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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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홀로 왔다가 홀로 간다는 불변의 법칙.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혼자인 '솔로'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다.
주변에서 그 나이 먹도록 왜 혼자냐는 빈정거림을 듣기도 하고,
부양 가족이 없어 주택 청약 가점이 턱없이 낮아 서럽기도 하다.
그중에서 가장 걱정인 것은 나이든 솔로의 삶!
나이 들어서 혼자 외로우면,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다가온다.
먼저 나이 든 솔로의 삶을 살고 있는 '에이징 솔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

함께하는 혼자의 삶
제목을 왜 에이징 솔로로 지었는지 참 궁금했다.
왜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솔로인지,
왜 와인이나 숙성 고기 등에 붙는 '에이징'인지.
책 초반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에이징 솔로는 문자 그대로 '혼자 나이가 들어가는 상태'를 뜻한다.
(중략) 불완전한 느낌을 주는 '싱글' 대신 혼자로도 온전한 '솔로'로 부르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15p 프롤로그 중 일부 발췌.

에이징 솔로들과의 인터뷰를 읽으면 읽을수록
타인을 편협한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솔로의 삶을 특수한 것으로 구분지어 생각했고,
솔로라면 당연히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혼자서만 온전히 모든 일을 감당해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혼자사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심지어는 죽음마저도 혼자 택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솔로일수록 함께의 가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함께하는 이가 같은 핏줄을 가진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가 아닐지라도!

누구든 솔로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비혼을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각자의 사유로 돌연 솔로가 되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것 하나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오늘날,
에이징 솔로는 더이상 남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본문 속 인터뷰로 에이징 솔로들의 삶을 단편적이나마 살펴봤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는
에이징 솔로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사회의 미래가 영 어둡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무겁게 바라봐야 할 대상은 되레 남녀 모두에게 가족 구성을 위험과 부담으로 여기게 만드는 뿌리 깊은 가족주의가 아닐까?”-39p

"독립과 소속, 자율과 연결, 벗어나기와 잇기. 양립 불가능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동시에 품고 있는 갈망이다."-139p

"혼자 사는 것은 가능하지만 역설적으로 혼자서만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171p

“우리는 모두 취약하고 서로에게 기대어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229p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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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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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의 제왕 피아노와 함께 떠나는 음악사!
'1인 1악기'가 보편화되면서 처음 접하는 악기 또한 다양해졌다.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또 신기하기도 하다.
이렇게나 다양한 악기들이 연주되는 현 상황에도
부동의 '첫 악기', 대중적인 악기 '1인자'를 꼽으라면
피아노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혼자만으로도 다채로운 선율과 화음을 만들어내는
악기의 제왕, 피아노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C.P.E 바흐는 여러 주제를 되풀이하며 조성을 넘나들고, 음량과 분위기를 끊임없이 바꾸거나 음악적 선을 이리저리 비틀어 우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한다."-52p,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자유 환상곡 f샤프단조'에 대한 내용 중 일부 발췌.

피아노 곡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탑재되어 있어
피아노의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글렌 굴드의 바흐 연주를 들으며
하프시코드와 오르간, 그리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대해 읽어나갔다.
여기서 한 가지 재밌었던 포인트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친아들 'C.P.E 바흐'에 대한 시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빛이 바래진 아들 바흐의
음악에 대해 재조명함으로써
내면의 감정에 대한 그의 강한 열망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곡이 끝나는 느낌으로 작품을 마무리하지 않는 방식은 매우 현대적으로 보인다. 마지막 남은 유일한 야망은 "무한한 미래의 영역으로 내 창을 던지는 일"이라는 리스트의 말이 떠오른다."-211p, 프란츠 리스트의 '잿빛구름'에 대한 내용 중 일부 발췌.

19세기 피아노의 영향력에 대해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 리스트가 등장한다.
음악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리스트의 우울한 단면이 담긴
'잿빛 구름'이 눈에 띈다.
계단에서 넘어져 침대 신세를 지던 우울한 상태에서 작곡했다는
이 곡이 주는 오묘한 느낌은 흐린 새벽 감성을 더한다.

