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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코끼리
안나 아니시모바 지음, 율리야 시드네바 그림, 승주연 옮김 / 상상아이(상상아카데미) / 2026년 1월
평점 :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IBBY 장애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
★USBBY 우수 국제 도서로 선정된 책으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의 균형을 완벽하게 담아낸 그림책이랍니다

『보이지 않는 코끼리』는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고 풍성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아주 따뜻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이었어요.
시각 장애가 있는 아이가 주인공인데, 이야기가 전혀 슬프거나 무겁게만 흐르지 않아요. 오히려 아이의 하루는 소리, 냄새, 촉감으로 가득한 설렘의 연속이고, 그 감각들이 아이만의 멋진 지도가 되어 세상을 탐험하게 해주거든요.

아이의 세상은 정말 살아 있어요. 엄마랑 숨바꼭질을 하고, “보이지 않는 코끼리”와 장난치듯 놀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지팡이와 친구가 되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어요. ‘보는 것’이 없어서 비어 있는 삶이 아니라, 다른 감각이 더 또렷해져서 오히려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읽는 내내 “아, 내가 세상을 너무 눈으로만 보려고 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비밀 암호처럼 읽고 쓰는 법을 배우는 부분(점자 같은 느낌이죠)도 참 멋졌어요. “할 수 없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니까, 아이가 주체적으로 세상을 넓혀가는 모습이 더 반짝여 보이더라고요.

고래와 함께 썰매를 타는 상상 장면이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책 전체가 따뜻한 모험담처럼 느껴졌어요.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아이 마음속에는 늘 환하고 즐거운 세상이 있다는 게, 읽는 사람 마음까지 밝혀주는 느낌이었고요.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다름’을 설명하거나 가르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냥 한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고, 어떤 감각으로든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걸요.
아이들이 읽으면 “친구는 나랑 달라도 괜찮아”라는 마음이 생길 것 같고, 어른이 읽으면 “내가 놓치고 있던 감각의 세계가 있었네” 하고 시야가 넓어질 것 같아요.

총평하자면 『보이지 않는 코끼리』는 배려와 공감을 “설명”이 아니라 “경험”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에요.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소리도 더 귀 기울여 듣게 되고, 바람 냄새나 손끝의 감촉도 한 번 더 느껴보게 될 거예요.
아이와 함께 읽고 “우리는 어떤 감각으로 세상을 느낄까?” 이야기 나누기에도 정말 좋은, 따뜻하고 명랑한 그림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