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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이 소설은 2007년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소설의 개정판이다. 주된 이야기가 엄마의 이야기이지만 각자의 삶과 살아가는 이야기가 잘 어울어져 있으니 <자기만의 집>이라는 제목이 썩 잘 어울린다.
많은 문장에 줄을 그으면서 읽었다. 그들의 삶에, 그들이 겪어야 했던 시간들, 현대사의 굴곡진 시간들을 가늠하면서 읽어가는 내내 마음이 쓰렸다. 삶이 어디 녹록한 것인가? 절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386세대를 부모로 둔 아이. 그리고 어른들. 세상이 너무나도 변했는데 그 시절을 관통하는 사람들은 무척 힘들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내가 그들은 아니니 정말로 짐작만) 가치와 신념이, 그리고 자신의 삶이, 사랑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아팠고 때로는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이 책은 내 마음을 헤집어 놓는 책이다.
102
"우린, 구십 년대에 들어와 생존과 진실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했는데, 참 난감했어요.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엔 실패했는데, 꼼짝없이 그 사회에서 밥을 빌어먹어야 하는 현실 말이에요."
116
꽃은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자기의 세계를 열며 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꽃 하나가 필 때만다 세계가 하나씩 생긴다고. 사람도 그렇게 자기를 꽃피워야 한다고.
121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를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관계가 잘못되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127
"외로움을 두려워 마라. 마음은 누구나 스님처럼 홀로 흘러가는 거다."
135
행인들의 생이 단단하고 차가운 표면 위로 영원을 향해 미끄러지는 것만 같았다. 나의 생도, 엄마의 생도, 풍경들도...... 아무리 파고들고 싶어도 빙판 위의 스케이트처럼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져서 사라져 가는 것이었다.
193
사랑이 끝나고 지상으로 돌아올 때는 우주선을 버리고 각자의 낙하산을 펴야 하지. 이 지상에 따로따로 떨어져 착륙해야 하는 것, 사람은 그런 거야.
224
"난 말이야.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일기를 써."
"삼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나를 보면 내가 지금 어떤 꼴인지,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훨씬 분명해져."
227
"타락이란,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사는 거야."
232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위해 하기 싫은 일은 꾸역꾸역 하며 살게 되겠지. 무섭다."
그러자 엄마가 말한 삶에의 복무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꿈에서 깬 뒤로 진심으로 세속적으로 산다는 의미도.
241
"조심해라.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어느 것이 환상이고 어느 것이 실재겠냐? 조심하라는 건, 금지가 아니다. 그것을 의식하고 이 현실 속에서 상호교환을 잘하라는 의미야."
252
어른들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까지도 저렇게 힘껏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 가슴이 뻐개지도록 밀고 들어오는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또, 승낙 없이 떠나려는 것들을 순순히 흘려보내려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진신을 알았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가혹한 진실마저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살아내는 삶'을 배웠다. 그리고 느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나...
조금은 힘겹기도..
응원한다.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호은이와 승아.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쓴 서평입니다.