 왜 일어났는가? 방심해서가 아닌가? 심지어 몇 번 암살시도가 있은 후에는 난쟁이들도 짜증나서 제발 좀 아무나한테 문 열어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런데도 백설이는 계속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바로 문을 열어주고 아무 꺼리낌 없이 낯선 사람과 접촉을 한다.


저자는 백설이의 그런 행동이 외로움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에 접촉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 전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애착을 갖는 이유가 단순히 엄마가 자신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생존에 가장 필요한 먹을 것을 주기 때문에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린다는 늬앙스. 그런데 실험을 통해 아기들이 엄마에게 매달리는 것은 먹을 것 때문이 아니라 접촉, 애정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와 접촉하고 쓰다듬거나 안아 주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백설이는 태어나자 말자 엄마를 여의고, 국사에 바쁜 아빠는 백설이를 직접 보살필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백설이를 질투한 계모 왕비가 백설이를 안아줬을리는 만무한 일. 그런 백설이가 난쟁이의 집으로 도피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난쟁이들은 아침마다 일하러 나가버리고 빈 집에 혼자 있게 된 백설이는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란 것. 그래서 낯선 사람이 와서 자신을 애타게 찾자 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충분한 접촉을 받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접촉을 갈망하게 된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애정 결핍증인데 신체 접촉을 받으면 사람의 피부에 있는 신경섬유가 활성화되어 엔돌핀을 막 분비하게 되고 그로 인해 기분이 좋아져서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그러니 접촉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기분상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몸의 기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이유로 심리학에서는 접촉을 '접촉 위안'이라고 한다. 백설공주는 타인으로부터 접촉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애정 결핍이 있는 사람은 잘못하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설공주처럼 접촉 위안을 추구하려다가 죽음에 이르는 위험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평소 건강한 관계맺기를 통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사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우리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백설공주가 애정결핍일 것이라는 가설은 아마 비슷하게 생각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애정결핍이 어린 시절 접촉의 부재에 기인한다는 사실은 쉽게 떠올리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아이에게 사랑을 듬뚝 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는 말하지 못한다. 맛있는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아이가 원하는 걸 사주고, 브랜드 옷을 입히고 아이가 아쉬울 것 없이 클 수 있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 길은 한번이라도 더 손을 잡아주고,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접촉이 이렇게 중요하다. 누구나 다 알만한 동화를 심리학으로 분석해보고 그 속에서 심리 법칙들을 배워보니 재미도 있고, 동화가 새롭게 보인다. 그리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심리학 이론을 너무나 쉽게 배울 수 있어서 가볍게 심리학에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에겐 안성맞춤인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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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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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플래그라는 말의 의미부터 알아보자. 플래그란 직역하면 깃발인데 실제로 사용되는 단어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프로그래밍 언어 용어로서, 특정 동작을 수행할지 말지 결정하는 변수를 뜻한다. 온라인 몰에서 재고가 없으면 그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게 '품절 플래그'를 세워서 구매하기를 막아버리는 식인데 제품이 품절되었다고 깃발을 들어 알려주는 움직임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두번째로는 이 프로그래밍 용어로서의 의미가 확장되어 게임에서 특정 이벤트를 발생시키기 위한 조건이 만족되는 것을 뜻한다. 시뮬레이션이나 어드벤처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특정 시간, 장소에 가야 이벤트가 발생한다거나, 특정 조건을 클리어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특정 매개 변수에 따라 이벤트가 진행되거나 숨은 캐릭터를 찾게 되는데 그러한 특정 매개 변수가 플래그이다.


