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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몇 살일까?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83
샤샤 지음, 수피 탕 그림, 조은 옮김 / 책과콩나무 / 2026년 7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2026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된 도서로
사과 하나에서 시작된 궁금증이
시간과 기억, 성장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질문 그림책이랍니다

아이들은 정말 뜻밖의 순간에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곤 해요. “하늘은 왜 파래?”, “그림자는 몇 살이야?”, “사과 씨는 아기야?” 같은 질문을 들으면 처음엔 웃음이 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안에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만의 신선한 시선이 담겨 있더라고요.
『사과는 몇 살일까?』는 바로 그런 질문의 힘을 아름답게 보여 주는 그림책이에요.

이야기는 사과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아삭하고 맛있는 사과를 한입 베어 문 아이는 문득 궁금해하지요. “사과는 몇 살일까?” 그런데 이 질문은 사과에서 멈추지 않아요. 사과 씨는 몇 살인지, 달리는 강아지는 몇 살인지, 그림자는 몇 살인지, 전등 불빛과 해님은 또 몇 살인지 생각이 계속 이어집니다. 하나의 작은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을 부르고, 그 질문들이 모여 아이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 가는 과정이 참 사랑스럽게 다가왔어요.

이 책이 좋았던 건 정답을 빨리 알려 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보통 아이가 질문하면 어른은 얼른 답을 찾아 주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이 책은 “정답은 이것이야” 하고 말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할 시간을 남겨 줍니다. 사물의 나이뿐 아니라 시간, 기억, 감정, 추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질문의 범위를 넓혀 가니, 읽는 어른도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사과의 나이는 열매가 열린 순간부터일까, 씨앗이 생긴 순간부터일까, 아니면 나무의 시간까지 함께 품고 있을까 하고요.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엉뚱한 질문 속에 철학적인 생각이 담겨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동차와 도로,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가진 생명력, 생일 케이크까지 생각이 점점 깊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요. 아이에게는 상상 놀이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삶과 성장, 시간에 대한 아주 큰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와요. 잊고 지냈던 호기심을 다시 꺼내 보게 하거든요.

책의 후반부에 비밀 일기처럼 담긴 동시들도 마음에 남습니다. 슬픈 마음과 기쁜 마음, 지금 해 보고 싶은 일, 할머니를 향한 사랑,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 같은 이야기가 따뜻하게 이어져요. 매일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자라고, 생각도 자라고, 사랑도 자란다는 메시지가 조용히 전해집니다. 시적인 문장과 사랑스러운 그림이 어우러져 아이의 질문과 감정을 다정하게 안아 주는 느낌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을 때는 책장을 빨리 넘기기보다 한 질문마다 잠시 멈춰 이야기 나누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너는 사과가 몇 살이라고 생각해?”, “그림자는 언제 태어났을까?”, “우리 가족의 추억은 몇 살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다 보면 정해진 답은 없어도 서로의 생각을 듣는 시간이 참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사과는 몇 살일까?』는 아이에게 정답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라, 질문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 주는 책이에요. 작은 사과 하나에서 시작된 궁금증이 시간과 기억, 성장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참 아름답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오, 그거 재미있는 생각인데?” 하고 함께 상상해 보고 싶어져요. 질문이 자라는 만큼 아이의 세계도 자란다는 말을 오래 기억하게 해 주는 따뜻한 철학 그림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