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5학년 - 2024 문학나눔 선정도서
김담이 지음, 이주미 그림 / 오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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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2년, 뇌바구미 바이러스로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자
국가 차원에서 아이들의 뇌를 관리하기로 한다.
이에 시작된 프로젝트 ’올해의 소년•소녀‘.
가장 우수한 복제인간 아이를 선정하여
이들의 능력치를 표준으로 삼고
아이들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행되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희생은 발생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교실 속 아이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올해의 5학년‘ 다겸이>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인기남 다겸의 정체는 바로 ’올해의 5학년‘.
다겸이가 자신들과 다른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
자신들을 옭아매는 기준이 다겸이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아이들은 분노하고 다겸이를 따돌리기 시작한다.
표준이라는 개념에 얽매여 다름을 배척하는 교실의 모습이
어쩐지 우리 사회와 닮아있어 슬프다.

<소년 11호와 여름이>
올해의 소년•소녀가 되지 못한 복제 인간에게는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다.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소년 11호에게
여름이는 자꾸만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교실을 둘러보면 모두가 다 같은 소년•소녀다.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이후 원격 수업이 이뤄지며
서로의 눈을 가까이서 바라볼 기회가 적어졌다.
어느덧 마스크 벗은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고,
가까이 다가가기 어색해져 버린
우리 교실 속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우정과 사랑, 권모술수가 도사리며
다겸이를 지켜내기 위한 친구들의 흥미진진한 일대기도
담겨 있으니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을 거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도 아니고, 운동하는 기계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봐 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고, 아이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본문 98쪽 중 일부 발췌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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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 - 당신이 지나친 미술사의 특별한 순간들
이원율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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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부터 작품까지, 꼼꼼한 일대일 미술사 과외가 받고싶다면!
.
미술 지필 고사 준비하느라 그림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은채
'르네상스 - 바로크 - 로코코' 외우던 기억이 끔찍하게 남아있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 따위는 알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이건희 컬렉션, NTF 등 슬 불어오는 미술 열풍에 탑승하자니
처음부터 공부할 양이 방대해
어디서부터 알아가야할지 막막해진다.
그럼 손놓고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여기 답이 있다.
미술 초보자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고
미술 좀 안다는 사람도 즐기며 볼 수 있는,
바로 이 책이다.
.
아니, 작가님이 '후암동 미술관'의 이원율 기자라고?
어쩐지... 설명 끝이다.
꼬꼬무 뺨치게 친근하고 흥미진진하게 미술관 이야기를 전하던,
'그 기자님'이 쓴 책이다.
핵심을 잘 캐치하는 기자여서일까.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선구자들을 선정하고,
작가의 대표작과 초상을 각 챕터 표지에 알아보기 쉽게 배치해 두었다.
사회부, 정치부 기자 출신답게
미술사를 이해하기 쉽게 각색하여 흥미를 끌고,
작가에 대한 다각도의 시각으로 미술을 관람하는 안목을 끌어올려준다.
이 책을 다 보고나면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 하나도
선명한 해상도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화가들도 익명의 노동자가 아닌, 개성 있는 개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반 에이크는 결과적으로 화가의 위상을 높이는 공도 세운 겁니다."-70p

"바토는 이들의 아무 말 대잔치를 보고 즐기면서 '정해진 틀 바깥의 무언가'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을 겁니다."-124p