게임에서는 패배  플래그, 승리 플래그 같은 패턴으로 사용되는데 그 외에도 이혼 플래그, 철야 플래그, 보너스 플래그 같은 식으로 플래그만 갖다붙이면 뭐든 성립한다고 한다. 즉, 사망 플래그는 우리 말로 고치면 사망 복선 정도가 될텐데 게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서 캐리터가 어떤 행동을 하면 반드시 죽게 되는 설정이나 죽음을 암시하는 클리셰로 생각하면 되겠다. [사망 플래그 도감]은 서브 컬처에서 반드시 죽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과 행동을 글과 그림으로 재미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5,000편의 영화, 드라마, 애니에서 뽑은 장르별 사망 클리셰를 완전 분석해 놓아서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플래그와 클리셰의 차이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클리셰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 컬처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뻔한 장면이나 뻔한 캐릭터, 뻔한 스토리 진행을 뜻한다. 그런 판에 박힌듯 항상 나오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과 캐릭터는 마치 하나의 법칙처럼 사용되기도 하고 그것을 깨는 것에서 반전재미를 주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신선한 설정이었으나 그것이 계속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점차 식상해지며 클리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캐릭터의 경우는 스테레오타입이라는 표현도 사용하는데 클리셰란 캐릭터, 상황, 표현 등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죽는다거나 이렇게 하면 살고, 이런 사람을 꼭 배신을 한다는 식의 뻔한 클리셰 중에서 이렇게 하면 죽는다는 파트를 떼어내면 사망 플래그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플래그는 클리셰의 하위개념인 셈이다.


책의 구성은 심플한데 액션, 서스펜스, SF, 호러, 대결, 패닉, 괴수·좀비의 총 7가지 챕터로 구분하여 장르별로 사망에 이르는 플래그를 소개하고 있고, 장르별로 각각의 사망 플래그를 하나씩 나열하고, 단촐한 일러스트와 함께 간략하게 설명을 적어놓는 식이다. 설명에는 해당 사망 플래그가 사용된 영화나 소설 등의 콘텐츠를 예로 들어 소개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책이라 그런지 일본의 서브컬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망 플러그와 일본의 콘텐츠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로 영화에서 이러한 클리셰 혹은 사망 플래그가 장르적 특징처럼 말해지는 호러 영화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 다른 장르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이 호러 장르에서는 사망 플래그가 많은 편이다. 단순히 많은 것을 넘어서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이 하나의 장르적 특징처럼 취급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망 플래그가 영화 속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오래된 저택으로 도망치는 그룹, 하나도 안 귀여운 인형을 사 오는 가족, 천장에서 떨어진 액체를 처음 인지한 사람, 일인칭시점으로 쫓겨 다니는 사람 등 호러 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사망 플래그가 소개되는데 이런 내용들은 실제로 영화에서 많이 사용되거나 스토리의 기본적인 배경이 되기도 한다. 사당을 파괴하는 건축 현장의 감독이나 기묘한 것이 있는 방에 이사를 와버린 사람, 꺼림직한 손님을 태운 택시 운전사 같은 설정은 주로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인데 보통은 이런 사망 플래그들이 하나의 영화에서 복합적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 그러나 워낙 베리에이션이 많다 보니 오히려 이런 사망 플래그를 약간씩 비틀어서 역으로 가는 설정도 있다.


서스펜스 장르에서도 재미있는 사망 플래그가 많이 나오는데 화장실 개인 칸에 숨는 사람은 헐리우드,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적 공통 사망 플래그다. 왜 하고 많은 곳에서 화장실 개인 칸으로 도망치는 건지 모르겠다. 돈으로 살아남으려는 사람도 반드시 죽게 되고, 혼자만 다른 방에 틀어박힌 사람 역시 거의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클리셰는 너무 식상해서 그런 장면이 나오는 순간 죽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이라던지 동료와 떨어진 곳에서 애정 행각을 즐기는 커플,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슴을 노출하는 여자는 으레 죽게 되는데 이런 내용들은 호러 영화의 주관람층인 십대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윤리적인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꼰대들의 시각에서 윤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는 십대는 이처럼 끔찍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란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사망 플래그 진단 테스트'라는 것이 나오는데 제시된 문항에 Yes/No로 답하면서 결과를 따라가면 사망할지 살아남을지 알아보는 테스트라고 한다. 내가 만약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되었을 때 살아남아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지 알아보라는데 7개의 결과 모두 죽는 것으로 나온다. 사망 플래그가 이렇게 무섭다. 영화나 서브컬쳐를 잘 보면 일정한 패턴을 쉽게 발견하게 되는데 영화를 많이 보면 그런 내용들이 데이터베이스화되서 클리셰에 함몰되어 영화를 보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 플래그를 찾으려 하거나 플래그를 뒤집는 참신한 반전을 봐도 크게 좋은 평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로 영화를 좀 봤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클리셰나 플래그를 통해 극의 내용이나 진행되는 전개를 다 알아맞추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것을 자신의 영화적 안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로 그 영화가 자신의 짐작대로 흘러간다면 역시 평범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전개되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반전은 있지만 전개는 좋지 못하다며 괜히 영화 자체에 트집을 잡으며 평가절하 하는 일도 있다.


