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음 -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쓴 것들
아비 모건 지음, 이유림 옮김 / 현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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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 모건 《각본 없음》


글을 몇페이지 채읽기도전에, 내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제이콥의 안녕'을 확인하는 거였다. 3년간의 기록이라는데, 그 기록의 끝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물론 책 맨 뒤로 넘겨서 확인해도 원하는 대답을 볼 수 있겠지만,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SNS를 뒤지고나서야, 안심하며, 무사함에 감사하며 다시 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며칠에 걸쳐 천천히 읽어나갔다. 읽은 부분을 다시 읽으며 되돌아가기도했다. 그녀에게 찾아온 상실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시간까지 온통 내게 표류하듯 넘어와서, 삼키듯이 넘기기에는 무언가 미안했다. 갑자기 일어난,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속에서,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나가는 그녀의 글에서, 난 그녀대신 절망하고, 흥분했다. 절망앞에서 '이 모든 것이 소재'라는 말을 듣는 직업을 가진 그녀대신, 내가 말을, 단어를 잃었다. 길을 잃었다. 마음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다른 사람의 상황과 비교해서 느껴지는 우월의 위로가 아니다. 그녀가 뿜어내는 솔직함, 담담함, 잘못의 인정, 사랑의 표현, 무심할정도의 냉정함, 날것 그대로의 감정, 씩씩함, 그녀의 그 모든것이 나를 감싸주었다. 살다보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는데, 그때 나를 지킬 수 있고, 내주위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
감사하다.

일기라해도, 소설이라해도 이보다 더 솔직할수도, 드라마틱할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쩌면 그래서, 내게 잘 스며들던.
몇 번을 울컥하고 또 몇 번을 당황해야했는지 모른다. 그녀대신, 담담하게 잘 헤쳐나가는 그녀대신 내가 순간순간 멈춰야했다.


p. 355
우리는 충분히 물살에 맞서 헤엄쳐보려 할 수도, 싸워보려 할 수도 있지만, 깊은 곳에 빠져 있을 때는 물살이 흐르는 방향으로 헤엄쳐야 한다. 가끔은 물살이 우리를 덮치게도, 끌어당기게도, 우리를 삼키며 목숨을 위협하게도 해야 한다. 이용할 만한 파도를 만나기를, 언젠가는 발아래 모래가 닿기를 바라면서, 그런 다음 할 수 있다면 무릎을 꿇고, 필요하다면 네발로
기며 할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조금 남은 숨으로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몸을 일으켜야 한다. 태양 빛이 얼굴에
닿기를 바라면서, 땅에 등을 대고 숨을 몰아 쉴 수 있을 때까지.


덧1, 챕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색이 다른 종이에 그 챕터에 있던 문장중의 일부가 적혀있다. 때로는 무심히 지나간, 때로는 내마음에 와닿은.
무심히 지나간 문장은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분이고, 내마음에 와 닿은 문장이 써있으면 괜히 좋았다. 통했구나 하면서.


덧2, 이 책을 통해 다시 볼 영화
《전망 좋은 방》
《결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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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도박 페이지터너스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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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어 슈니츨러 《한밤의 도박》

"슈니츨러는 어느 누구보다도 탁월한 심층 심리의 탐구자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내게는 낮선 작가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 좀 써보자면,

아르투어 슈니츨러(1862~1931)는 오스트리아의 의사이자 소설가 겸 극작가이다. 유대계 의학교수이자 후두과 의사인 아버지와 유명한 외과의사의 딸인 어머니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그 역시 의사의 길을 걷게된다. 그는 1890년대 말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인물중에 한 사람이었고, 군대에서의 이중적이고 비겁한 장교의 모습을 비꼰 《구스틀 소위》(1900)를 발표한 이후, 예비역 수석군의관 직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의사생활을 접고 빈에서 자유작가로 활동했다.


📖 p. 20~21
그는 회삿돈에 손을 댄 일 때문에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딱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3년 전, 앞날이 보장된 그의 군 생활을 끝장냈던 어처구니없는 도박 스캔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군 장교라면 노름질을 하더라도 정도껏 하는 법을 알아야 했다. 예를 들어, 빌렐름자신도 3주 전에 카드게임을 하면서 운이 닿지 않자 미련없이 자리를 떴다. 고맙게도 슈나벨 영사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그가 거절했었다. 그렇게 빌헬름은 항상 유혹을 이겨냈으며, 넉넉지 못한 월급과 약간의 용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갔다.

✏️프로이트가 시기했다던 슈니츨러의 진면목은 이 전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 다른이에게 들이댄 기준, 어이없어하거나 화를 냈던 그 기준.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들.
그러나 이것들이 얼마나 자신의 행위앞에서 녹아내리는지 모른다.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고 두둔하고 부추긴다. 그럼에도 그 자신은 인지조차도 하지못한다.

작은것 하나하나에 희망하고 절망하면서.

✏️ 이 책은 줄거리나 결말에 포인트를 두면 안된다. 도박하고 빚지고 해결못해 자살하고. 이건 너무 진부하기조차 한 나열이다. 그런데 슈니츨러의 이야기전개를 따라가다보면, 그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인간심리라는 것이 참으로 우습다. 그리고 찔린다. 빌리야 정신차려~~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그 마음이 그럴 수 있다 이해되기도 하고, 나였다면 그리안했다 장담할수도 없다.

