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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방 ㅣ 기묘한 방 이야기 4
소중애 지음, 방새미 그림 / 거북이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소중애 작가 베스트셀러 ‘기묘한 방 이야기’ 시리즈로
짜증, 울음, 질투를 지나 도착한 웃음의 방이야기랍니다

『웃음방』은 “웃음”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마음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구나 싶었던 동화예요. 교통사고 이후 강이에게 생긴 특별한 능력—사람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얼굴색이 서로 다른 색으로 보인다는 설정부터가 정말 매력적이죠.

기쁨은 살구빛처럼 따뜻하게 물들고, 슬픔은 잔잔한 회색으로 번지는 식으로 감정이 ‘색’으로 보인다는 게,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지금 내 마음은 무슨 색일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특히 강이 할아버지가 짙은 회색으로 보인다는 장면이 오래 남아요. 늘 근엄하고 무표정한 어른을 보면 아이들은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잖아요.
“왜 웃지 않을까?” “왜 저렇게 딱딱할까?” 강이도 똑같아요. 누구나 마음속에 ‘웃음방’이 하나씩 있고, 기쁜 일이 생기면 그 방 안에 웃음이 피어난다는데, 할아버지의 웃음방은 꽉 닫혀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아무리 웃긴 일이 벌어져도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안에 무슨 사연이 있나’ 싶은 마음이 들게 해요.

이 책이 좋은 건, 할아버지를 억지로 변화시키거나 “웃어야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강이는 열쇠를 찾고 싶어 하고, 웃음방을 열어드리고 싶어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히 웃기는 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해보는 시간에 가까워요. 그래서 읽다 보면 “웃음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웃음방 문이 잠시 닫힌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도 가끔 그런 때 있잖아요. 웃고 싶은데 웃음이 잘 안 나오는 날, 마음이 무거워서 아무것도 재밌지 않은 날. 그때 필요한 건 억지 웃음이 아니라, 누군가가 옆에서 조용히 열쇠를 찾아주는 시간이 아닐까요.

삽화도 정말 큰 힘을 보태요. 방새미 작가의 그림이 포근하고 부드러워서, 강이가 보는 ‘감정의 색깔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에요.
살구빛으로 번지는 기쁨, 회색으로 잦아드는 슬픔 같은 표현이 섬세해서, 아이들도 “아, 감정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웃음도 참 다양하잖아요. 방긋 웃는 웃음, 눈을 감으며 번지는 웃음, 입을 크게 벌려 소리 내는 웃음까지… 그 장면들이 마치 독자의 마음속 ‘웃음방’도 톡톡 두드리는 것 같았어요.

아이에게는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어른에게는 “내 웃음방은 잘 열려 있나?”를 조용히 돌아보게 해줍니다. 다 읽고 나면 누군가의 표정을 볼 때, 한 번 더 따뜻하게 생각하게 될 책. 마음이 살짝 무거운 날에 특히 더 추천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