저자는 그런 배배 꼬인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설령 영화가 시작되자말자 남은 전개를 다 짐작했더라도 뜻밖의 반전에 환호를 보내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 속에 그러한 것을 꼬집는 내용의 데스 플래그 걸이라는 만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영화를 볼 때 옆에서 괜히 플래그를 들먹이며 이렇게 될 것이다 저렇게 될 것이라고 말을 하며 김을 빼면 스포 아닌 스포가 되어 긴장감이 줄어들고 영화는 재미가 없어진다. 이 책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보고 그 자체로 웃고 즐기자는 의미이지 사망 플래그를 연구해서 영화를 볼 때 내용을 짐작하고 예상하라는 이유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진부한 클리셰에서 진보한 생각이 싹트는 법이니 매력적인 플래그를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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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 감독이 참여한 첫 공식 도서 - 첫 작품부터 현재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와 비밀
톰 숀 지음, 윤철희 옮김, 조 퍼글리스 사진, 전종혁 감수, 크리스토퍼 놀란 대담 / 제우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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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은 현재 헐리우드에서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완성도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잡는 몇 안되는 감독으로 헐리우드 내에서 놀란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고 한다. 스튜디오는 놀란의 작품에 일절 터치를 하지 않고 전권을 줘서 놀란은 온전히 자기 뜻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요즘의 헐리우드, 특히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는 철저하게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관리되고 스튜디오의 뜻대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는데 그만큼 크리스토퍼 놀란은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는 그야말로 거장, 작가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동시대의 여러 뛰어난 감독 중 놀란은 그야말로 최고의 거장이라고 할만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20여년 동안 11편의 장편을 만들었는데 두어편의 작품을 제외하면 작품이 출시될 때마다 엄청난 흥행과 함께 극찬을 받았고, 몇몇 영화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놀란 감독은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최근의 헐리우드 영화가 과도하게 그래픽에 치우치는 경향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픽이 아닌 사실주의 촬영 방식이 가지는 특유의 질감과 떼깔은 CG로는 느끼지 못하는 무게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놀란 감독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놀란 감독의 영화의 특징은 이런 영상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놀란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여러가지 철학, 과학, 인문학적 담론을 제시하고 영화를 다양한 관점으로 읽어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깊이있는 내용인 것이 많다. 내용 속에 담겨 있는 함의도 그렇고, 사실주의를 추구한 만큼 영상 그 자체의 미장센에도 담겨 있는 의미가 많이 있다. 그러나 영화 속의 함의건 미장센이건 그런 것들을 모두 완벽하게 읽어내기란 쉬운 것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놀란 본인이 직접 참여한 첫 공식 도서로 놀란이 20년간 만든 11편의 영화에 대해 감독의 입으로 자신의 영화에 대해 들어보는 코멘터리북이자 감독이 직접 그린 미공개 스토리보드, 스케치, 사진, 스틸샷 등 200장이 넘는 컬러 시각자료와 함께 여태껏 밝혀지지 않았던 제작 뒷이야기, 숨겨진 의도와 고민 등 놀란이 오랫동안 벼려온 천재적인 사유를 담은 책이다.


