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대마왕
오언 맥러플린 지음, 줄리아 크리스천스 그림, 한성희 옮김 / 하우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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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단순히 “깨끗이 치우자”는 뻔한 훈계 대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유머러스하고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엉망대마왕』은 “어지르기”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 정확하게 찌르는 그림책이에요.

주인공 벤은 정리정돈이 정말 싫어서, 모든 물건을 침대 밑으로 쓱— 밀어 넣어버리곤 하죠. “나중에 치울게!”라고 말하지만… 그 ‘나중에’는 잘 안 오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벤 앞에 진짜 엉망 대마왕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완전 대폭발합니다.

벤과 엉망 대마왕이 함께 벌이는 ‘엉망진창 놀이’는 상상력이 미친(?) 수준으로 커요. 피라미드를 뒤집고, 그랜드 캐니언을 콩으로 가득 채우고… 세상이 전부 난장판이 되는 장면들은 읽는 내내 웃기고 시원해요. 아이들 입장에선 “와, 이렇게 마음껏 어질러도 돼?” 싶은 해방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신나고 유쾌한 책처럼 느껴져요. 어른도 솔직히 “ㅋㅋㅋ” 하면서 보게 되고요

그런데 이 책이 진짜 좋은 건, 그 재미가 단순히 “정리해라”라는 잔소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즐거움이 한참 무르익었을 때, 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 엄청난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는 바다 동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여기서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그 전환이 억지스럽지 않고 꽤 강하게 와닿아요. “엉망”이 그냥 놀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걸 벤이 직접 느끼게 되거든요.

그래서 벤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내 방이 좀 어질러진 것’과 ‘세상이 망가지는 것’이 연결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랄까요. 내가 만든 엉망진창은 내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 이 메시지가 책의 핵심인데, 아이에게 너무 무겁게 훈계하지 않고 “아… 그렇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서 더 좋았어요.

저는 이 책이 정리정돈 습관을 다루면서도, 더 크게는 환경과 책임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치워!”가 아니라 “왜 치워야 하지?”를 아이 스스로 납득하게 해주니까요. 아이랑 같이 읽고 나면 “벤이 왜 마음이 달라졌을까?” “우리 집에서 바다로 가는 쓰레기는 뭐가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정돈이 생활습관 교육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세상과 연결된 행동이라는 걸 배우게 되는 거죠.

총평하자면 『엉망대마왕』은 웃기고 시원한 상상력으로 시작해서,

마음 한구석을 묵직하게 남기는 그림책이에요. 어지르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정리의 이유”를, 어른에게는 “잔소리 대신 납득”을 선물해주는 책. 재미와 메시지를 둘 다 잡은, 읽고 나서 대화가 이어지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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