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 인터뷰와 일러스트로 고전 쉽게 읽기 고전을 인터뷰하다 1
최유리 지음, 나인완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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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분석서 중 최고로 꼽힌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적국인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인식하에 일본에 대한 이해를 위해 루스 베네딕트에게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여 그 연구 결과로 만들어진 개념서이다. 일본인이나 일본 문화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한번쯤 읽어봤을텐데 쓰여진지 오래된 감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을 분석한 루스 베네딕트의 통찰은 매우 높아서 일본인과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데는 상당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미국인의 시각에서 일본을 보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우리의 입장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오리엔탈리즘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또 2차 세계대전 때 쓰여진 글이라 현재 일본인의 정서와는 많이 다른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고 가독성도 떨어진다고 말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대학교 때 책을 읽었지만 내용이 그다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쉬운 책은 아닌 것 같다.


그중에서도 책이 오래되었다는 점이 책을 읽는데 가장 큰 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2차세계 대전에 그 당시 일본을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다. 책은 70년이나 이전의 쇼와시대의 일본을 분석한 내용인데 일본은 이미 헤이세이를 지나 지금은 새로운 레이와시대에 이르렀다. 당장 한국만 해도 전후 세대와 지금 밀레니얼 세대와의 정서와 문화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당시의 가치관으로 지금의 한국인을 규정하는 것은 불가하다. 마찬가지로 70년 전의 일본과 지금의 일본은 온전히 같을 수는 없으므로 그런 시간에 따른 변화를 비교하며 일본인과 일본문화를 이해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또, 당시 루스 베네딕트가 책에 언급했던 시대적 배경들도 가급적 현대적 시각에 맞게 보정할 수만 있다면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이 책은 앞서 열거한 국화와 칼이 가진 문제점들을 보완한 해설서이다. 미국인의 관점이 아닌 우리의 시점으로 살짝 관점을 바꾸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시대보정을 거쳐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국화와 칼을 풀어서 해설하고 있다. 특히 만화로 되어 있어서 어려운 내용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고, 책이 출간된 이후인 1948년으로 타임슬립하여 루스 베네딕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루스 베네딕트의 입을 빌어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인터뷰 내용은 마치 카톡으로 대화하듯 카톡 대화창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길고 어려운 문어체의 설명문이 아니라 간략한 대화형식의 구어체라서 가독성이 매우 높다.


책은 루스 베네딕트가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연구 개요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시는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직접 일본으로 갈 수는 없었으므로 미국에 있는 일본인을 인터뷰 하는 것으로 연구를 했다고 한다. 오랜 관습에서 형성된 사고방식과 풍속 등에서 일본인만의 상징과 관점을 찾아낸 것이다. 흔히 뭔가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그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하는데 오히려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며 연구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루스 베네딕트가 말하는 일본인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극단적인 양면성이라고 하는데 그 이중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속마음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인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책에서 이런 이중성의 개념에 집중하는데 이 테마를 하나의 챕터로 빼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책 전반에 걸쳐 모든 테마에서 이런 이중성을 찾아내고 있다. 평화의 상징인 국화와 전쟁을 상징하는 칼을 함께 묶어서 책의 타이틀로 쓴 것도 평화를 추구하면서도 칼을 숭상하는 일본인의 이상한 이중성을 한마디로 잘 표현한 상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중성 외에도 서열문화, 명예와 수치심, 보은과 의리, 자기수양과 인격형성 같은 일본 특유의 문화와 일본인의 정서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설명하는데 같은 동양권 국가이고 타민족보다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일본의 정서는 도무지 이해하기도 힘들고, 공감되지도 않는 것이 많다. 이 책이 꽤나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어쩌면 책 자체가 어려운게 아니라 일본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서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동안 모르고 있던 일본인의 독특한 정서와 특성을 쉬운 문체와 일러스트로 알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려운 원작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국화와 칼을 읽어보고 싶지만 쉽지 않은 내용에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다시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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