"이 작품집은 '교사'는 아니지만 그와 동등한 역할을 한다. 젊은이들에게 피아노를 편하게 느끼게 하는 동시에 '놀이' 정신을 고양하는 목표를 지닌 작품집이다."-429p, 죄르지 쿠르탁의 '건반놀이'에 대한 내용 중 일부 발췌.

이렇게나 재미있는 곡이 있었다니.
피아노 연주에서 추상화 느낌도 나고, 설치 미술 느낌도 난다.
이렇듯 헝가리의 작곡가 죄르지 쿠르탁의 '건반놀이'는
어딘지 개구진 느낌을 선사한다.
피아노를 대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감상을 권하고 싶다.
조금 아쉬운 점은 qr코드 연결이 되지 않아
연주 영상을 검색해야 했다는 점.

피아니스트 작가가 어렵사리 엄선한 100곡을 통해
피아노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었지만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곡에 대한 설명부터,
혹은 애정하는 작곡가부터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으로 인해 잠깐 접어두었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불타오른다.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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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숨 특서 청소년문학 31
오미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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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 여인, 감은장아기들의 삶?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제주의 감은장아기 전설은,
바다로 나아가 물질을 하면서도
밭도 일구고 망건도 짜며 식솔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섬 여인의 삶과 꼭 닮았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의 수탈은 어느덧 먼바다까지 뻗쳐와
까막눈의 여인들 몫과 목숨까지 위협한다.
바다마저 내 것이 아니고, 눈앞에서 사기 쳐도 돌려받지 못해 억울하고 답답한 그 시대의 감은장아기들의 설움과 연대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
적당한 두께의 책이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수록 먹먹해지는 구절이 늘어만 갔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도 충분히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지만,
나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든 것은 '영등의 삶' 그 자체였다.
바다에서 죽을 둥 살 둥 버텨가며 온갖 고초를 겪지만
그럼에도 바다와 떨어져 살 수 없는 영등의 상황이 야속하기만 했다.
물숨 먹고 일찍 돌아가신 할망, 줄줄이 달린 동생들,
육지에서 자주 와보지도 않는 아방.
동료가 죽어나가고 바다가 두려워지는 순간에도
이겨내고 다시 물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순사들에게 고문 받는 와중에도
바다에 가지 못해 갑갑해 하는 영등의 모습이었다.
가끔 바다를 원망하면서도 바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바지락을 캐며 '바다가 육지라면'을 부르던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서 더 이입이 된 걸까.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닌, 그녀의 목숨 같았던 바다.
그렇기에 그녀의 삶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제주 사투리로 생동감을 더한 부분이 좋았다.
더불어 생생한 풍경과 영등의 심정 묘사로 인해 이입이 잘 되었다.

"그러나 뭍도, 바다도 그저 생명을 품고 키울 뿐 애초에 누구의 소유일 리 없었다."-17p

"당장 한 치 앞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도 중하지만, 그보다 중한 건 먼 데 있는 어둠을 물리치는 거주."-34p

"나라 엇이난 설룹곡, 여자로 태어낭 설룹곡, 까막눈이난 설룹다. 궤 속 가찌 왁왁하난 잘도 설룹다."-55p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미역 한 가닥만큼이나 얇았다."-91p

"정작 서러운 건 찬 바다가 아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는 때로 해녀들을 위협했지만 배신하거나 농락한 적은 없었다. 바다는 끊임없이 생명을 품었다가 아낌없이 내어주었다."-139p

"영등에게 바다는 밥줄 이상의 것이었다. 바다에 들지 못하는 날이면 몸에서 바닷물이 출렁거렸고, 귓가에선 파도 소리가 이명처럼 들렸다."-196p

"바다는 얼음처럼 차가울지언정 얼지 않았다. 어는 건 바다가 아니라 자신이었다."-215p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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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영원의 시계방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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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드나드는 기묘한 이야기
책을 펴자마자 단숨에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가
어느새 각 단편의 세계에 스며져 있다.
'천금당'의 시계공마냥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갈래들은
탄탄한 빌드업을 통해
완벽한 결말로 데려다 놓는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
스마트폰의 '버튼', 우편배달부 등 일상적인 소재부터
유리 가가린의 꿈, 오토마톤처럼
과학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까지
현실과 상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마법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덟 개의 단편 모두 마음에 쏙 들었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단편은 '가깝게 우리는'과 '오리진'.

