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비행청소년 20
김영란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영화 변호인에서 인용되며 유명해진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지난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태어나서 가장 많이 들었는데 당시에는 우리 국민들이 헌법을 수호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헌법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고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면서 일상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법은 헌법이 아닌 교통법이나 부동산법 같은 그 하위법령들이다. 헌법은 사실 너무 상징적이고 일반 국민은 개인차원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큰 틀에서의 거시적인 법률처럼 느껴지다보니 그다지 주목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때론 법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며 재판부가 헌법을 뒤집는 재판 결과를 내기도 하므로 사문화된 느낌조차 가지게 된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그동안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독재자들이 권력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입맛대로 막 바꾸어서 누더기 헌법이란 말까지 듣게 되었다. 헌법이 공표된 이례로 총 9차례나 헌법이 바뀌었는데 우리는 미국처럼 조문을 추가하는 수정헌법의 형태가 아니라 수정, 삭제, 삽입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권리장전을 빨리 재정하기 위해 그 부분만 따로 수정조항으로 만들어서 의회에서 바로 통과시키다보니 조문을 추가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지금까지도 그런 방식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앞서 말한대로 독재자들 마음대로 전부 싹 뜯어고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신헌법이라 하겠다. 이렇게 헌법은 깊은 고민 없이 필요에 따라 급하게 만들어져 사용되어왔는데 특히 노태우가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인 6.29 선언 이후 4개월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개헌안 작성, 국회 본회의 통과, 공포까지 진행되어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각지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헌법을 개정하는데는 국민투표까지 해야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기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의 헌법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그것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헌법에 대한 지식에 능통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의 헌법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로 가서 헌법 탄생의 과정을 따라가며 알아보고, 그 당시 국민들에 감정이입하여 그 열망을 느껴보고 헌법에 대한 지식을 채우고,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의 헌법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네 나라의 헌법이 우리나라의 헌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은 물론 한국 까지 헌법의 탄생 배경에는 국민들의 투쟁의 역사가 있다. 영국의 대헌장을 승인한 존 왕의 시대에 권력자들은 평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권력 쟁탈전에만 열을 올렸다.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갔고 로빈후드가 나타난 이유이기도 하다. 존 왕은 영주들의 신임을 잃었고, 단독으로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다가 패하자 그 분풀이를 영주들에게 한다. 결국 영주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왕이 아닌 법의 지배를 요구하며 존 왕에게 대헌장에 서명하도록 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비슷한데 루이 16세 때 여러 국제정세가 뒤엉켜 프랑스의 재정이 파탄난다. 정확히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무렵의 프랑스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것이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이다.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은 힘들고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시점에 루이 16세는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을 펼쳤고, 분노한 시민들은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이게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이고 그로부터 한참뒤 프랑스에도 헌법이 만들어진다.


미국의 경우는 좀 더 심플한데 영국 의회가 계속 식민지 미국에 불리한 법을 만들어서 식민지를 억압하자 분노한 식민지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독립을 외치며 헌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영국의 권리장전, 프랑스의 인권선언, 미국의 독립선언서은 인간의 권리를 선언한 문서라고 평가받고 있다.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우리가 헌법을 만들 때 많이 참고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헌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이 만들어질 때의 독일의 상황은 한국과 비슷한 사회적 분위기였는데 독일 역시 황제에 맞선 11월 혁명 이후 헌법이 만들어졌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들은 독재자에 맞섰고 그 때마다 새롭게 헌법이 만들어졌다. 혹은 독재자에 의해 헌법이 만들어지자 국민들은 저항하고 투쟁했다.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담긴 결과물이며 지금 우리가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항을 말할 수 있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열망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이 부제가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은 각 나라들에서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투쟁을 중심으로 쓰고 있다. 삽화와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서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고, 헌법이 만들어지는 탄생의 장면을 영화를 보듯 접할 수 있다.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투쟁을 하며 헌법이라는 인간의 권리를 쟁취했는지 알아보며 헌법정신과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