책은 열세 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책의 도입부인 첫번째 챕터인 구조와 마지막 챕터 결말을 제외하면 11편의 장편 영화를 각각 방향, 시간, 지각, 공간, 환상, 혼돈, 꿈, 혁명, 감정, 생존, 지식이라는 키워드로 하나의 챕터당 영화를 한편씩 소개하고 있다. 챕터의 소제목들은 해당 챕터에서 다루는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일단 놀란 감독의 장편 영화를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나 인셉션, 테넷 같은 최근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는 많은 담론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섬니아나 프레스티지 같은 영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일은 많이 없었는데 놀란 감독의 전체 필모를 빠짐없이 쭉 따라가며 한번에 그의 작품 세계를 전부 톺아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각 챕터는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영화계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거나 영화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놀란의 일화를 회상하는 것으로 가볍게 시작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거나 맥을 함께 하는 고전영화를 소개하기도 하고, 놀란이 그 영화를 만들 떄 참조하고 영향을 받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참고한 고전작품이 자신의 영화에 어떻게 녹아들어갔는지를 조금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는 식이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이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고, 때로는 숨기지 않고 오마주하거나 패러디 하기도 하지만 진짜 영화를 많이 본 영화광이 아니면 그런 작품과 장면을 읽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것을 감독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주자인 프리츠 랑의 '도박사, 마부제 박사'에게서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조커를 마부제 박사의 영화처럼 독창적인 범죄의 달인으로 만들려고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구성했다는 것. 흔히 조커는 라울 레니 감독의 표현주의적 작품인 무성영화 클래식 '웃는 남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로 알려져 있는데 놀란의 조커는 웃는 남자 대신에 마부제 박사를 차용한 것이었다. 분명 조커는 '웃는 남자'에서 따온 것이지만 밝은 색 정장과 광대 메이크업이라는 캐릭터의 특징만을 가져온 것이고 놀란은 그런 시각적 캐릭터의 성격 대신 독창적인 범죄자의 이미지를 새로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 만의 '히트'처럼 영화를 도시 이야기로 만들기로 한다. 히트는 실제 로스앤젤레스를 반영한 스토리로 그 도시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크나이트도 실제 거리와 실제 빌딩이 있는 실제 도시에서 촬영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하면 세트가 아닌 도시 규모의 큰 비쥬얼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하고, 그런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위협하는 악당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다. 놀란의 인장 같은 아이맥스 촬영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히트'도 다크나이트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프롤로그인 은행 강도 장면을 떠올려 보면 과연 히트의 미장센이나 디테일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이 연상된다. 심지어 히트에 대한 오마주로 히트에 출연한 윌리엄 피츠너를 일부러 출연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다크나이트는 특이하게도 2.35:1의 일반 화면비율로 진행되다가 도입부의 은행을 터는 장면, 조커를 유인하기 위해 하비가 호송차에 타고 중앙구치소로 가는 장면, 조커가 병원을 폭발시키는 장면 등에서는 스크린을 꽉 채우는 아이맥스로 화면이 전환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액션장면을 잘 보여주기 위해 아이맥스로 촬영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에서 놀란의 얘기를 듣고나니 아이맥스의 큰 화면은 액션 때문이 아니라 도시를 보여주기 위함임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액션씬은 아니지만 도시의 전경을 훑어가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아이맥스로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맥스 화면에는 그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다크나이트는 놀란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해서 몇 번이나 봤지만 그동안 내가 뭘 봤나 싶을 정도로 영화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가령 덴트가 탄 호송차를 조커 일당이 습격해서 RPG를 쏘고, 트럭이 전복되는 씬에서는 음악이 제거되고 음향효과만을 삽입했다고 한다. 