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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모음이 사라졌다 ㅣ 내친구 작은거인 72
윤미경 지음, 현단 그림 / 국민서관 / 2026년 7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모음들의 파업’이라는 참신하고 상상력 넘치는 설정으로
우리의 무심한 언어 습관이 한글 본래의 아름다움과 소통의 가치를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그림책이랍니다

《긴급! 모음이 사라졌다》는 제목만 봐도 “모음이 사라지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 궁금해지는 책이에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쓰는 말과 글에서 모음이 빠져 버린다면, 간판도 문자도 대화도 모두 엉망이 되겠지요. 이 책은 그런 상상을 ‘모음들의 파업’이라는 아주 기발한 설정으로 풀어낸 동화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우리가 평소 한글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돼요.

이야기 속 모음들은 한글을 제멋대로 쓰는 사람들에게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거리 곳곳에 경고문을 붙였지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여전히 자음만으로 문자를 보내고 줄임말과 신조어를 마구 사용하지요. 결국 ㅏ부터 ㅣ까지 모든 모음이 긴급회의를 열고 세상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사람들의 혀 위에서, 간판과 표지판에서, 컴퓨터와 휴대폰 자판에서 모음이 사라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모음이 사라진 세상은 금세 혼란에 빠집니다. 간판과 도로 표지판은 수수께끼처럼 변하고, 사람들은 말을 해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병원, 공항, 상점, 도로처럼 일상 곳곳이 마비되는 모습을 보며 말과 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정확한 언어가 사라지면 우리의 하루도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왔어요.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건 요즘 아이들의 언어생활과도 잘 연결된다는 점이에요. 초성으로만 말하거나, 줄임말과 신조어를 쓰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졌잖아요. 물론 친구들끼리 재미로 쓰는 말도 있지만, 모두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누군가를 소외시키기도 합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말을 줄이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약속되지 않은 표현을 쓰다 보면 진짜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급! 모음이 사라졌다》는 아이들에게 “바른말을 써야 해”라고 딱딱하게 훈계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음들이 직접 파업을 하고, 세상이 멈춰 버리는 유쾌한 사건을 통해 한글의 소중함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모음이 없으면 글자가 완성되지 않는구나”, “내가 쓰는 말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해지는 것도 중요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모음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고, 모음과 자음들이 의견을 나누고 투표하는 과정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져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동시에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요. 여기에 모음이 사라진 세상을 흑백으로 표현하고, 인물들에게 선명한 색을 더한 그림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 줄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나면 “모음이 정말 사라지면 내 이름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자주 쓰는 줄임말 중에 어른들이 못 알아듣는 말은 뭐가 있을까?”, “고마운 마음을 줄여서 말하면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까?” 같은 이야기를 나눠 보기 좋겠습니다. 단순히 한글을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 말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소중한 약속이라는 걸 알려 주는 책이에요.

《긴급! 모음이 사라졌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유쾌한 사건 속에 한글의 아름다움과 소통의 가치를 담아낸 동화입니다. 모음이 사라진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도 나지만, 동시에 우리가 매일 쓰는 말과 글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한글을 배우고 쓰는 초등 아이들에게 꼭 읽혀 주고 싶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