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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탈 ㅣ 팡 그래픽노블
박서영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9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몹시 큰 초대장》에서 《배탈》까지,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박서영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보는 재미, 읽어 내는 즐거움을 모두 느낄 수 있답니다

《배탈》은 제목만 봐도 아이들이 먼저 웃을 것 같은 그래픽노블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난감한 순간, 바로 ‘급똥 위기’를 이렇게 몸속 세계의 대소동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정말 기발합니다. 고속도로는 꽉 막혀 있고, 뱃속에서는 긴급 경보가 울리는 상황이라니 시작부터 긴장감과 웃음이 동시에 느껴져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 몸속을 하나의 사회처럼 그려 냈다는 점입니다. 책임자인 브레인,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일꾼 세포들, 장속을 가득 채운 내용물까지 모두 각자의 성격과 역할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에게 급똥 신호가 찾아오는 순간 뱃속 상황실은 난리가 나고, 일꾼 세포들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지요. 평범한 신체 현상을 이렇게 생생한 사건으로 바꾸어 놓은 상상력이 참 재미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과 꽉 찬 뱃속 상황을 나란히 보여 주는 연출이 인상적이에요. 도로 위 자동차들이 꼼짝 못 하는 모습과 장속 내용물들이 답답하게 막혀 있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아이들도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 안의 주인공과 몸속의 일꾼 세포들이 동시에 위기를 겪는 구성은 읽는 재미를 더해 줄 것 같아요.

대사가 많지 않고 그림과 캐릭터의 표정,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도 기대됩니다. 아이들은 글을 따라 읽는 것뿐 아니라 그림 속 작은 디테일을 발견하며 이야기를 읽어 낼 수 있겠지요. 브레인의 표정, 일꾼 세포들의 움직임, 색으로 구분되는 상황 변화까지 살펴보다 보면 한 장면 한 장면을 오래 들여다보게 될 것 같습니다.

웃기기만 한 책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무책임한 브레인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꾼 세포들에게 사태 수습을 떠넘기는 모습은 어딘가 낯설지 않습니다. 일이 벌어진 뒤에야 재난 대책 본부가 꾸려지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말하는 장면은 현실 사회의 모습을 유쾌하게 비튼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져요. 아이들은 웃으며 읽고, 어른들은 그 뒤에 숨은 풍자를 곱씹게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부끄럽거나 지저분하게만 다루지 않고, 몸의 신호와 선택, 책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배가 아픈데도 무리하게 먹거나,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웃긴 이야기 속에 생활 습관과 몸의 신호를 살피는 메시지도 담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