사실 영화를 몇 번이나 보면서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 장면이 워낙 긴박해서 집중하다보니 음악이 빠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기도 했고, 다시 영화를 보니 해당 장면은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와 트럭의 엔진소리, 배트맨의 바이크 소리 등이 마치 배경 음악처럼 리듬감을 가지고 들려왔는데 그래서 음악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음악이라는 보조장치를 제거하고도 그렇게 쫄깃한 긴장감을 구축한 놀란의 능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영화의 컨셉과 구성, 스타일과 시나리오을 구상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특정 씬을 찍을 때 감독이 어떤 것에 신경을 쓰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촬영했는지, 그 캐릭터는 어떤 컨셉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그 장면을 찍을 때 감독이 영향을 받은 영화는 무엇인지 등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뜯어서 그 장면에 관련된 트리비아를 감독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니 영화를 꼼꼼하게 다시 읽을 수 있어서 영화가 새롭게 보이고,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내용들은 영화를 여러번 보더라도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라 책을 통해 감독의 코멘터리를 보고나서 영화를 다시 보면 영화가 정말 완전히 새롭게 보이고, 그동안은 놓쳤던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놀란의 영화는 철학적, 과학적인 함의가 많고, 여러가지 담론이론으로 읽어낼 여지가 많다보니 영화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가 주어지면 영화읽기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놀란 감독과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영화가 개봉할 때 즈음이면 소위 영화평론가나 영화 유튜버들이 그 영화를 분석하고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기사나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수준을 넘어서서 굉장히 디테일하고 정확한 정보와 구체적인 해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놀란 감독 자신의 해석이니 그것보다 더욱 정확하고 의미있는 정보는 없을 것이다. 놀란 감독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견의 영화평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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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 감독이 참여한 첫 공식 도서 - 첫 작품부터 현재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와 비밀
톰 숀 지음, 윤철희 옮김, 조 퍼글리스 사진, 전종혁 감수, 크리스토퍼 놀란 대담 / 제우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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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직접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 아이디어, 영향을 받은 고전작품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소개하는 코멘터리북. 놀란의 작품을 다룬 글 중 가장 디테일하고 정확한 정보와 구체적인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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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 영화의 거장 누구나 인간 시리즈 5
베른하르트 옌드리케 지음, 홍준기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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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알프레드 히치콕은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흥행감독이자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작가이기도 하며 최초의 스타감독이기도 하다. 히치콕은 공포 스릴러의 거장이자 서스펜스의 대가라고 불리는 서스펜스 장인으로 그가 만든 수많은 영화들은 호러 영화 베스트에 항상 그 이름이 올라가며 영화사에 남을 고전으로 불리운다. 히치콕의 위대한 점은 그의 영화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내면의 광기, 탐욕, 성욕, 죄의식, 강박증 등을 영상 속에 담아내며 작품적으로도 깊이있는 철학성을 보여줬기 때문인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인 측면과 연결되는 것들이 많아서 히치콕의 영화를 인간 심리의 교과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히치콕은 꽤 많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의외로 한국에서는 비디오로 거의 전편이 출시되어서 히치콕의 걸작들은 90년대 씨네필들의 필견의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올라갔었다. 그런데 히치콕의 명성이나 작품의 인지도와는 별개로 요즘의 관객들은 의외로 히치콕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워낙 오래전 영화라서 영화의 결이나 떼깔이 지금의 관객의 스타일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탓인 것 같다. 그래서 히치콕의 명성이나 인지도에 비하면 한국에서는 히치콕이 그다지 많이 언급되지도 않고, 히치콕의 작품들을 분석하는 리뷰도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도 생각보다 히치콕의 영화를 그다지 많이 보지는 않았다.


