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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남자 -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
김광화 지음 / 이루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 든 선입견은, 남녀평등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강한 남성으로 살아가기힘든 현실에서 절망하다 새로운 자각을 해서 다시 시작하는 내용 일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문을 읽으면서 조짐이 이상하고, 초반부를 읽으니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삶에 지쳐있었던것은 맞지만 굳이 남녀대립구도에서의 상황이 아니라 남녀하고는 상관없는 한 남자(여기에 여자를 넣어도 무방한)의 건강한 삶 찾기가 주 내용이다. 물론 남성성을 확립하는것과 상관이 없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처음 예상과는 내용이 다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인 자신을 발견하고, 시골로 돌아가 기존과는 다른 삶은 선택하는 모습을 담았고, 2부는 그 안의 공간에서의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3부는 특별히 부부간의 관계를 위한 '부부연애'를 보여주고, 4부는 그 외에 나머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용은 주로 자신의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과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과 그에 대한 단상으로 대부분 채워져있다. 흔히(사실 잘 알지고 못하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귀농에 관한 책이라면 , 대강 귀농하기된 배경, 결심과정과 실행, 정착, 그곳에서의 삶 등이 뼈대가 될 법한데, 이 책은 그렇게'포장'하지 않고 그저 저자의 생각과 고민들을 들려준다. 읽기 편하게 꾸미거나, 세련되게 전개하는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뭉뚱하게 깎은 연필로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쓴 자국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다는 것과 투박하지만 솔직하게 쓴다는 점이 , 저자가 하고 싶어하는 말에 진정성을 더하는것 같다. 이런 류의 책은 한장 한장 곱씹으며 천천히 읽는것이 좋을것이다.
책를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사는 나한테 이 책은 답답했다. 빨리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빨리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해서 분류를 해야하는데, 제대로 안되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나 역시 저자가 처음에 겪었던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에 마음이 힘들고 지치있는 분이라면 , 어떻게 역시 힘들어했던 저자가 어떻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치유하고, 부부사이를 '연애'하게 하는지 부담없이 천천히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