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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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가 맞붙은 미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가 승리하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고, 트럼프가 승리하면 처음으로 미친놈이 미국 대통령이 되지만 우리는 18대 대선에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어내었다는 자조적인 자학개그가 인터넷 상에 떠돌았던 적이 있었다. 대통령으로서 함량미달인 박근혜와 트럼프를 동시에 조롱하는 말이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이명박과 닮은 부분이 더 많다. 희대의 사기꾼이고,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고, 부자프렌들리정책으로 일관했으며, 온갖 뻔뻔한 짓거리를 태연작약하게 저지르는 부패한 장사치이자 무능력한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리의 잃어버린 9년과 미국의 4년을 돌아보면 실로 참담하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사회 시스템은 망가졌으며,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저급한 인격의 소유자들이 사회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면,

그들의 인격은 우리 모두의 운명이 된다


사람들은 개인의 욕망을 대통령에게 투영하여 자신의 욕망을 이뤄줄 사람이라 믿고 기꺼이 투표장에 나가 박근혜와 트럼프에게 표를 주었다. 집값만 오르고, 세금만 감면해준다면 그게 사기꾼이건 장사치건 똥멍청이건 미친놈이건 상관없이 지지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저급한 인간의 욕망이 저급한 인간에게 사회의 운전대를 맡겼고, 저급한 인간이 사회의 운전대를 잡으면 그 저급한 인격은 우리 모두의 운명을 저급하게 만든다. 그 결과 한국에선 강남아줌마의 국정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기에 이르고, 미국에선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은 현재 수감 중이고, 트럼프는 탄핵 재판이 한창이다.


카키스토크라시란 가장 악덕하고, 비양심적인 최악의 '잡놈'들이 주도권을 잡은 정치, 혹은 가장 어리석고, 자격 없고, 부도덕한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를 말한다. 무능함과 부정부패, 통치자의 품격까지를 망라하는 표현으로 [나쁜, 악한][최상][권력 통치]라는 말을 조합한 단어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의 지배를 말하는데 한마디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책에서는 일단 트럼프를 타켓으로 하여 카키스토크라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가 그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국이고 가장 발전한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하던 미국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맞이한 후 국내외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고,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망가져가는지를 돌아보며 잡배가 권력을 잡으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는지를 말한다.


화려한 껍데기 속에 자리하고 있는 천박한 인간형은

직간접적으로 사회 전반의 기풍과 풍습에 잡스러운 영향을 미치고,

열심히 사는 서민들에게 패배감과 모멸감을 주며,

급기야는 공동체 의식을 파탄시킨다


그러나 초강대국이라는 나라가 저렇게까지 망가진데는 단순히 대통령 한 명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저자는 미국이 저 지경이 된 것에는 조작된 시스템, 인간성이 상실된 신자유주의 체제, 타락한 자본가와 금융업자, 부패한 월가, 도덕성이 결려된 부자들, 보수의 타락, 조직화된 종교(개신교)의 위험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능력하고 비도덕적인 대통령 한 명이 아니라 소수의 사회 상부층의 잡놈들이다. 단순히 이명박근혜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그 한명에 의해 한국과 미국이 이 지경까지 망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소수의 특출난 사회 상부층의 부도덕하고 탐욕적인 잡놈들 때문에 서민들의 삶이 바닥을 치게 된 것이다. 결국 상부층의 부도덕과 탐욕이 너무나도 정교하게 체계화되어있는 사회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지금 미국을 망치고 있는 상층부의 잡놈들은 당연히 한국에도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 놓은 부도덕과 탐욕의 사회구조는 똑같이 한국 사회를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괴물 같은 인간은 온 마을이 키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경천동지할 일이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겨우 대통령 하나만 바뀌었을 뿐이다'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정치권력, 재벌권력, 검찰권력, 언론권력, 종교권력 등 기존의 부도덕하고 부패한 잡놈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고, 이미 그 잡놈들이 만들어놓은 사회구조는 견고하게 체계화되어 있어서 그 사회구조를 뜯어고치려는 개혁에의 의지는 잡놈들의 강한 저항에 휘둘리고 있다. 오히려 그 잡놈들의 역공에 무고한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당하고, 시스템은 붕괴되었으며, 민주주의는 유린당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자니 참담한 심정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미국 국민들은 이명박근혜, 트럼프 따위를 무려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이 아닌가? 이런 인간들에게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겨우 그정도의 수준밖에 안되는 사람들이니 국민들은 개·돼지란 말을 들어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최악의 인간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나라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악인들이 이길 확률이 더 높은 사회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명박근혜와 트럼프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선출한 잡놈들이다. 국민 하나하나의 개인적 욕망이 거대한 괴물과 같은 잡놈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서민의 욕망에 의해 탄생한 잡놈은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제 미국은 트럼프라는 특출한 잡놈을 치워버렸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저자는 그런 낙관주의에 빠지면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말의 의미가 뭔지 이미 경험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 겪고 있는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을지,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여기에서만큼은 한국이 미국보다 한발 앞서 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미국이 우리를 반면교사 삼아서 우리의 전철을 밟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자는 질나쁜 지배층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성적인 상식과 품격이 있는 시민이 필요하고 경제지상주의가 아닌 인문학이 중심이 된 교육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양국 공히 스스로 부도덕한 소수의 상부층 잡놈들에게 충성을 다하며 자발적 개·돼지가 되기로 작정한 서민 잡놈들 때문에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좀처럼 정상화되기 어려워 보이니 양국의 미래가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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