✏️ 일단 한번 잡으면 결론을 봐야되는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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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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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슐러 K. 르 귄 《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이 책은 서문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스토리텔러 즉 서사 산문 작가를 위한 안내서이다. 그런데 글을 좀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조금은 방향은 잡게 해주는 책이지 않을까싶다. 그것도 아주 명쾌하게!!!

사진에 있는 책의 목차에서 보면, 일종의 문법서처럼 보이지만, 그안에는 어떤식으로 써야하는지, 보아야하는지 작품들의 예시를 통해 설명되어 있다. 심지어, "읽을거리"라는 표시로, 이 책은 읽어봐라~라는 자상함까지.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나서, 이렇게 이어지는 책이 주어지는, 다른 책을 읽고싶게 만드는 책들이 좋다.)


📖 p. 39
소크라테스는 "언어의 오용은 영혼에 해를 끼친다"라고 말했다.
거짓말은 의도적인 언어의 오용이다. 그러나 언어는 '작은' 무지나 부주의로도 오용될 수 있으며 이는 절반의 진실과 오해, 거짓을 낳는다. 그렇게 볼 때 문법과 도덕성은 연관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도덕적 의무란 언어를 사려깊게 잘 사용하는 것이다.


📖 p. 41
사람들이 표현되지 않은 의미까지 이해하리라는 생각은 어리석다. 자기표현과 소통을 혼동하면 위험하다.


📖 p. 214
결국, 혼자서 하든 모임을 하든 언제나 판단하는 이는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예술의 규율은 자유다.


✏️ GRE준비를 하면서 에세이를 쓸 때,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기준에 굉장히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는 한글로 작문을 할 때조차, 의미는 비슷하지만 다른 유사한 단어를 찾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어쩌면 습관을 넘은 강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에 르귄이 언급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반복적인 같은 단어나 문맥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적어도 여러번 마주쳤을 상황인데, 그때는 못느끼다가 르귄의 언급에 맞다맞다하게 된다. 이제는 조금 그 강박에서 벗어나, 다른 접근을 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예술의 규율은 자유라는 마지막 문장이, 부담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 글 좀 써보고 싶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읽을거리에서 찜한 책들 목록
앨리스 워커《컬러 퍼플》
켄트 하루프《플레인송》
패트릭 오브라이언《마스터 앤드 커맨더》
그레이스 페일리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윌라 캐더 《나의 안토니아》,《로스트 레이디》
마거릿 애트우드《도둑신부》,《그레이스》
버지니아 울프 《파도》
토마스 하디 《귀향》
카렌 블릭센 《아웃 오브 아프리카》
리베카 스클루트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읽어본 책이 절반정도 되는데, 그것도 너무 예전이다. 찜콩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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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머나먼 우주를 노래한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가 쓰는 법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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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브래드버리는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생존"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신나게 하는 것, 열의와 열정 그 자체여야한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은, 글쓰기는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면, 읽고 난 이후에는, 인생 역시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 글을 쓸 때 망설임이면 안된다는 문장이 내게는 가장 꽂히는 부분이었다. 머뭇거리는 순간, 조금 더 제대로 쓰고 싶다는 욕심이, 때로는 어울리는지조차 모르겠는 그런 말들이, 글들이 튀어나온다. 그렇게 스타일에 애쓰다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들은 포장된 단어들 밑으로 깔려버린다. 한동안은 그 문장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것인지 알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글을 봐도 나에게조차 떠오르지 않는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민첩함. 생각이 끼어들지 못하게. 일단 써보자.

브래드버리의 "망설임에는 생각이 끼어든다"라는 문장을 보기전에는, 일단 멈춰진 단어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생각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방해가 된다기보다 문장을 다듬는데, 어찌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문장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그건 분명한 흐름의 끊김이었다. 단어의 나열이 될지언정, 일단 그냥 써보자.

✏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뭐 대단한 글이아니라 그날그날의 끄적임으로 내인생의 페이지들을 제대로 채워나가고 싶다면, 브래드버리의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를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감히 말하건대, 글쓰기에 관한 책중에 한손안에 꼽을만하다. 스티븐 킹과 조지오웰의 글쓰기에 관한 책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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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 가장 진실한 허구, 퍼렇게 빛나는 문장들
존 밴빌 지음, 이수경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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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펀딩으로 올라온 케플러의 책표지를 보고, 평전인가 했었다. 그러나 존 밴빌의 이름을 보고나서 코페르니쿠스 다음사람이 드디어 나왔구나 싶었다. 책표지에 제목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글씨로 '소설'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렇다. 이 책은 천문학자 케플러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천문학자가 주인공이라하여 어려운 과학소설이라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니다. 현실속에 살아가는 한 인물일 뿐이다. 아내와 장인과의 평범하지 않은 관계, 자신이 알고 있는것과 가르치는 또다른 문제인 학교생활, 현실과 타협하면 조금 더 쉬운?길을 갈 수 있음에도 택하지 않는 종교의 문제, 자신이 하는 일을 순수한 즐거움으로 느낄 수 있는 태도,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

교과서든 과학책이든 한번은 보았을 이름, 케플러.
그런 그의 현실속 모습을 보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중3딸아이도 중간중간 키득거리면서 읽을 정도의 가독성이 있는 책이다.


📌 "선생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나?"

"질서의 가능한 형태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우주라고 생각합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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