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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후의 심판 + 두 개의 세계 + 삼사라 + 제니의 역 +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한이솔 외 지음 / 허블 / 2023년 5월
평점 :
첫 번째 작품 <최후의 심판>을 읽으며 몇 번이나 탄성이 터져나왔다.
법정에서 인간이 인공지능 판사를 심판하게 되는 믿기지 않는 상황.
유서의 주인 헬리보다 더 먼 곳에서 심판을 관망하고 있으면서도
공판장의 숨막힘을 함께 느끼게 된다.
논리로 무장한 인공지능 심판의 존재가
처음엔 두려웠지만 갈수록 그를 응원하게되는 이유는 왜일까?
예수와 요셉 이야기가 나오는 후반부에는
카타르시스마저 몰아친다.
인공지능, 법, 더 나아가 인간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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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편 <두 개의 세계>
나무로 변해가는 사람들.
불현듯 2008년작 '해프닝'이 떠올랐다.
손 쓸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
오히려 나무가, 죽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들...
도중도중 등장하는 현실 속, 회상 속 인물들의 대사는
가끔 웃음을 건네면서도 슬픔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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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편 <삼사라>
삶과 죽음, 불교적 세계관이 돋보였던 작품.
이 단편에서는 게임 니어 오토마타가 떠올랐다.
인간의 욕망에 스스로를 정지시키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세라와 에이브의 모습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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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작품 <제니의 역>
다섯 작품 중 가장 근미래에 발생할 것 같은 소설을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이 소설을 꼽을 것 같다.
다문화 사회, 가부장제, 농촌, 로봇 등의 소재를 잘 녹여냈다.
희망과 절망이 짧은 시간에 교차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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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사랑과 욕망, 새로운 세계.
읽으면서 어느 것 하나 선택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인아영님의 심사평에 등장하는 문장인
'인간의 뇌는 인간과 동일시될 수 있는가?'와
비슷한 의문이 들었다.
“만약 실수한다는 이유로 나, 판사 솔로몬을 탄핵한다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는 처음부터 판사라는 직책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42p, 한이솔 <최후의 심판>
"아서.C.클라크의 말을 비틀어, '나는 고도로 성숙한 철학은 SF와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82p, 한이솔 <최후의 심판> 작가노트 중
"걸음을 걷다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고개를 들면, 어느새 훌쩍 높게 자란 나무들이 세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05p, 박민혁 <두 개의 세계> 중
"생전 기 한 번 제대로 못 펴봤던 사람도 저렇게 곧게 허리를 펴고 섰는데. 사람일 때는 한 번도 피어본 적 없었던 꽃을, 열매를 맺고 저렇게 화려하게 섰잖아요."
-131p, 박민혁 <두 개의 세계> 중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