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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불은 바다야
미로코 마치코 지음, 이서은 옮김 / 책모종 / 2026년 4월
평점 :
늘 제가 소개할 책은 잠자리에 든 아이의 상상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유로운 상상이 이 책을 읽는 아이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책이랍니다

아이들은 잠들기 전 이불 속에서 정말 많은 상상을 하잖아요. 이불을 뒤집어쓰면 비밀 동굴이 되기도 하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바다가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포근한 구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내 이불은 바다야》는 바로 그런 아이의 상상을 아주 자유롭고 감각적으로 담아낸 그림책이에요. 제목만 봐도 “이불이 바다라니?” 하고 궁금해지는데, 책장을 넘기면 그 상상은 더 멀리, 더 신나게 뻗어 갑니다.

이야기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아침, 이불 속 아이의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아이가 덮고 있는 이불은 어느새 바다가 되고, 그 바다에서 헤엄치던 상상은 고양이와 코끼리, 악어와 함께 노는 장면으로 이어져요. 그러다 이불은 고양이가 되고, 다시 빵이 되기도 하지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흐름 속에서 아이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유롭게 이어집니다.
그 엉뚱함이 참 사랑스럽고, 아이의 머릿속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이 좋았던 건 상상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왜 이불이 바다가 되는지, 왜 고양이가 다시 이불이 되는지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상상은 원래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갑자기 바뀌고, 또 전혀 다른 곳으로 뛰어가잖아요. 《내 이불은 바다야》는 그 흐름을 그대로 존중해 주는 그림책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도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 상상 해 본 적 있어!” 하고 반가워할 것 같아요.

그림도 정말 강렬한 매력이 있어요. 남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색감, 과감한 붓질, 살아 움직이는 듯한 동물들의 모습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조용한 잠자리 이야기라기보다, 이불 속에서 펼쳐지는 커다란 모험처럼 느껴져요. 글은 짧고 시적인데, 그림이 감정을 확장해 주어서 아이와 함께 한 장면씩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잠자기 전에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에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이와 이불 속에 나란히 누워 “우리 이불은 오늘 뭐가 될까?” 하고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다, 고양이, 빵, 구름, 숲, 우주선처럼 아이가 떠올리는 대답을 듣다 보면 어른도 함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겠지요. 책 한 권이 잠자리 대화와 놀이로 이어지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내 이불은 바다야》는 아이의 상상력이 얼마나 자유롭고 반짝이는지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부드럽게 섞이고, 평범한 이불 하나가 끝없는 모험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가 참 따뜻했어요.
아이에게는 상상하는 즐거움을, 부모에게는 아이의 마음속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입니다. 오늘 밤 우리 아이의 이불은 무엇으로 변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