히치콕에 대한 일화로 히치콕이 어린 시절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자 아버지는 별 말 없이 꼬맹이 히치콕에게 메모를 쥐어주며 경찰서로 가서 그것을 경찰관에게 전해주라고 시켰는데 그 메모에는 히치콕을 5분동안 감옥에 가두어두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때의 불안과 공포감이 이후 히치콕 영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에피소드는 너무나 유명하다. 히치콕 개인의 경험이 영화에 투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히치콕 개인의 일생과 삶을 조금 더 알면 히치콕의 영화 세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히치콕 - 영화의 거장]은 히치콕의 일생과 작품을 따라가며 히치콕의 삶과 작품을 함께 조명해본다. 인기있는 감독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 개인의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분석, 그리고 감독의 입으로 설명하는 코멘터리 까지 감독과 영화를 한번에 갈무리 할 수 있는 전기책이다.


영화감독들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한 히치콕은 후대의 명감독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오손웰스나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봉준호 같은 감독들은 스스로 히치콕의 영향을 받았다며 존경의 표현을 하였고,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히치콕 성애자로 일생을 히치콕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영화를 만들 정도이다. 히치콕은 

영화 문법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히치콕의 영화가 거의 모든 문법을 창조해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외에도 맥거핀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영화 현기증에서는 줌인과 줌아웃 효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트랙 인 줌 아웃을 처음 고안해내었는데 이 카메라 기법은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영화적 문법이나 카메라 기법 등 다양한 부분에서 히치콕은 영화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히치콕의 이름은 너무 유명하고, 그의 대표작들도 너무 익숙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히치콕은 굉장히 오래전에 활동한 감독이다. 영국 출신인 히치콕은 20년대부터 영국에서 무성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3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헐리우드로 넘어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싸이코나 현기증, 북북서 같은 걸작들을 만들며 황금기를 누렸다. 보통 우리에겐 헐리우드로 건너간 이 시기의 작품들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미 그 전에 영국에 있을 때에도 '하숙인' '한 여자가 사라지다' 같은 걸작들을 만들었고, 그래서 영국에서의 시간을 제1의 전성기, 미국으로 건너간 후의 시기를 제2의 전성기라고 말한다. 사실 히치콕이 무성영화 시절부터 활동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는데 너무 익숙하다보니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인식이 없었던 것 같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세번째 작품인 '하숙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히치콕스러운 표현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급작스러운 악의 출현이나 평범한 시민의 잘 정돈된 삶을 뚫고 들어오는 폭력, 범죄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기본 상황 설정 자체가 히치콕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그래서 이 영화는 히치콕 영화의 원형이라 불리게 되었고 히치콕의 진정한 첫 번째 영화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 스타일과 다른 부분이 많았고, 지금까지 나온 영국 영화 중 최고봉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능력을 입증하였다. 물론 이전의 두 영화도 극찬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히치콕은 말 그대로 일약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후 히치콕은 많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전부 성공을 한 것은 아니었고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에 완벽하게 만족을 하진 못했다. 


스튜디오와의 계약 때문에 원치 않는 영화를 계속 만들게 되면서 재능을 낭비하던 히치콕은 미래의 전망이 없는 절망의 시기를 보낸다. 히치콕 정도의 거장이 좌절하고 절망하였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러다가 다시 히치콕스러운 영화로 돌아가는데 서스펜스와 스릴러의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잘 드러내며 내놓는 영화마다 크게 성공하게 된다. 이때 나온 영화가 '너무 많이 아는 사람' '39계단' '사보타주' '한 여자가 사라지다' 같은 주옥 같은 걸작들이었다. 이 영화들이 미국에서도 상당한 흥행을 거두자 이 영국 출신의 거장을 헐리우드가 주목하게 되고, 헐리우드의 제작자들은 히치콕을 미국으로 모셔오게 된다. 이때부터 히치콕의 두번째 전성기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전기지만 단순히 히치콕의 인간적인 측면에서 그의 일대기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인 측면에서 영화의 분석과 해설, 트리비아 등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자연인으로서의 히치콕 뿐만 아니라 히치콕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지루하지도 않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히치콕의 작품이나 히치콕의 영화적 성향, 각 영화간의 상관관계, 히치콕이 만들어낸 영화문법 등 히치콕을 읽어내는데 필요한 내용들이 많아서 히치콕 영화를 좋아하고,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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