"어쩌면 야수 같은 그림으로 보는 이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봤기에 이 정도 수준을 갖춘 치유의 그림도 그릴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391p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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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미완성 교향곡 - 문화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만드는가
케빈 랠런드 지음, 김준홍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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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침팬지, 고릴라...
지능이 높은 동물이 인간과도 교류하는 것을 보면
수준 높은 언어 생활이 가능할 것도 같다.
노래를 부르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아름답게 춤을 추는 동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동물들도 충분히 자신들만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의 무수한 변화를 설명하는 다윈의 진화론이라면
이 의문에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
유행에 따라 빠른 속도로 바뀌는 패션 스타일,
감탄을 자아내는 창의적인 건축 양식,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종교와 과학.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산출물이지만
어떨 땐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산출물 중에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
가령 꽃에서 영감을 얻은 옷이라든지,
곤충의 군집을 따라한 건축물들 같은.
그렇다면 모방을 통해 흰개미에게 다양한 건축 방식을,
공작 깃털에도 유행을 학습시키면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유행을 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따르면 결과는 완전히 No.
.
여기서 캘빈 랠런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 모델'을 꺼내든다.
문화적 진화는 생물적 진화와는 방식이 다르다.
언어나 문화는 굉장히 누적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가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인간들만의 고도로 체계적인 문화와 마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따라잡을 수없는 큰 간격이 발생하게 된다.
진화하는 문화 속에서 문화적 능력마저 진화해 나가는
인간이 어디까지 발전을 이룩할지 궁금해진다.
.
바탕 지식이 거의 없어 읽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으나,
모방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대해 처음부터 찬찬히 소개해 나가고
다양한 연구사례가 등장하여 크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표지에 있는 물고기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본 책에서도 두 물고기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동물들의 모방 능력에도 새삼 감탄했지만,
이를 아득히 넘어선 인간의 능력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인간은 적소를 구축하는 데 단연 탁월하다고 여겨지며, 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난 이러한 인간의 적소 구축 능력은 대체로 우리의 문화적 능력에 따른 것이다."

"천재성은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신비로움은 조금 사라지더라도, 경이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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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후의 심판 + 두 개의 세계 + 삼사라 + 제니의 역 +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한이솔 외 지음 / 허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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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 <최후의 심판>을 읽으며 몇 번이나 탄성이 터져나왔다.
법정에서 인간이 인공지능 판사를 심판하게 되는 믿기지 않는 상황.
유서의 주인 헬리보다 더 먼 곳에서 심판을 관망하고 있으면서도
공판장의 숨막힘을 함께 느끼게 된다.
논리로 무장한 인공지능 심판의 존재가
처음엔 두려웠지만 갈수록 그를 응원하게되는 이유는 왜일까?
예수와 요셉 이야기가 나오는 후반부에는
카타르시스마저 몰아친다.
인공지능, 법, 더 나아가 인간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단편이었다.
.
두 번째 단편 <두 개의 세계>
나무로 변해가는 사람들.
불현듯 2008년작 '해프닝'이 떠올랐다.
손 쓸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
오히려 나무가, 죽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들...
도중도중 등장하는 현실 속, 회상 속 인물들의 대사는
가끔 웃음을 건네면서도 슬픔을 배가시킨다.
.
세 번째 단편 <삼사라>
삶과 죽음, 불교적 세계관이 돋보였던 작품.
이 단편에서는 게임 니어 오토마타가 떠올랐다.
인간의 욕망에 스스로를 정지시키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세라와 에이브의 모습이 인상깊다.
.
네번째 작품 <제니의 역>
다섯 작품 중 가장 근미래에 발생할 것 같은 소설을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이 소설을 꼽을 것 같다.
다문화 사회, 가부장제, 농촌, 로봇 등의 소재를 잘 녹여냈다.
희망과 절망이 짧은 시간에 교차했던 이야기.
.
마지막 작품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사랑과 욕망, 새로운 세계.
읽으면서 어느 것 하나 선택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인아영님의 심사평에 등장하는 문장인
'인간의 뇌는 인간과 동일시될 수 있는가?'와
비슷한 의문이 들었다.

