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지각한 날 - 제5회 사계절 그림책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하목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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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아이의 엉뚱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모험이 담긴 그림책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보고 느끼고 말하도록 자리를 비워” 둔 작품으로 글 없이 서사가 진행되어도 “유머러스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는 평을 받으며 제5회 사계절그림책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랍니다

《학교에 지각한 날》은 제목만 보면 아이가 학교에 늦어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지각한 덕분에 만나게 되는 특별한 모험을 담은 그림책이에요. 스쿨버스를 놓친 아이가 낯선 숲길로 들어서고, 그곳에서 여러 동물 친구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가 글 없이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글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책 같아요.

요즘이라면 아이가 버스를 놓치거나 학교에 늦으면 바로 연락이 오고, 어른들이 이유를 확인하겠지요. 그런데 이 책은 지각이라는 사건을 걱정이나 혼남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길을 잃은 아이가 어떤 세상을 만나는지 조용히 따라갑니다. 정해진 길을 빠르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스쳐 지나갔을 풍경을, 아이는 자신의 걸음으로 천천히 지나며 새롭게 경험하게 돼요. 이 차이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의 모험은 엉뚱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라라라 노래하는 거북이를 만나 물놀이를 하고, 나무 위 원숭이 가족에게 보살핌을 받고, 고양이들과 즉흥적으로 공연을 열기도 하지요. 토끼네 밭에서는 아주 커다란 당근을 뽑는 일을 도와줍니다. 지각해서 시작된 하루인데, 아이는 그 하루 속에서 마음껏 놀고, 돕고, 낯선 존재들과 친구가 됩니다. 아이 특유의 느긋함과 낙천적인 마음이 잘 느껴졌어요.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형식도 이 책의 큰 매력입니다. 글자가 없다고 해서 조용한 책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장면마다 소리를 상상하게 되는 책이에요. 거북이들이 노래하는 소리, 물놀이하는 소리, 고양이들의 공연 소리, 커다란 당근을 함께 옮기는 소리까지 그림을 보며 저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다음엔 어디로 갈까?” 하며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갈 수 있어 더욱 즐거울 것 같아요


이 책 속 숲은 무섭고 낯선 공간이 아니라, 아이를 친구처럼 맞이해 주는 다정한 세계입니다. 원숭이 엄마는 배고플까 봐 바나나를 건네고, 토끼네 집에서는 당근 수확을 도와준 보답으로 당근 주스를 나눠 줍니다. 길을 잃었는데도 아이가 불안하기만 하지 않은 이유는, 그 주변에 따뜻하게 맞아 주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를 둘러싼 세상이 이렇게 다정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지각한 날》은 길을 잃는 것이 꼭 실패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 줍니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풍경을 보고, 스스로의 속도로 하루를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에게도 가끔은 예상과 다른 일이 생겨도 괜찮고, 그 안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는 든든한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길을 잃은 아이에게 찾아온 뜻밖의 모험,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다정한 친구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늘 조금 늦어도 괜찮아, 다른 길에서도 멋진 일이 생길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듯한 여운이 오래 남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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