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 모나리자부터 몽유도원도까지 마음을 뒤흔든 세계적 명화를 읽다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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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회화나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관련된 취미를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쪽 계통의 취미는 기본적인 소양이나 지식이 필요하므로 그런 것이 없는 사람에겐 부담스런 취미로 느껴진다. 어떤 예술이건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즐길수가 있는데 예술분야 중에서도 뮤지컬 같은 음악은 그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그럭저럭 즐길 수가 있지만 미술의 경우는 그것이 좀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미술은 진입장벽이 좀 높다고 느껴진다.


보통 미술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미술에 대해 가지게 되는 평가는 작가나 작품의 유명도에 비례한다. 실제로 그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미칼렌젤로의 작품이라서, 이것은 고흐의 작품이니까와 같은 식으로 작품을 바라보다보니 유명한 작가의 인기있는 작품은 계속 그 가치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가나 작품이라면 실제 그 작품이 가지는 가치와는 상관없이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


하지만 저자는 명화를 읽는데 특별한 미술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을 한다. 앞에서 이쪽으로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구구절절 말한 것이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작품을 읽어내기 위해 미술 용어나 기법, 사조 같은 어렵고 복잡한 전문가적인 특별한 미술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굳이 그런 어려운 지식대신 명암, 시선의 방향, 구도, 색채 같은 것의 의미를 찾아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화가가 왜 이렇게 그렸는지 상상해보고, 역사적 배경과 화가의 인생 등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알면 그림을 이해해는데 도움이 된다는 식이다.


즉, 우리가 고등학교 미술 시간 때 배운 구도나 채색 같은 기본적인 미술지식만 가지면 어떤 예술 작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 작품이란 서양의 회화 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의 회화까지 포함된다. 이 부분이 좀 신박한데 우린 회화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보통 서양회화를 말한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것을 너무 하찮고 작게 생각하는 사대주의일수도 있는데 서양의 회화가 얼마나 멋지고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지를 말하면서 정작 우리 그림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거나 분석할 생각을 하지 않는데 여기서는 이정의 산수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신윤복, 정선, 김정희 등 우리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그림을 읽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어서 한국의 회화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굉장히 보람되고 유익했다.


그리고 화가의 인생과 역사적 배경으로 그림을 읽어내려는 시도도 좋았다. 화가의 예술작품은 전적으로 그 그림을 그릴 당시의 화가에게 영향을 받는다. 환경이나 심리적인 영향, 화가 개인에게 닥친 여러 사건들이 작품에 그대로 담겨지게 된다. 그런 뒷 이야기를 알고 작품을 접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새로운 관점에서 그림을 읽어낼 수 있어서 이런 관점의 그림 읽기는 재미있고 신선한 시도이다.

고흐는 오베르 들판에서 자신의 배에 권총을 쏴서 자살한다. 고흐는 평생의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죽기 20여일 전 동생 집에 갔던 고흐는 테오와 크게 싸우고, 집으로 와달라는 간곡한 편지를 보내지만 그 역시 무시 당한다. 동생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고흐는 극심한 외로움에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유작으로 남기고 자살을 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격렬한 움직임과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검푸른 하늘로 날아올는 까마귀 떼가 불안한 징후를 보이는데 까마귀 떼는 작가의 죽음을 예감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고흐의 감정이 고스란히 그림 속에 담겨있다.


뭉크는 병약하게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죽음과 병에 대한 공포로 시달렸고, 서른 두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 누나, 아버지, 남동생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죽음은 뭉크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모티브가 되어버렸다. 뭉크는 영혼에 집착했는데 영혼에 다가서는 문을 죽음으로 보았고, 죽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징후를 질병, 고통, 광기, 불안 같은 것에서 찾으려 했다고 한다. 이런 마음은 어릴적부터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온 뭉크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심리상태인지도 모르겠다. 뭉크의 대표작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일그러진 절규이다. 이 그림에는 일상 생활의 긴장과 스트레스, 불안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가족의 연이은 죽음으로 정신분열증의 두려움에 떨었던 서른 살이 되던 해에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뭉크 그 자신이 일상의 불안과 스트레스, 불안에 극도로 시달리는 중이라 그런 불안한 심리가 그림에 담긴 것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무릉도원의 꿈을 꾸고 그 내용을 안견에게 설명하여 3일만에 완성한 그림이다. 즉, 꿈을 그린 그림으로 현실을 뛰어넘는 현실 밖의 세계이다. 서양회화에서는 이런 현실을 뛰어넘는 세상을 그린 그림을 초현실주의 회화라고 한다. 말하자면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K초현실주의 회화인 것이다. 그림의 왼쪽 4분의 1은 현실 세계이고, 나머지는 비현실의 세계라고 한다. 현실 세계는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졌고, 비현실 세계는 과장과 왜곡으로 환상적 분위기를 내고 있다. 현실 세계 파트는 정상적인 눈높이에서 본 풍경이고, 비현실 세계 파트는 밑에서 위를 쳐다보는 방향으로 그렸는데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몽유도원도는 동양 회화의 전개방식과는 반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서양 회화의 전개방식이다. 그림을 보기는 했지만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여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간다는 것도 지금 이야기를 듣고야 알았고, 시점이 다른 것도 그림을 볼때는 몰라썬 내용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그림을 보니 왜 좌우에 이런 차이가 있는지 생각을 하며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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