“만약 실수한다는 이유로 나, 판사 솔로몬을 탄핵한다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는 처음부터 판사라는 직책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42p, 한이솔 <최후의 심판>

"아서.C.클라크의 말을 비틀어, '나는 고도로 성숙한 철학은 SF와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82p, 한이솔 <최후의 심판> 작가노트 중

"걸음을 걷다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고개를 들면, 어느새 훌쩍 높게 자란 나무들이 세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05p, 박민혁 <두 개의 세계> 중

"생전 기 한 번 제대로 못 펴봤던 사람도 저렇게 곧게 허리를 펴고 섰는데. 사람일 때는 한 번도 피어본 적 없었던 꽃을, 열매를 맺고 저렇게 화려하게 섰잖아요."
-131p, 박민혁 <두 개의 세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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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의 구멍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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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지어 사는 마을
아기들이 늘 쌍둥이로 태어나는 마을.
혼자 사는 이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이 마을에서
'고고'라는 소녀가 홀로둥이로 태어난다.
다행히도 며칠 전 다른 가정에서 홀로둥이 '노노'가 태어난 덕분에
동갑인 둘은 '켤레'를 이루어 가족이 된다.
하지만 언젠가 노노는 이상한 병에 걸려 고고를 떠나고,
고고 역시 등 떠밀리듯 마을을 나오게 된다.
마을을 떠나 사람 하나 없는 습지에서 3년간 혼자 지내던 고고에게는
아침마다 거울처럼 웅덩이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여느 때와 같이 웅덩이를 들여다보던 고고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만다.
구멍, 가슴에 구멍이 하나 생긴 것이다.

협곡인을 찾아서
정말 구멍이었다.
그 구멍으로는 물질이 통과했고
무언가를 끼워 넣어 수납할 수도 있었다.
고고는 문득 땅에 뚫린 구멍 '크레이터'를 막으러
매년 하지 축제마다 마을을 찾아오던 협곡인들이 떠올랐다.
협곡인들은 어쨌든 구멍을 잘 막으니까
내 가슴의 구멍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협곡인들을 찾아 다시 떠나기 시작하는 고고,
그녀의 구멍은 치유될 수 있을까?

고고의 구멍
협곡인은 작은 그녀를 치유하면 자기네처럼 커질 것이라 판단한다.
그런 그들에게 고고의 구멍 따위 보일 리 없다.
어떤 사건으로 협곡인 비비낙안에게 큰 배신감을 얻고
우연히 낭떠러지에서 물살 바람을 맞은 뒤
공중에 붕 뜨게 된 고고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통쾌함과 시원함이 느껴졌다.
가슴의 구멍은 정말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배신감으로부터, 안락한 곳으로부터 도망치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지도리로 오게 된 고고에게 또 다른 마음의 안식처 '금'이 생긴다.
금이 고고에게로 오자 가슴의 구멍이 메워지는 듯하다.
지도리인들의 얘기가 나오면서 가슴의 구멍은 외로움 때문에 생긴 것인가,
사랑으로 치유 가능한 것인가라는
일차원적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구멍이 있기에 사랑을 만날 수 있었고,
구멍이 있기에 세상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한 편의 환상적인 성장동화를 읽은 느낌이었다.

?? 지도리부터의 이야기가 더욱 좋았다.
금이 원하는 것은 더 원하게 되고,
금이 파괴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파괴를 열망하게 되었다.
금이 이성과 지혜로 묶어놨던 끈이 풀리게 되는
꿈을 꾸는 순간이 제일 괴로웠다는 부분이
꼭 사랑의 모습과 닮아서 와닿았다.
책을 다 읽고 초반부를 다시 읽으니 망울이 새로 보인다.

"마을에서는 탄치산맥 너머인 남반구를 가리켜 '새들의 땅'이라 불렀다. 둥지를 떠나 제힘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새들만이 갈 수 있는 땅이라는 뜻으로."-13p

"그것은 꿈이 아니었기에 깨지지 않았고 환상이 아니었기에 사라지지 않았다."-27p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때는 왜 언제나 이미 멀리 온 뒤일까?' 고고는 절망적으로 더욱 높이 떠올랐다."-94p

"그는 자신이 갓 태어난 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토록 늙고 지친 이유를 알 수 없었다."-166p

"차가움 자체보다는 구멍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자기 가슴에, 적어도 그 중심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끝끝내 익숙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몰랐다."-196p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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