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북스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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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를 하다보면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하품만 나온다. 꼭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PPT나 강연을 할 때에도 재미없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사람들이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마치 영화를 볼 때처럼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인 랜디 올슨은 교수이자 과학자였는데 헐리우드로 가서 영화제작에 참여하였고, 여기서 그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사의 효과를 실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과학계로 돌아서 헐리우드에서 배운 서사의 효과를 과학에 접목하여 재미있고 흥미롭게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일요일 아침 방송하는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은 '그런데', '그러나', '하지만' 같은 명대사들로 유명하다. 한참 상황 설명을 하다가 말 한마디로 앞의 설명을 뒤집으며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이젠 너무 진부해서 으레 그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기대하며 보게 된다.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방송에서도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명한 맨트로 궁금증과 반전효과를 주고 있다. 지금은 이들 방송에서의 이런 맨트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원래의 취지는 뒤에 올 내용을 강조하고, 궁금증을 유발시켜서 반전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말들이었다. 이런 대사들이 원래의 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하건, 반대 급부의 의미로 재미를 선사하건 어느 쪽이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만드는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 방송들은 반전으로 이야기에 스토리를 줌으로 나름대로 서사를 가지고 진행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어려운 내용을 조금이나마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그러나'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는 일도 있는데 서사적인 측면에서 서사가 부족하면 지루하지만 과도하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사의 최적의 수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루한 과학이야기도 그 적절한 서사의 수위를 찾아내면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적당한 서사의 중요성은 책에서 계속 강조되는데 저자는 그것을 '서사적 직관'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헐리우드에서 배우고 계발하자고 제안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서사적 문장 양식은 소위 ABT양식이라는 것이다. '_____ 그리고(And) _____, 하지만(But) _____, 그러므로(Therefore) _____.'의 구성을 가지는 문장이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라는 AAA형식에 비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AAA형식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에 불과해서 정보전달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서사가 완전히 배제된 형식인 것이다. 하지만 ABT양식은 이야기에 서사가 있고, 밀땅을 함으로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것이 앞서 소개한 방송들이 '그러나' '그런데 말입니다'를 연발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그리고'를 '하지만'이나 '그러므로'로 대체하여 사용하길 권하는 것이다. 꼭 ABT가 아니더라도 또는(Also), 여전히(Still), 이후로(Since)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요는 서사가 없는 AAA를 지양하고 서사를 갖추라는 것이다.

반서사구조인 AAA에 반해서 서사의 과잉상태인 DHY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Despite), 할지라도(However), 그렇지만(Yet)으로 구성된 과잉 서사는 너무 많은 서사가 펼쳐져서 따라가기가 혼란스럽고, 혼란함은 지루함을 가져온다. 앞서도 말한 방송 '서프라이즈'에서도 그런데, 하지만 등의 서사가 너무 길게 이어지면 뒤로 갈수록 흥미를 잃고 재미가 급격히 반감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흔히 영화를 볼 때는 단순한 구조보다 서사가 복잡하고 뒤엉켜있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서사가 복잡하고 어려운 영화를 보게 되면 내용이 이해가 안되서 줄거리를 따라가가는 것도 벅차서 재미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복잡한 서사가 좋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저자가 여러번 강조하는 것이 나오는데 바로 간결함이다. 다빈치의 말처럼 간결함이야말로 최고의 세련됨이다. 흔히 우리는 간결함과 단순함을 혼동하는데 그 둘은 다르다. 과학자들은 복잡한 것을 좋아해서 어렵고 복잡하게 말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결코 단순한 것은 아니다. 너무 복잡하게 이야기를 해서 과잉 서사가 되면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이는 듣는 사람의 흥미를 떨어트린다. 헐리우드 영화도 일견 복잡하게 보이지만 이야기를 뜯어보면 ABT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즉, 간결함과 반복으로 이루어진 서사라는 것이다. 많은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의 반복으로도 이야기가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바로 ABT구조의 반복을 통해 어려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ABT구조의 문장 양식을 차용하여 이야기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서사적 직관'을 기를 것을 강조한다. '이야기 센스' 즉 말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능력을 얻어야지 비로서 멋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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