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건의 1페이지 팝 콘서트 365
박성건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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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Kpop이 전세계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20세기 소년소녀들에겐 팝장르가 대세였다. 노래 좀 듣는다고 하는 애들은 전부 팝을 흥얼거렸고, 알지도 못하는 영어가사를 들리는대로 한글로 적어서 따라부르곤 했었다. 물론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가요도 훌륭하지만 그 당시의 팝은 한국의 가요보다 더 우수하고 쎄련된 대중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한국에서만의 경향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였던 것 같다. 그만큼 팝의 영향력은 전세계를 뒤덮을 정도로 굉장히 크고 막강했다.


그런데 사실 팝음악이 아무리 큰 인기를 끌었다고는 해도 당시엔 지금처럼 다양한 음악을 취향에 맞게 골라서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편하게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정보를 취하기도 어려워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팝음악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악사에서 그 곡이나 뮤지션이 가지는 의미, 시대적 배경, 음악적 인과관계 등 음악과 음악사에 대한 이해없이 그저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히트한 노래위주로만 소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음악이란 그런 배경을 모르고도 즐겁게 들을 수 있지만 이왕이면 음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음악을 알고 들으면 더욱 즐겁게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박성건의 1페이지 팝 콘서트 365]는 400곡이 넘는 주옥 같은 팝음악과 뮤지션을 소개하며 그 팝음악에 담긴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맥락 등을 살펴보는 팝음악 인문학 책이다. 매일 한 페이지에 한 곡씩 365가지 곡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매일 하나의 곡을 테마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와 관련된 다른 수많은 곡들이 함께 소개되므로 실제 책에서 다루어지는 음악의 수는 1000곡이 훌쩍 넘는다.


모든 곡소개는 한 페이지로 끝내는데 한 페이지에 한 곡 혹은 두 곡을 유닛처럼 묶어서 소개하고 있고, 소개하고 있는 모든 곡들은 굳이 인터넷을 찾지 않아도 바로 직접 들어볼 수 있게 QR코드가 첨부되어 있다. 특이하게 소개하는 곡마다 해시태그를 붙혀서 가수, 곡의 테마, 장르, 곡과 관련된 여러 키워드 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관심이 있는 내용을 취합해서 읽어볼 수 있게 한 것도 재미있는 구성이다. 팝이라고 해서 팝뮤직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영화음악, 클래식, 가요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여러 장르의 음악에 대한 상식을 골고루 넓힐 수 있다. 또 40년대의 리듬앤블루스부터 50년대 로큰롤, 80년대 신스팝, 21세기의 팝음악까지 팝음악사의 모든 시간을 톺아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팝음악을 듣고 자라난 세대이고, 팝음악을 나름 많이 들었음에도 책에서 소개한 제목들은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웃기게도 어떤 노래인지 궁금해서 QR코드를 찍어서 노래를 들으면 상당수가 이미 알고 있거나 익숙한 곡이었다. 그러니까 당시에는 노래 제목이나 가수도 모른채 그냥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고 했던 것이었다. 그땐 정확한 가사도 모른채 그냥 흘려 들으며 대충 비슷한 발음으로 따라부르기만 하다보니 정확한 원제를 보면 과거에 듣던 노래와 매치가 안되는 것이다. 혹은 TV나 영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팝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의외로 한국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오는데 과거의 CM송이나 라디오 시그널음악, TV방송의 오프닝곡으로 쓰인 익숙한 곡들을 당시의 시대 분위기나 지나간 추억들과 함께 썰을 푸는데 옛날 생각이 나면서 재미있게 느껴진다. 익숙한 멜로디를 들으면 오래전의 기억까지 저절로 생각나게 되는 기묘한 힘이 음악에는 있는 것 같다. 또 OST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콰이강의 다리, 닥터 지바고처럼 이전 세대의 고전영화지만 음악만은 여전히 많이 들을 수 있는 곡들도 있고, 더티댄싱, 보디가드 같은 동시대 영화도 있어서 그 음악들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대에 함께 그것을 즐기고 소비했던 기억이 있는 곡들도 접해볼 수 있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팝음악의 인기는 매우 높아서 그 당시 최신곡 뿐만 아니라 7~80년대는 물론 5~60년대나 그 이전의 올드팝도 굉장히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의외로 태어나기도 전에 인기를 끌었던 올드팝도 상당히 많이 들었는데 책에는 그런 곡들도 많이 다루고 있어서 모르고 있던 트리비아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정보가 제한적이라 동시대에 유행한 노래가 아니면 그 곡의 맥락을 잘 알 수가 없었는데 그 곡과 관련된 여러 정보와 재미있는 에피소드, 시대적 맥락, 의미 등을 알게 되니 재미도 있고, 음악적으로도 이해가 높아지는 것 같다. 음악을 듣는 귀가 풍성해지는 느낌이랄까?


한 가지 불편한 것은 목차나 인덱스가 없어서 원하는 키워드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은 년도순도 아니고, 곡이나 가수의 스펠링 순도 아니며 심지어 같은 아이템이나 비슷한 내용을 한데 묶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부 무작위로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가령 디스코에 대한 내용을 보고 싶어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굳이 책을 처음부터 한장한장 넘기며 찾아야 하는 식이다. 영화음악을 좋아해서 OST에 관련된 글들만 따로 떼어내서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려주던 음악을 수동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저자가 책에 써놓은대로 그 내용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이런 식으면 해시태그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어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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