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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드 집에 놀러 간 날 ㅣ 로빈의 그림책장
우예 브란델리우스 지음, 클라라 다켄베리 그림 / 안녕로빈 / 2026년 10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스웨덴 아우구스트상 후보작이자 2026년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작으로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깊고 섬세한 그림책입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날은 아이들에게 정말 특별한 날이지요. 평소와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만나고, 친구와 마음껏 뛰어놀 생각에 출발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이 가득할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은 그런 아이의 즐거운 하루를 따라가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여러 감정과 가족의 사랑을 섬세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예요.
주인공은 친구 하랄드의 집에 놀러 갑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한참을 걸어 도착한 친구의 집에는 숨바꼭질하며 숨을 곳도 많고, 신기한 장난감도 가득합니다. 강아지 펠릭스를 쫓아다니고, 왕과 신하 놀이를 하고, 친구와 함께 작은 집을 만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지요.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즐겁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이 보여 주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이는 그저 신나는 하루를 이야기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가족의 서로 다른 생활 모습이 조용히 드러납니다.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장면과 표정, 작은 행동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그림책이라는 점이 참 매력적이에요.
특히 하랄드의 엄마가 스파게티를 권했을 때 주인공의 엄마가 가져온 샌드위치가 있다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장면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짧은 대화이지만 그 안에는 엄마의 마음과 가족의 상황이 담겨 있는 듯해요. 아이는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하며 그림을 다시 살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발견하는 장면도 아이들의 마음과 닮아 있어요. 친구가 가진 물건이 부럽고, 나도 갖고 싶고, 때로는 욕심이 생기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표현해야 할지는 아직 배워 가는 과정이지요.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고, 아이가 성장하며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바라봐 줍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느끼는 복잡한 마음도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즐거웠던 기억과 부러움, 욕심과 미안함이 뒤섞인 마음을 엄마가 다그치지 않고 받아 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요.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만 하도록 혼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는 즐거움을 알려 준다는 점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고, 두 번째에는 그림 속 작은 표정과 공간, 행동을 찬찬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일 것 같아요. 아이와 부모가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림책만의 특별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나면 “친구 집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뭐야?”, “친구가 가진 물건을 나도 갖고 싶었던 적 있어?”, “이 장면에서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부러움이나 욕심을 부끄러운 마음으로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말로 모두 설명하지 않기에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고, 다시 읽을수록 새로운 마음이 보이는 책이라는 점에서 기대됩니다.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으며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섬세하고 다정한 그림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