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마중 온 날 책고래마을 67
이은아 지음, 남성훈 그림 / 책고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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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아무도 마중 오지 않는 비 오는 날,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한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낸 그림책으로 슬픔을 억지로 떨쳐 내는 대신 자연 속에서 천천히 감정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랍니다

《비 마중 온 날》은 제목부터 마음이 잔잔해지는 그림책이에요. 보통 ‘마중’이라는 말은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고 데리러 와 준다는 따뜻한 느낌을 주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무도 마중 오지 않는 비 오는 날,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시작은 쓸쓸하지만, 그 길 끝에서 자연이 아이를 조용히 안아 주는 듯한 위로가 담겨 있어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었어요.

이야기는 공개수업이 끝난 뒤부터 시작됩니다. 친구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하나둘 학교를 떠나지만, 아이는 홀로 교실에 남아 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없고, 친구들에게 혼자 비를 맞고 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어요.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 서운함과 외로움, 창피함이 함께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우산도 없이 집으로 향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빗길을 걷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축축하게 만들어요. 옷은 젖고,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마음에도 먹구름이 내려앉은 듯하지요. 아이들이라고 해서 늘 밝고 씩씩하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어른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마음속에서 많은 감정을 조용히 견디고 있다는 걸 이 책이 섬세하게 보여 줍니다.

그런데 아이가 걷던 길에서 숲을 만나며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물웅덩이를 밟을 때 튀어 오르는 물방울 소리, 비에 젖은 흙냄새, 촉촉한 풀냄새, 빗방울을 머금은 꽃들이 아이에게 다가옵니다. 자연은 아이에게 “괜찮아”라고 직접 말하지 않아요. 억지로 웃게 만들지도 않고, 슬픔을 빨리 털어 내라고 재촉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아이 곁에 조용히 있어 줍니다. 그 점이 참 따뜻했습니다.

아이는 자연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풀어 갑니다. 처음에는 비가 서럽고 불편하게만 느껴졌지만, 어느새 빗방울은 놀이가 되고 숲은 아이를 반겨 주는 친구가 됩니다. 잿빛으로 보이던 세상이 풀과 꽃, 물방울과 하늘의 색으로 다시 채워지는 과정이 아이의 마음이 회복되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슬픔을 억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지나가게 두었을 때 마음이 천천히 밝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참 좋았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고 나누기에도 좋은 그림책입니다. “너도 혼자라고 느껴졌던 적이 있어?”, “비 오는 날 어떤 냄새가 나?”, “속상할 때 너를 기분 좋게 해 주는 것은 뭐야?” 하고 물어보면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모에게도 아이의 말 없는 표정과 침묵 속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을지 생각하게 해 줍니다.

《비 마중 온 날》은 외로운 아이에게 자연이 건네는 파란 하늘 같은 위로를 은 그림책이에요.

누군가 곁에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조용히 품어 주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비가 그친 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듯, 아이의 마음에도 다시 환한 빛이 찾아오는 과정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쓸쓸한 날 마음을 토닥여 주는 따뜻한 그림책으로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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