6번째 단편 '가깝게 우리는'
노인의 원고를 읽으며
비밀을 알아가는 흥미로운 구조,
원고 속 문장들은 더욱 매력적이다!

2번째 단편 '오리진'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과 추기경의 신선한 조합,
거기다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르면 세계가 초기화된다고?
기발한 상상력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가 재미를 더한다!

“원래 어느 조직에서든, 이 정도의 지위에 오르려면 엄청나게 많은 종이를 씹어 삼켜야 하는 법이다."-61p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은 일주일 전쯤 어느 변덕스러운 인간의 오른손 검지 끝에서 재탄생된 것이라는 거."-78p

"1과 0 사이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고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기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95p

"거북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오직 거북들의 무한한 연속만이 존재할 뿐이지요."-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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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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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검의 만남이 이뤄내는 환상적인 색채>
라잔 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 화국,
그리고 옛 화국 땅 14행정령에 살고 있는
예술가 제비는 라잔을 위해 일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짜 예술'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화국의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 듯한 봉숭아 언니는
이를 극구반대하고,
집을 떠나 구미호 친구 학의 집에서 머물며
예술성 시험 결과를 기다리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언니를 볼 면목도, 빚 갚을 돈도 없던 제비에게
라잔 총독부를 위해 일하는 방위성 예술가 자리 제안이 들어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제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되며,
그녀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
화국의 식민 지배와 서양 세력이 침투하는
혼란과 격동의 시기, 이곳에서 사랑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식민 지배 시기를 모티프로 한 SF소설>
분명 화국과 그 시기의 조선은 같지 않다.
자동 인형의 존재와 달나라의 존재 등 다수의 차이점이 존재하나,
화국의 전통 음식과 고유의 문화, 겐상도(경상도) 등의 명칭은
영락없이 조선과 닮아 있다.
그렇기에 라잔인에게 지배당하는 화국의 상황이
침통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적 독립을 가능케 하는 희망들이 보인다.
거대 용 '아라지'와의 소통이 가능하게 된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립 투쟁을 하는 언니 '기엔 봉숭아',
의중을 알 수 없는 수석결투관 '드주게 베이'.
아름다운 표지의 색채만큼이나 강렬한
제비의 여정이 펼쳐진다.

<봉황과 이름에 대한 주관적 생각(스포주의)>
미국계 한국인 작가여서인지
곳곳에 한국 정서가 담긴 이름과 소재들이 등장해
그것들에 중점을 두고 책을 읽어 나갔다.

*봉황
특히 신경써서 본 부분은 '봉황'에 대한 것인데,
본 소설 제목의 일부이기도 한 봉황은
안료의 명칭 속에서만 등장할 뿐이며
오히려 '아라지'라는 용이 활약상을 보여준다.
봉황은 용과 함께 음양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용과 함께 있을 경우 용은 남성, 봉은 여성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런 면에서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가
여성 서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평화를 상징하는 봉황이 오히려
예술품을 파괴하여 나온다는 점이 아이러닉했다.

*봉숭아와 제비
봉숭아(봉선화)도 마찬가지로 우뚝하게
봉과 같은 형상을 하며 꽃이 핀다고 '봉'숭아가 되었다.
우뚝 서서 독립 투쟁을 이어가는 모습이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동생 제비는 철새과의 조류로
라잔국을 위해 일하다가 화국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돌아가는 모습이 이름과 어울렸다.
또한 화국 땅에서 살다가 라잔의 방위성 여름 궁전으로,
이어 화국 독립투쟁 지역에서 달나라로 여정을 떠나는 것
또한 이름과 걸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모작만 남은 작품은 과연 얼마나 될까? 완전히 사라진 작품은 또 얼마나 될까?“-82p

"통제된 상태로 존재해야만 하는 자동인형들을 떠올렸다. 일말의 동질감이 느껴졌다. 자신도, 자신의 민족도, 선택권을 완전히 빼앗긴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90p

"태우거나 찢어버리는 것만으로도 예술품의 존재 자체가 잊힐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었는지조차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316p

"전장에 나가야 한다면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모두가 무언가를 잃게 된다. 부모, 형제, 자녀, 친척, 언제나 순수한 이들이 목숨을 잃지."-367p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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